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빠른 성장...코스피 1일 거래량 3분의 1 차지
비교 플랫폼 도입, 비효율성 우려 목소리도 있어

19일 ‘ETF 시장의 변화와 발전 방향’ 참석자들.
19일 ‘ETF 시장의 변화와 발전 방향’ 참석자들.

ETF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자본시장연구원이 상장지수펀드(ETF) 비교 플랫폼 도입을 제안했다. 국내 ETF 정보 제공 시스템이 산재되어 있고 비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이 경우 소수의 대형플랫폼이나 핀테크사가 이를 독점할 여지도 있어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19일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파생상품학회는 ‘ETF 시장의 변화와 발전 방향’을 주제로 공동 정책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스트레이트뉴스는 ETF 비교 플랫폼 도입 논의와 관련해 일부 대형사의 독점 가능성 이슈에 대해 질의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플랫폼이 지나치게 커져 시장 지배력을 갖게 될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한국거래소나 규제감독 당국이 플랫폼 운영에 적극 나선다면 대형화로 인한 우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해외에서는 여러 ETF 거래 플랫폼 간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며 “국내에서도 플랫폼 활성화 이후 시장 상황에 따라 이 문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위원은 “ETF 투자자들이 상품의 세부 정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관심이나 유행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ETF 정보 제공 시스템이 산재되어 있고 비효율적이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정책 당국과 유관기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ETF 비교 플랫폼 도입이 시장의 유연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투자자 보호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혁선 카이스트 교수는 “모든 비용이 숨겨지지 않고 투명하게 공개되어 투자자들이 정보 비대칭 없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수익률이 상품마다 큰 차이가 나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하고 투명한 정보 제공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ETF 비교 플랫폼이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창화 금융투자협회 전무는 “증권사나 은행과 같은 판매사가 직접 ETF 정보와 비교 기능을 직접 제공하는 것이 더 실효적”이라며 “일부 증권사는 이미 유사 ETF 비교, 5년 수익률, 배당률, 시가총액 등의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무는 “정보를 한곳에 모아 플랫폼을 만드는 방식은 현재 트렌드와 맞지 않을 수 있다”며 “사무관리 회사와 협력해 투자자가 가장 편리한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편의성과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TF 비교 플랫폼 도입을 논하기 앞서 국내 자산운용사의 자산운용 규모가 커진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4년 12월 3일 기준으로 총 932개의 ETF가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다. ETF의 벤치마크 지수를 제공하는 기관은 35개에 달하며, 추적 지수의 총 개수는 684개 수준이다. 10월 기준 KOSPI 대비 ETF 자산총액은 7.8%, 일평균 거래금액은 33.6% 수준에 이른다. 

최수정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ETF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지만, 투자자 보호와 정보 접근성의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ETF 상품 구조의 다변화는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만큼 복잡성도 증가하고 있고 시장과 운용사 모두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2010년 10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국내시장에 상장한 미국 주식형 ETF의 시장가격 기준 수익률과 순자산가치(NAV) 기준 수익률 모두 펀드 수수료와 음의 관계를 나타났다. 또한 펀드 유동성(매수-매도 스프레드로 측정)이 낮은 펀드일수록 성과가 저조했다. 미국 주식형 ETF에서 환헤지 비용은 연간 약 4%로 추정된다.

최 교수는 “투자자들이 추종 지수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며 “괴리율, 추적 오차, 수수료율 등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원화된 공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ETF 상장폐지에 따른 세금 등 유의사항을 투자자에게 충분히 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한편 국내 ETF 시장이 다변화와 경쟁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시장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성장 속도 측면에서는 매우 빠른 편”이라며, 특히 “공모펀드 대비 비중이 36.8%로 상위권에 속한다”고 말했다.

과거 ETF는 코스피 200이나 코스닥 150 같은 국내 시장 대표 지수를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 2차전지, 빅테크, AI 등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테마형 ETF가 대거 출시되면서 투자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권 연구위원은 “레버리지, 인버스, 커버드콜, 합성형 상품이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액티브 ETF의 비중도 약 3분의 1에 달하며, 신규 출시 펀드 수로만 보면 패시브형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대표지수형 ETF에서는 운용 보수율 인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반면, 테마형, 업종·섹터형 상품에서는 보수율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며 “이는 운용사들이 차별화 된 상품을 제공하며 수익성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해 기준 시장대표지수형 ETF의 보수율은 눈에 띄게 낮아졌지만, 테마형 ETF의 보수율은 높게 유지되는 모습”이라며 “특히 운용사들이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투자자 효용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향으로 변화가 진행 중”이라고 평가했다.

ETF 시장의 다변화는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동시에 위험 요인에 노출될 가능성을 높인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급자 측면에서 글로벌 시장의 상품 구조 다변화 추세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라며 “최근 운용사들이 자체 비용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파생형, 테마형, 액티브형 상품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권 연구위원은 “수요자 관점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테마형과 파생형 상품을 선호하며, 비용보다는 상품의 매력도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며 “이런 개인 투자자의 성향이 테마형과 파생형 ETF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운용사와 투자자 모두 장기적인 시장 안정성을 위해 변화하는 상품 구조를 면밀히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은정 한국파생상품학회 회장은 “국내 시장에서 테마형, ESG형, 레버리지, 인버스 상품 등 다양한 유형의 ETF가 개발되면서 투자자들에게 보다 정교한 투자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은 “ETF 상품 구조가 전통적인 시장 대표 지수형에서 파생형, 테마형, 액티브형으로 급격히 다양화되고 있다”며 “시장 변화가 투자자들에게 양면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다변화는 투자자들의 상품 선택 폭을 넓히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다양한 위험 요인에 투자자들이 노출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야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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