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국내 “한국사회의 부동산 자산 형성, 부채 의존”
주거문제 해결 없이 가계부채 문제 해결 어려워
한국은행이 부동산 자산에 집중된 가계부채 증가 현상을 지적하며 대안책으로 ‘한국형 뉴(New) 리츠’를 제안했다.
5일 한국은행은 한국금융학회와 함께 ‘우리나라 가계·기업 금융의 과제’를 주제로 공동 정책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김경민 서울대학교 교수는 한국형 뉴 리츠를 제시했다. 이는 빚으로 내 집을 사는 대신 매매 가격보다 적은 돈으로 리츠 지분을 사들이고, 매달 일정 금액을 월세처럼 지급하면서 리츠 소유 주택에 장기 거주하는 방식을 말한다.
김 교수는 “한국형 뉴 리츠가 활성화될 경우, 주택투자 수요를 대출에 기반해 간접투자로 전환할 수 있다”며 “가계대출을 민간자본으로 대체해 가계부채 누증을 해소하고 안정적인 배당수익과 자본차익을 통한 자산 강화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산층과 서민에게 자산 축적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주거복지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신규 건설물량 제공으로 민간 건설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츠 규모가 거대화되는 경우, 부동산 시장이 급등 및 급락할 때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현상을 줄이는 완충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그동안 가계와 주택담보대출 취급 금융기관에 집중됐던 주택가격 변동리스크를 (유사시) 다수의 민간 투자자에게 분산함으로써 거시건전성 관리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분기 기준 국내 리츠는 373개로 이 중 임대주택을 자산으로 하는 리츠는 전체 리츠의 47.3%인 182개다.
대표적인 국내 주거용 리츠 상장 사례로 이지스레지던스리츠가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에서 관리하는 해당 리츠는 2020년 8월 초 코스피에 상장했다.
5월 말 기준 시가총액 1261억원 규모로 세부적인 포트폴리오는 ▲더샵 부평센트럴시티 ▲홍익대 코리빙 복합시설 ▲디어스 명동 등으로 구성됐다.
부동산 시장에서 리츠 활성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는 수도권,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6조원 내외로 늘어났다.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8월에 전월 대비 9조7000억원 늘며 3년 동안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100% 수준에 근접했다”며 “부동산 자산 형성을 부채에 의존한 탓”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자금이 비생산적인 부동산에 집중되며 경제성장력이 힘을 잃고 있다”며 “부동산으로의 지나친 자금쏠림은 금융위기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부동산 부분의 과대한 레버리지는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에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에 대해 ‘총량 규제로 인해 부동산 실수요자를 규제했다’는 질타가 있었다”며 “다만 금융기관 입장에서 가계부채 집중도가 건전성 관리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윤수 서강대학교 교수는 “최근의 가계부채 증가는 주택가격 상승에 의한 기표액 증가와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 완화로 인한 고가 주택 구입 비중 증가에 기인한다”며 “부동산 매매 증가와 매매 단가의 증가는 결국 부채총량의 증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주거문제 해결과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 없이는 가계부채 문제를 잡기 어렵다”며 “특히 서울 부동산 수요의 부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곽노선 한국금융학회장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지 않고 있으며, 기업금융 역시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가계부채 축소와 주택금융 활성화를 위해 한국형 리츠 도입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