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압박..2주 만에 ‘유증카드’ 제동
철회 소식에 주가 급락...주총 표 대결 예정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연합뉴스 제공.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연합뉴스 제공.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다. 

13일 경제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어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한다고 결정했다.

고려아연은 "그동안 일반공모 유상증자의 필요성과 적정성에 대해 주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지만, 여전히 부정적 의견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다"며 "시장과 주주의 우려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 설립한 영풍그룹은 1974년 고려아연을 설립했다. 이후 고려아연은 최 씨 일가가, 전자 부문 계열사는 장 씨 일가가 맡는 ‘분리 경영’을 해 왔다.

그러다 2022년 최기호 창업주의 손자인 최 고려아연 회장이 취임한 이후 최씨 일가와 영풍그룹 장씨 일가 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양측은 경영권 갈등을 빚고 있는 상태다.

지난달 30일 고려아연은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원에 일반 공모 형태로 신규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중 2조3000억원을 채무상환에 쓰겠다’는 입장이었다. 이는 전체 발행주식량의 20% 규모다. 

금감원은 다음날인 31일 긴급브리핑을 진행했다. 함용일 금감원은 부원장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신고서와 유상증자 신고서 간에 모순이 있는지, 재무 등 계획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부실 기재가 있었는지 여부를 철저히 확인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달 1일 고려아연 측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금융 당국에 전달하는 한편 유상증자를 일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6일 금감원이 유상증자 관련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면서 파장이 커지자 고려아연 경영진도 유상증자 추진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기조로 돌아섰다.

영풍·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지분은 약 40% 가량이다. 최 회장 본인을 비롯해 우호 지분을 합치면 약 35%로 추산된다. 

이날 고려아연의 유증 철회 소식이 전해지자 장중 한때 8% 이상 오르던 주가가 오후 1시 30분 현재 -8.49% 급락하며 VI가 발동돼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의 승자는 앞으로 열릴 주주총회 표 대결로 가려질 예정이다.

금감원은 금번 유상증자 철회와는 별개로 증권신고서 허위 기재 등에 관한 의혹을 계속 살핀다는 입장이다.

한편 MBK 파트너스·영풍 측은 “자본시장과 주주들의 신뢰를 경시하며 시작한 일반공모유상증자가 자본시장에 큰 혼란을 끼치고 기존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 후에야 뒤늦게 철회된 점에 대해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안타까움을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공모유상증자는 애시당초 진행되지 말았어야 했다”며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MBK 파트너스와 영풍은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통해 신규 이사들을 선임함으로써 유명무실한 고려아연 이사회 기능을 정상화하고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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