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변화 등 충분히 예상하지 못해" 사과
13일 이사회서 유상증자 해법 등 재논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고려아연의 대규모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제동을 걸려고 나서자 고려아연이 당국의 요구와 시장 반응 등 상황을 고려해 다시 계획을 발표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12일 고려아연은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긴급하게 결정하면서 시장 상황 변화 등을 충분히 예상하지 못해 우려를 키웠다며 사과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집중된 지배구조를 소유 분산 구조로 바꾸고 분쟁 완화와 국민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로 발표했는데 시장의 상황 변화와 기관투자자, 소액 투자자들의 우려, 감독 당국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등 예상치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긴급하게 결정했는데, 추진 당시에는 충분히 예상치 못했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무겁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자사주 소각 후 발행주식 전체의 20%에 육박하는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원에 일반 공모 형태로 신규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당시 고려아연의 주가는 29.94%나 급락하기도 했다.

앞서 자사주 공개 매수를 지난달 23일에 진행한 지 일주일여 만에 이에 반대되는 성격의 유상증자를 전격 발표하자 금융감독원은 '부정거래 소지가 있다'며 조사에 나섰고 이어 지난 6일 고려아연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유상증자 추진 경위와 의사 결정 과정, 주관사 기업실사 경과, 청약 한도 제한 배경, 공개매수신고서와 차이점 등의 기재가 미흡하다고 본 것이다.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를 받은 날을 기준으로 3개월 이내에 정정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계획은 자동으로 철회된다.

고려아연 측은 "상황을 면밀히 보고 있다. 지난 정기이사회 때 심각하게 여러 고려를 하자고 해 사외이사들이 별도로 논의하는 등 여러 차례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며 "머지않은 시점에 내부 논의와 시장의 피드백을 수렴해 주주들의 우려와 당국의 요구를 검토해 다시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이날 유상증자 철회 가능성도 직접 언급했다. 고려아연 측은 "유상증자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이 자리에서 철회를 말하긴 어렵지만 만약에 철회하더라도 (상장폐지·주주 피해 등) 우려가 있다고 여전히 생각한다"며 "공모 외에 다른 방법 통해 부작용 해소를 위한 여러 고민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이 오는 13일 이사회를 열고 논란이 된 유상증자 해법과 관한 금감원의 정정신고서 제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던데 따라 이르면 13일 당일에 철회 여부를 포함한 결론을 낼 가능성이 있다.

이에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7명의 사외이사만 참여하는 별도 논의 기구를 만들어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주주·시장과 당국이 우려하는 지점에 대해 숙의하기로 한 바 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이사회 의장인 최윤범 회장을 포함해 총 13명으로, 과반인 7명의 사외이사가 유상증자 철회 여부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용 성격이 짙은 최대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전격 철회하면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지분이 많은 상황에서 경영권을 놓고 의결권을 대결하는 임시 주총이 열리게 된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종료 이후 추가로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을 추가 취득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과의 지분 격차를 5%p 넘게 벌린 상태다. 지난 11일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공개매수 종료 이후 고려아연 지분 1.36%를 추가 취득했다고 공시한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9.83%이며 최윤범 회장과 우호 지분은 약 34.65%로 추산된다.

한편 MBK-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지분을 추가 취득한 영향으로 이날 영풍 주가는 올랐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영풍은 전날보다 3.08% 오른 46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고려아연은 전날보다 1.51% 오른 114만2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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