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당시 공약 내걸었던 ‘공모펀드 활성화’ 임박
합리적 비용으로 투자선택권 넓혀…클래스간 형평성 등 과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임기 3년 중 2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취임 당시 공약했던 숙제들을 하나씩 현실화시키고 있다.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 약속은 최근 출시 한 달을 지나 순항 중인 ‘디딤펀드’가 안착하며 지켜냈고, 연초부터 논의된 일반 공모펀드 상장 작업은 내년 2분기를 목표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있다. 침체된 공모펀드 시장의 활성화와 밸류업을 위한 또 다른 자금공급 수단으로 작용할 지 이목이 쏠린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연초 발표한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방안’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남겨진 과제를 짚었다.
금융위는 빠르면 내년 3월말을 목표로 금융투자회사들로부터 신청받아 관련업무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신규 지정했다.
총 24개의 주요 운용사가 대거 참여한 가운데, 펀드 수탁업자 6개와 더불어 LP(유동성공급자) 역할을 할 증권사 3곳(미래에셋·한국투자·SK)도 이름을 올렸다.
계획대로 된다면 내년 봄께 주요 운용사의 일반 펀드 상품들이 ETF처럼 상장 절차를 거쳐 투자자들이 모바일폰으로 손쉽게 펀드를 사고팔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운용사들 입장에선 침체된 일반 공모펀드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인 만큼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다만 제도 안착을 위해 LP역할을 할 증권사는 좀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직전인 2007년까지 일반공모펀드(MMF등 단기금융펀드와 ETF제외)의 순자산은 173조 수준을 기록했으나 현재는 그 3분의 2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그 빈자리는 11월 14일 기준 163조원까지 불어난 ETF가 대신하고 있다.
ETF의 장점은 합리적인 비용으로 여러 주식을 묶은 투자(바스켓 투자)를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단순히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아니라 펀드매니저의 역량이 가미된 액티브ETF라 할지라도 벤치마크를 상당부분 따라야 하는 ‘70%룰’이 있어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에 아쉬움이 있는게 사실이다.
반면 기존 일반공모펀드는 ETF의 인기에 밀려 순자산이 쪼그라들고 운용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수익률이 떨어지는 악순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출신인 서유석 금투협회장은 이 부분을 간파, 일반 공모펀드 상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서 회장은 감독당국과 업계의 조율을 거쳐 기존 공모펀드를 활성화시키면서도 투자자에게는 펀드매니저의 역량을 오롯이 담은 펀드를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게 한다는 복안이다. 환매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거래비용은 줄이는 혜택을 볼 수 있어 그 수익률에 따라 과거 스타 펀드매니저 전성시대가 다시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한 운용사 마케팅본부장은 “ETF가 워낙 다양하게 진화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차별화된 펀드를 어느정도 규모로 시장에 상장시킬 지가 관건”이라며, “지금까지는 코로나19 이후 자산버블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지수 전반이 호조를 보여 펀드간 차별화가 크지 않았으나 내년엔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여 운용사간 어떤 펀드를 대표 선수로 상장 시킬지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도 안착을 위해 고려해야 할 부분도 지적된다.
또 다른 대형 운용사 임원은 “새로운 펀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펀드를 상장시키며 클래스(가칭 X클래스)를 추가하는 것인데 상대적으로 비용이 줄어드는 것인 만큼 다른 클래스로 가입한 고객들과 X클래스로 가입한 고객 사이에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의 A, C, E 클래스 등에 X클래스보다 더 많은 판매보수와 운용보수가 책정돼 있고, 그 비용으로 펀드매니저들이 탐방도 다니는 등 각종 비용으로 쓰는데 클래스별 비용 기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선 임원은 “판매사 입장에서도 고객이 상담을 해오면 비용효율적인 X클래스를 권해야 하는 선관주의의무를 지켜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몇 달 더 시간이 남은 만큼 이러한 기술적인 문제들에 대해 고민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운용사 입장에서는 기존 ETF와의 제살깎기(Cannibalization) 문제, 경쟁력 있는 펀드를 상장시키기 위한 업계간 눈치보기 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