망분리 규제 완화 흐름에도 내부망 LLM 구축
외부 LLM 연계 기대하는 업계 경쟁사와 차별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인공지능(AI) 국가 총력전’을 강조했습니다. 국내 금융권 역시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부터 대출 심사 및 리스크 관리, 부정 거래 탐지까지 AI의 역할은 점점 더 확장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스트레이트뉴스는 <금융 AI 초격차> 시리즈를 통해 각 금융업권별 AI 기술 활용 선두 회사의 사례를 살펴보고 초격차 전략을 집중 조명합니다. <편집자 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미래에셋 제공.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미래에셋 제공.

최근 금융규제 당국에서 망분리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 금융사가 ‘오픈AI’가 서비스 하는 ‘챗GPT’ 같은 외부 거대언어모델(LLM)을 업무에 적용할 여지가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흐름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은 오히려 내부망 전용 LLM 연구개발(R&D)을 선택했다. 박현주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아무도 가보지 않을 길’을 택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금융투자업권 내 선도적인 인공지능(AI) 기술 도입 회사로 평가받는다. 기존에는 리테일 측면에서 투자자의 투자 가치 판단에 도움을 주고자 AI 기술을 활용했다면, 최근에는 업무효율화 측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7일 미래에셋증권은 전사 업무 효율화를 위해 실시간 주가정보, 뉴스 등을 기반으로 종목분석을 수행하는 ‘AI 마켓 어시스턴트’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AI가 실시간 주가 정보를 기반으로 모멘텀, 변동성 등 다양한 기술적 지표 및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뉴스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종목 분석 리포트를 제공한다. 임직원 누구나 사내 인프라에 구축된 AI 마켓 어시스턴트를 사용하여 관심 종목 실시간 모니터링과 특정 시점에 원하는 리포트를 받아볼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앞선 9월,  전사 직원 누구나 손쉽게 자신만의 업무 어시스턴트를 생성하고 활용할 수 있는 'AI 어시스턴트 플랫폼'을 사내 오픈한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9월 선보인 AI 어시스턴트 플랫폼이 사내 지식 데이터 베이스(DB)를 기반으로 다양한 지식 검색 및 답변을 생성해주는 역할을 했다”며 “AI 마켓 어시스턴트는 종목 체결 정보, 뉴스 등 다양한 실시간 금융 데이터 기반으로 투자 정보에 대한 통찰력(Insight)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시스템 구축을 통해 AI가 지식 DB와 실시간 마켓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학습하고 활용할 수 있는 내부 인프라를 갖추었으며, 향후 다양한 AI서비스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박홍근 미래에셋증권 IT부문 대표는 “이번에 오픈한 마켓 어시스턴트는 증권업의 특성에 맞게 AI에 실시간성을 보완하여 임직원 모두가 AI가 금융 분석 도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며 “앞으로 다양한 금융 데이터와 분석 기법을 접목해 지속적인 고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AI 서비스 도입에 있어서 미래에셋증권이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보안환경 구축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엄격한 보안 요건을 갖춘 내부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며 “업무 어시스턴트와 AI 마켓 어시스턴트도 동일하게 보안 요건을 갖춘 내부망 구축형 LLM 기반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미래에셋증권이 내부망 전용 LLM 시스템을 구축한 것을 높게 평가한다.

금융학계 한 관계자는 “현재 금융권에선 망분리 이슈 탓에 외부 LLM을 쓰고 싶어도 한계가 있다”며 “아마도 경쟁 금융사들은 망분리 이슈가 풀려 챗GPT 같은 외부 LLM을 활용하는 방향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회사가 자체적인 LLM을 개발해야 하는데 인력과 비용 투자 측면에서 의사결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경쟁사보다 앞선 만큼 빠르게 시장을 개척하고 선점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증권이 선두적으로 AI 역량을 강화한 배경은 AI 기술에 대한 박현주 회장의 가치 판단과 추진력 덕분으로 해석된다. 

박 회장은 최근 국제경영학회(AIB) ‘올해의 국제 최고 경영자상’을 수상했다. 이날 “박 회장은 AI가 금융의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적 해결책”이며 “조직 전반에 걸쳐 지능형 AI 플랫폼을 장착하고 업무 전반에 걸쳐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활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또한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은 지난달 말 해외교환 장학생들과 함께 ‘밋업 프로젝트(MEET-UP Project)’를 진행했는데, 해당 행사에서도 최재붕 성균관대 부총장이 'AI 사피엔스 시대에서의 생존전략’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이 역시 향후 사회에 투입될 미래 인재들에게 AI에 대한 인식과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한 박 회장의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미래에셋증권은 내부 인프라 개발을 위한 조직도 운영하고 있다. IT부문에 속해 있는 AI솔루션본부는 머신러닝 운영(MLOps) 플랫폼을 개발했다. 미래에셋증권 IT부문의 핵심 인프라 한 축으로서 AI 모델을 통해 여러 현업의 전산시스템을 효율적인 학습과 테스트 과정을 거쳐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실시간 데이터 플랫폼팀은 미래에셋증권 AI 전략의 또 다른 한 축은이 될 예정이다. 주가 데이터와 뉴스 등 실시간 데이터를 제공해 주식, 채권 등 트레이딩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 기획하고 있으며, 전날 해외증시와 투자정보를 요약, 번역해주는 기능을 비롯해 퀀트 모델을 활용해 시장을 분석하고 당국이나 시장전문가 코멘트를 해석해주는 기능이 담길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 본사 전경. 미래에셋 제공.
미래에셋증권 본사 전경. 미래에셋 제공.

물론 미래에셋증권이 AI를 업무효율화에만 활용하는 건 아니다. 리테일 업무 측면에서 보면, 회사는 지난해부터 생성형 AI, 머신러닝, 통계 기법을 활용해 투자 정보 수집 단계, 상품 제안 단계, 사후 투자 관리 등 고객의 투자 여정 전반에 걸쳐 다양한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투자 정보 수집 단계에서는 ‘투자AI가 요약한 종목은?’, ‘어닝콜 읽어주는 AI’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AI는 해당 서비스에서 실시간 투자 정보를 번역하고 요약함으로써 고객이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해외뉴스 실시간 번역 및 요약’ 서비스를 네이버클라우드 인공지능 하이퍼클로바와 협력해 금융권 최초로 출시했다.

상품 제안 단계에서는 ‘종목 읽어주는 AI’ 서비스가 중소형주 리포트를 자동으로 생성하여 투자자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였다. 연금 고객의 포트폴리오 관리를 위한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는 5월 31일 기준으로 누적 가입액 1조4000억원을 달성했다.

이 밖에 회사는 지난해 8월 국내 증권업계 최초로 오픈한 ‘AI 고객맞춤 인포메이션’ 서비스를 출시했다. AI의 도움을 받아 생성된 정보를 바탕으로 자산 매니저(WM PB)는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투자 정보와 관리 서비스를 보다 짜임새 있게 제공한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콘텐츠 맞춤형 AI 서비스’를 출시해 AI 전략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콘텐츠별로 생성형 AI를 훈련시켜 고객들의 풍부한 상호작용을 지원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AI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고 밝혔다.

가령 ‘리서치 보고서를 학습한 종목 Q&A 챗봇’과 같은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챗봇에 질문하면 챗봇이 풍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고객의 PB 처럼 답변을 하게 된다.

안인성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부문 대표는 “금융투자업의 본질은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있는 만큼 개개인이 다양한 상황 하에서 더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조력자 노릇을 잘하는 게 AI의 역할”이라며 “금융투자회사가 기술을 도입할 때 신뢰와 전문성이 담보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경쟁사들도 이에 발맞춰 차별화된 서비스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생성형 AI 이미지 인식기능을 활용해 차트를 분석하고 설명해주는 차트분석 AI ‘차분이’를 내놓았다. 차분이는 금융권 최초로 생성형AI의 이미지 인식 기능을 활용한 서비스다. 챗GPT 4o를 활용했으며, 지난달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고객이 보고 있는 차트를 AI가 쉽게 풀어서 설명해줌으로서 차트상의 분석 포인트를 쉽게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KB증권은 지난 3월 생성형 AI를 활용한 자연어 기반 주식시장 실시간 투자정보 서비스인 ‘스톡 AI’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주식시장의 실시간 투자정보를 제공하고, 채팅 형태로 고객과 소통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이 밖에 KB증권은 마이크로소프트의 ‘M365’와 AI 어시스턴트 솔루션인 ‘코파일럿’을 도입해 문서 작성, 회의 요약 등의 업무를 자동화하고, 이를 통해 직원들이 더 중요한 전략적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