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무더위로 치솟던 '추석' 고물가 수준
한은, “소비자물가 오르다 차차 안정화될 것”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내수 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국민 10명 중 7명은 올해 설날 물가가 지난해 설날 대비 올랐다고 느낀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올해 연초 소비자물가가 2% 수준으로 높아졌다가 하반기에 안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6명을 대상으로 ‘설 명절 물가체감도’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의 69.8%가 지난해 설 대비 올해 설 물가가 올랐다고 느끼는 것으로 집계됐다. 22.6%는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했고, ‘하락했다’고 느낀 응답자는 3.1%에 불과했다. ‘모름’ 응답자는 4.4%였다.
상승 답변이 많았던 권역은 광주·전라(72.0%), 대전·세종·충청(71.8%), 서울(70.8%) 등이었고 상대적으로 부산·울산·경남(67.1%), 인천·경기(68.6%), 대구·경북(69.4%) 등에서 상승 답변률이 낮았다.
연령별로는 40대(72.5%), 50대(77.3%), 60대(70.5%) 등 중장년층에서 체감 물가 상승을 타 연령층 대비 높게 인지하고 있었다.
성별로는 집안의 살림살이를 주로 맡고 있는 여성(72.1%)이 남성(67.6%)보다 설 명절 물가 상승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4개월 전인 지난해 9월 추석 물가의 1년새 체감도 변화를 여론조사했을 당시 69.7%가 상승을 체감한다고 응답해 4개월 사이 명절 물가 상승 체감 답변이 소폭(0.1%p) 상승했다. 또 당시 4.8%가 ‘체감물가 하락’이라고 응답했던 것과 비교 이번 설 조사에서는 3.1%에 그쳐 상당폭(1.7%p) 상승 체감 답변자가 줄었다.
지난해 추석 당시는 여름부터 시작된 역사적 무더위가 장기화되며 채소, 과일 등 물가가 치솟은 영향이 있었다. 4개월 뒤인 현재는 지난 연말 대통령 계엄 선언과 탄핵 정국, 제주항공 비행기 사고 등에 따른 소비심리 하락과 내수 침체가 이어졌음을 감안할 때 체감 물가에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더 상승했다고 느끼는 상황에 주목된다.
한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는 “실제 가격과는 상관없이 일반 소비자들이 느끼는 물가는 심리가 크게 작용한다”며, “유가가 기조적으로 오르고 있고, 달러 강세와 정국 불안에 따른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수입물가 등이 올라 피부로 느끼는 물가가 더 직접적으로 와닿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기대했으나 원/달러 환율 급등을 우려해 동결에 나선 것도 심리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1월 금통위 이후 내놓은 경제전망 자료에서 지난해 소비자물가 2.3%, 에너지 등 단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제외한 근원물가 2.2% 등으로 집계하며 당초 전망에 부합했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초에 2% 수준까지 높아졌다가 이후 소폭 낮아져 1%대 후반에서 등락하겠으며, 하반기에는 목표수준 근방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2024년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로 2023년 12월 유가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로 높아져 같은해 11월(1.5%)대비 상승한 바 있다.
한편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1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1.2로 집계됐다. 작년 12월(88.2)보다 3.0포인트 상승했지만 두 달 연속 100을 밑돌았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 구성 15개 항목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등 6개를 떼어내 산출한 지표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소비자의 기대 심리가 장기평균(2003∼2024년)과 비교해 낙관적이라는 뜻이고,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계엄사태가 있었던 12월 급락 이후 소폭 심리가 반등했지만, 여전히 중장기적 소비심리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게 한국은행 해석이다.
이번 조사는 1월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100% RDD 방식)를 실시한 결과이며 표본수는 2006명(총 통화시도 3만 5626명, 응답률 5.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이다. 통계보정은 2024년 12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림가중)으로 이뤄졌다. 자세한 내용은 조원씨앤아이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