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최근 2년 간 코스피 26조원 팔아치워
정보 비대칭성...신뢰할 수 정보 기반 투자해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효과로 외국인들의 국내 문학서적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우리 모두 출판사 투자해서 떡상 가자!”
지난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이후 한 증권거래 플랫폼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증권업계에선 이벤트가 있을 때 마다 국내 증권시장에서 기승을 부리는 저질 테마주가 개미 투자자들이 떠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0분 기준 예스24 주가는 7.31% 넘게 빠지고 있다.
당초 5000원대 초반에서 움직이던 예스24 주가는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이후 11일(금요일)과 14일(월요일) 2거래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2배 가까이 상승한 바 있다.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하더라도 증권업계에선 출판 관련 종목의 상승세 유지를 기대했다.
이번주 월요일,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주문이 폭주해 출판 관련주가 강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제지 관련주도 동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작가의 노벨상 소식이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테마주가 조정되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기준 한강 테마주로 엮인 한세예스24홀딩스(-5.56%), 밀리의서재(-2.81%), 삼성출판사(-0.71%) 등도 하락하는 모습이다.
이 밖에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과 영풍 역시 공개매수 가격과 물량 등에 대한 입장이 발표될 때마다 주가가 크게 출렁이는 상황이다.
테마주란 특정한 이슈나 트렌드, 또는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사건과 관련된 주식들을 말한다. 특정한 테마(주제)와 관련된 주식들이 일시적으로 주목을 받아 주가가 급격히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바이오, 인공지능 등 특정 산업 분야나 기술이 사회적으로 주목받을 때, 그와 관련된 회사들의 주식이 테마주로 분류되어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테마주는 단기적인 뉴스나 이슈에 의해 급격히 주가가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며, 이는 투자자들에게 큰 수익을 안겨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큰 손실을 초래할 위험성도 존재한다.
문제는 국내 증권시장의 경우, 저질 테마주 투자가 고착화 되었다는 것이다.
가령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합성피혁 재료를 생산하는 기업 덕성은 실적이 매우 부진했으나, 사외이사가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와 서울대 법대 동문이라는 점이 부각되며 대표적인 테마주로 부각되며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 같은 시기 NE능률 역시 실적이 부진했으나 최대주주인 윤호중 회장이 윤 당선인과 같은 파평 윤씨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됐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증권시장에 투기성 테마주는 고착화 된 현상”이라며 “테마주들은 주가 변동폭이 커서 단기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지만, 장기 투자에는 높은 리스크를 수반한다”고 말했다.
그는 “테마주는 실적이나 기업의 펀더멘털 보다는 외부 요인에 의해 주가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아 투기적인 성격을 띈다”며 “일부 세력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상관관계가 거의 없는 이슈들을 묶어 마치 연관성이 있는 것 처럼 투자를 부추기는데 이는 국내시장의 질을 떨어트리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정보 비대칭성이 개미들의 저질 테마주 투자를 부추긴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통계를 보면, 최근 2년간 개인 투자자는 우량주 위주로 구성된 코스피를 26조원 팔아치웠다. 반면 정확한 정보 취득이 쉽지 않은 미국주식 투자엔 묻지마 투자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한국예탁결제원 발표에 따르면, 3분기 국내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액 규모는 전 분기보다 8.3% 늘어난 1379억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테마주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내부자 정보나 루머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며 “정보력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가 실적 등 객관적인 지표보단 신뢰할 수 없는 내용으로 단기적 투자를 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큰 투자 기관이나 주식 전문가들과 달리 개미 투자자들은 신속하게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이 불안정할 때 개인 투자자들은 매도와 매수를 반복하게 되면서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며 “주가가 급락하거나 급등할 때 감정에 따라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 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고 결국 주식 시장에서 떠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질 테마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규제당국의 선제적인 관리감독 강화와 투자자 보호 및 교육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학계 한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주가 상승이나 급등락이 발생한 이후 당국이 개입하는 건 뒷북과 다름 없다”며 “금융당국이 정체불명의 테마주를 방관할 게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필요 시 개입할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