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참여율 저조..일부 병원, 실손24 수수료 요구하기도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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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청구 자동화 제도가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됐지만, 보험가입자들은 여전히 불편함을 느낀다. 의료계에서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제도가 완전히 정착하기 까진 소정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보험개발원은 올해 주요 보험산업 과제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꼽았다. 

실손보험은 병원비의 일정 금액을 보장하는 민간보험 상품이다. 하지만 가입자가 4000만명에 이를 정도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실상 국민건강보험의 보완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위상에도 불구하고 실손보험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험가입자 입장에선 제출해야 할 서류가 ▲진료비 세부 내역서 ▲의사 소견서 ▲입퇴원 확인서 ▲처방전 영수증 등 다양하고, 간단한 진료의 경우 청구금액도 소액이다보니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2009년 국회에서 처음 논의됐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번번이 부딪혔다. 그러던 중 제21대 국회 정무위원회는 2023년 10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실손청구 간소화가 국회에서 논의된지 14년 만이다.

‘실손24’는 지난해 10월 병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1단계 시스템을 오픈했다. 이는 소비자가 별도 서류를 발급할 필요 없이 간편하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시스템이다. 

보험업계는 “모든게 디지털화 된 시점에서 보험금 청구 서류를 일일이 발급받아 따로 또 전송하는 불편한 시스템이 지속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를 중심으로 시스템은 구축했지만, 의료계 참여율은 여전히 저조하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보험사의 지급거절 명분으로 악용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고, 환자 개인정보 보안을 담보할 수 없는 불완전한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허창언 보험개발원 원장은 지난달 신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올해 병상 30개 미만 의원과 약국에 대해 실손 청구 간소화를 즉각 시행하는 방안에 대해 법적 검토를 한 결과 문제없다는 답을 받았다”며 “지난해 참여하지 못한 병원을 포함해 의원과 약국 등과도 접촉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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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는 “의료기관 내 환자의 정보를 전산시스템을 통해 보험사에 전달하는 중개기관을 규정하고, 이 중개기관으로 보험개발원을 설정한 것도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이봉근 대한의사협회 실손보험대책위원회 간사는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보험업계가) 보험개발원을 중심으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진행하고 싶어하지만, 현재 개원가에서 사용하는 전자의무기록(EMR) 프로그램이 보험개발원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의협이나 의사회원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시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업계는 실손24 활성화를 위해 시스템 개발 및 구축 비용 1000억 원을 부담했으나, 병상 30개 이상급 의료기간의 실손24 시스템 참여율은 전체 대상 대비 7%(500여 곳)에 불과하다.

보험개발원 실손청구전산화추진단 관계자는 스트레이트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달 31일부터 보건소 등 3475개에 대한 실손청구 서비스가 오픈 될 예정”이라며 “3차 확산이 마무리되면 병원 참여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느슨한 규제도 의료계의 저조한 참여율에 일조하는 상황이다. 보험업법 제102조의6은 ‘실손의료보험계약의 보험금 청구를 위한 서류 전송’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해당 법안 제2항에 따르면, 병원과 약국 등은 전송대행기관(보험개발원)과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이를 어겨도 처벌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에선 “관련 규정을 손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일부 의료기관은 실손24 전송 건당 수수료 등 추가 비용을 보험가입자에게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타 핀테크 업체가 제공하는 실손 청구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이용료를 부과할 여지가 있지만 실손24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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