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업계, 저금리 경쟁 회피

서울 용산구의 한 MG새마을금고.
서울 용산구의 한 MG새마을금고.

“고객님, 진짜 급하게 필요한 돈 아니면 신용대출 신중하게 생각하세요.”

서울 용산구의 한 MG새마을금고에서 신용대출 문의를 하자 창구 직원이 한 말이다. 정부와 제1금융권의 가계대출 규제 풍션효과가 제2금융권으로 넘어왔다. 시중은행 대출은 안정세로 돌아섰는데, 대신 제2금융권 대출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자금이 필요한 실수요자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높아진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10월 중 전 금융권 가계대출 규모는 9월 대비 6조6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제2금융권 가계대출 규모는 지난달 들어 2조7000억원 증가했다. 업권별로는 새마을금고가 1조원 늘어나는 등 상호금융권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이 밖에 ▲여신전문금융업권(9000억원) ▲보험업권(5000억원) ▲저축은행업권(4000억원) ▲수협(500억원) ▲농협(200억원) 등 제2금융권 전반의 가계대출 규모가 증가했다. 

반대로 제1금융권인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눈에 띄게 둔화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 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전월 대비 3조9000억원 늘었다. 이는 9월 기록한 5조6000억원 증가분과 비교해 증가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제1금융권의 가계대출 규모가 감소하고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이 증가한 건 금융규제 당국과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부동산 대출 장벽을 높인 영향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농협과 새마을금고 등 부채 증가 폭이 큰 금융사를 겨냥해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대출 취급 실태를 점검한다. 또한 금융당국은 은행권에만 가계부채 관리 계획을 요구했는데 향후 제2금융권으로 확대한다. 풍선효과가 더 심해지면 제2금융권에 대한 대출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가계대출을 엄격히 관리하되 취약계층에 과도한 자금 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균형감 있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호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대출 이슈가 1금융권에서 2금융권으로 넘어오는 것 아니냐는 풍선효과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에서도 저금리 경쟁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준 MG새마을금고에서 취급되는 스피드마이너스대출 최저금리는 4.62% 수준이다. MG아파트담보대출 최저금리도 3.75%에 달한다. 대출 최저금리는 신용점수 최고 점수 구간에 적용된다는 걸 감안할 때 실제 많은 경우 여신금리는 더 높게 적용될 것으로 보여진다.

부동산 시장에선 볼멘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9월부터 DSR 2단계 적용 후 시장 자체가 정적으로 변했다”면서 “모든 대출 방법을 차단해 실수요자가 큰 불편을 겪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에 거주하는 A 씨는 “새 집으로 입주를 하는 날짜가 다가오고 있는데 현재 살고 있는 집이 안팔려서 큰일”이라며 “당장 12월에 대출 제한이 풀릴 조짐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한편 정부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제도 개선에 나섰다. 현재 국내 부동산 PF 사업은 자기자본이 적고(대략 3~5%) 고금리 대출에 크게 의존하는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부동산 개발 시 자기자본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20% 이상으로 높이는 방법 등을 제시했다.

이날 정부 발표에 따르면, 앞으로 토지주가 현물로 부동산을 리츠(REITs)에 출자할 경우, 양도세와 법인세 납부를 미루도록 하여 현물출자를 장려한다. 또한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PF 사업에 대출해줄 때는 높은 충당금과 자본금을 적립하도록 규제하여 대출 기준을 엄격히 통제한다. 반대로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PF 사업자에게 도시규제 완화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3기 신도시 같은 공공택지를 우선 공급해 안정적인 개발을 장려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정부 조치가 저자본으로 고금리 브릿지론에 의존하는 현재의 분양형 디벨로퍼 문제를 해결하고, 금리 및 경기 변동에 따른 위험을 낮추는 장기 방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토지주의 현물출자 시 양도세 및 법인세 납부를 이연함으로써 사업자의 사업 지분비율을 높이고, 임대를 통한 장기 수익구조를 만들어 개발자의 영세성을 줄이며, 시설 설계 및 운영 기법을 축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날 '부동산PF제도개선장안'에 대한 분석 자료를 통해 "중·장기적으로는 자기자본비율 20% 유도 및 시행사의 자기자본확충, 관리 및 모니터링체계 개선으로PF 시장의 질적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브릿지론 시장 축소와 필요 자본증가에 따른 PF대출시장 위축, 일부업권의 수익기반 감소 가능성이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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