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코드-로우코드 기반 ‘AI 스튜디오’ 전 영업점 도입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인공지능(AI) 국가 총력전’을 강조했습니다. 국내 금융권 역시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부터 대출 심사 및 리스크 관리, 부정 거래 탐지까지 AI의 역할은 점점 더 확장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스트레이트뉴스는 <금융 AI 초격차> 시리즈를 통해 각 금융업권별 AI 기술 활용 선두 회사의 사례를 살펴보고 초격차 전략을 집중 조명합니다. <편집자 주>
금융사가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구축할 때 겪는 가장 큰 난관은 개발 전문성에 대한 부분이다. 정상혁 행장이 이끄는 신한은행은 코딩을 없애거나 최소화 하는 전략으로 임직원의 기술 접근 장벽을 허물고, 다양한 고객 니즈를 충족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3월부터 ‘AI 스튜디오’를 전 영업점에 도입했다. 이는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고객들을 예측하거나 고객 행동을 분석해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특히 별도의 코딩 지식이 없는 직원도 간편하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신한은행은 작년 12월부터 금융권 최초로 시스템을 구축해 본점 차원에서 활용해 왔으며, 올해 1월부터는 일부 영업점에도 도입해 시범 운영하며 활용도를 입증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영업 현장에서의 활용도를 높이고,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고객 또한 오프라인 창구에서 보다 나은 서비스 경험을 제공받으며, 맞춤형 서비스로 불필요한 마케팅 피로를 줄이는 데 선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업계에선 전통적인 창구 업무를 담당했던 기존 인원을 축소하고, 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전문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거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신한은행의 AI 스튜디오 사례는 단순히 외부에서 고급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항상 최선의 해결책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기술 도입의 성공은 사람에 달려 있다”며 “AI나 빅데이터 기술 자체보다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직원들이 변화에 적응하는 데 얼마나 지원하느냐가 금융업계의 디지털 전환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단순히 특정 직무나 부서의 도구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이 과정에서 적절한 교육과 내부 역량 강화가 수반된다면, 조직 전체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신년회에서 올해 경영키워드로 ‘고객몰입 조직으로의 변화’를 제시하며 AI 기술을 강조했다. 정 행장은 “최신 기술이 접목된 AI컨택센터와 신한홈뱅크를 도입해 은행 접점에 대한 고객 선택권을 높였다”며 “복잡 다양해진 고객 니즈에 따라 초개인화된 솔루션에 대한 요구 또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학계 한 관계자는 “금융사가 비싼 돈을 투자해 덩치가 큰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투자할 경우,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강점이 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를 쫓아가기에 속도가 늦어질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리테일 접점이 많은 은행업무에선 차라리 ‘노코드-로우코드(No code-low code)’ 전략으로 창구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를 가벼우면서도 발빠르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노코드는 이름 그대로 코드를 전혀 작성할 필요가 없는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을 뜻한다.
노코드 사례의 대표적인 사례로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에서 개발한 어린이 프로그램 ’스크래치’가 있다. 사용자는 미리 제공된 비주얼 인터페이스와 드래그 앤 드롭 방식으로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수 있다. 복잡한 코딩 과정 없이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기술적인 지식이 없는 비개발자나 비즈니스 사용자도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다.
로우코드는 개발 과정에서 코드 작성이 일부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시각적 개발 도구를 제공하여 개발자들이 소스 코드를 직접 작성하는 양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로우코드 플랫폼은 개발자가 복잡한 기능을 추가해야 할 때 코드 수정이나 코드 추가를 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하면서도, 기본적인 애플리케이션 개발은 빠르고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는 “앞으로 은행 영업현장에서 고객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거나, 백앤드 부서에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때 노코드나 로우코드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신한은행이 2023년 상반기 출시한 ‘R비서’는 문자인식(OCR), 생성형 AI 등의 기술을 활용해 직원의 업무를 지원하는 AI 비서 시스템으로 단순한 반복 업무를 넘어 문서를 읽고, 분석하고, 생성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자동화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이를 통해 직원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 직원이 '1인 1봇' 체제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본격적인 사업 확산을 추진 중”이라며 “이러한 자동화 시스템은 궁극적으로 신한은행의 모든 직원이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문서 처리와 생성형 AI 기술을 통해 기존의 단순한 업무 자동화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한 신한은행은 지난해 챗GPT를 활용한 상품 정보 Q&A 서비스를 통해 생성형 AI 기술의 가능성을 검증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를 기반으로 직원들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며, 특히 비정형 데이터를 정비하여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업무 지식을 검색하고, 문서 요약 및 생성 등의 작업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서비스는 문서 작성 및 정보 확인과 같은 일상적인 업무를 크게 효율화하고, 직원들이 더 중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고객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기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023년 9월 24일에 도입된 ‘AI 원(ONE)’은 신한은행의 또 다른 혁신적 AI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음성인식 기능을 통해 직원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쉽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업무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AI 원’은 기존의 ‘A.I 몰리’ 시스템을 개편한 것으로, 다양한 AI 서비스를 통합하여 하나의 플랫폼에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신한은행은 ‘AI 은행원’ 서비스를 영업점의 디지털 데스크와 스마트 키오스크에 적용하여 비대면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은 창구 대기시간 없이 다양한 금융 업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으며, 모바일 뱅킹과 연계하여 고객 편의성을 더욱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밖에 신한은행은 그룹 통합 AI 컨택센터(AICC)를 구축하여 고객 상담 및 업무 처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AI 기반 음성봇과 챗봇을 통해 고객의 질문을 이해하고, 다양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AI 컨택센터는 고객의 편의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특히 AI 컨택센터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축되어 향후 서비스 확장이 용이하며, 고객은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AI 컨택센터를 통해 고객 관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향후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하여 더욱 자연스러운 금융 상담이 가능하도록 고도화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AI가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확장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업계 내 AI에 대한 투자와 시스템 도입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7월, KB국민은행은 자체 개발한 AI 기술인 ‘KB AI-OCR’과 ‘KB-STA’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수 업무로 지정받았다. 이 기술들은 딥러닝을 기반으로 이미지 내 문자를 추출하거나 비정형 데이터 분석, 금융 텍스트를 분석하는 데 특화돼 있다.
하나은행은 하나금융융합기술원 ‘데이터 모델링 셀’과 함께 AI 기술을 활용한 ‘기술력 기반 머신러닝(ML) 모형’을 개발해 기업평가를 실시했다.
기술력 기반 ML 모형은 2014년부터 기술신용평가(TCB)에 축적된 정보를 활용해 기존 신용평가에서 적용되지 않았던 기술력에 대한 평가기준을 제시했다. 하나은행은 이를 기반으로 변별력 높은 항목을 분석·적용함으로써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단계적 통합여신모형 도입 로드맵 1단계’를 충족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은 AI 운용사 콴텍과 함께 고객에게 퇴직연금 상품을 제공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NH농협은행 역시 AI 기술을 활용한 ‘WM 시스템 차세대 프로젝트’를 구축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