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버시 이슈' 관련 민감 개인정보 섬세히 다뤄야
허창언 원장 “필요 시 일부 적용 항목 조정” 여지 남겨
보험개발원이 사용자 기반 보험(UBI) 상품에 적용 가능한 안전운전점수 산출모형을 연내 시행하도록 추진한다. 다만 해당 모형을 만들기 위해 수집하는 데이터 중 일부는 운전자가 민감하게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해 허창언 보험개발원장은 “관련 모형을 테스트 중”이라며 “필요 시 일부 적용 항목을 조정할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5일 보험개발원은 ‘초연결 시대 보험산업의 플랫폼으로’를 주제로 여의도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허창언 원장은 이날 모빌리티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동차보험 상품 개발 계획을 밝혔다. 운전자의 실질적인 운전습관 데이터를 반영해 보다 정교한 보험 상품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보험개발원은 2024년부터 ‘운전습관 데이터 플랫폼 구축’ 로드맵의 2단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안전운전점수 산출모형을 개발해 맞춤형 보험상품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허 원장은 “모바일 앱을 통해 집적된 운전습관 데이터를 분석해 급출발, 급감속, 급정지, 급회전, 급유턴, 주행시간, 스마트폰 조작시간, 심야운전시간 등 운전지표에 따른 사고위험도를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안전운전점수 산출모형을 개발하고, 운전습관별 보험상품 적용 방안을 검토한다는 구상이다.
이날 스트레이트뉴스는 “운전 중 스마트폰 조작시간 데이터를 제3자에게 제공할 경우, 운전자가 민감하게 느낄 수 있다”며 “이러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개발원에서 어떠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질의했다.
허 원장은 “운전습관 데이터를 활용한 보험료 산정 모델을 테스트하고 있다”며 “현재 운전습관 점수를 모아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최종적으로 보험료를 적용하는 과정에서는 일부 항목이 제외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UBI(유저 베이스드 인슈어런스) 상품을 판매하는 대표적인 보험사인 기이코(GEICO)도 급정지, 급가속, 운전 시간대(심야 여부), 주행 거리, 주행 속도, 날씨, 경로 일관성 등의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는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 여부까지 분석하고 있으며, 스테이트 팜(State Farm)도 ‘드라이브 세이프 엔 세이브(Drive Safe & Save)’ 프로그램을 통해 비슷한 방식으로 운전습관을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존재한다. 허 원장은 “다이렉트 라인(Direct Line)과 헤이스팅스 다이렉트(Hastings Direct) 같은 영국 보험사들도 음주 및 스마트폰 사용 여부를 중요한 평가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식으로 UBI 산출모형을 만들기 위해 보험상품 개발 과정에서 여론 수렴이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허창언 원장은 “보험상품을 만들 때는 세미나와 공청회 등을 거쳐 여론을 반영하며, 급격한 변화는 저항이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언론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도와준다면, 운전자들도 운전 습관이 개선되고 결국 윈-윈(win-win)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허 원장은 “보험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모바일 앱 모듈을 각 보험사의 모바일 앱에 이식해 운전습관 데이터를 집적한다”고 설명했다. 이 앱은 블루투스 연결을 통해 차량 정보를 등록하고 탑승 여부를 확인하는 기능을 갖추며, 운전습관 정보를 생성·전송하고 운전점수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탑재될 예정이다.
허 원장은 “글로벌 UBI 시장 규모가 2023년 기준 약 320억 달러 수준이었다”며 “하지만 오는 2033년에는 299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그는 “운전 습관이 좋은 운전자는 보험료 할인을 받고, 반대로 위험 요소가 많은 운전자는 적절한 보험료를 적용받게 된다”며 “이러한 시스템이 정착되면 운전자들이 조심스럽게 운전하게 되고, 사고가 줄어들면서 긍정적인 효과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허 원장은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를 획기적으로 간소화한 ‘실손 24’의 2단계 확산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그는 “실손 24는 국민이 불편하게 느꼈던 보험금 청구 절차를 혁신적으로 바꾼 서비스”라며 “의원급 의료기관과 약국을 대상으로 한 확대 적용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운전습관 데이터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한다”며 “공공 데이터 및 보험산업의 기술력을 결합해 체계적인 데이터 활용을 기반으로 보험산업 혁신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험 정보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 맞춤형 정보와 편의를 제공해 대외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부연했다.
보험개발원은 국내 보험사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허 원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보험 상품을 보험사가 적극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생명보험과 자동차보험의 데이터 활용 시스템을 개편한다”고 말했다.
또한, “K-보험 인프라 개발 지원 사업을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보험산업의 위상을 높이고, 친숙한 보험 환경을 조성해 국내 보험사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보험사기 방지 대책도 강조했다. 허 원장은 “빅데이터와 AI 분석 기술을 접목해 고의 사고 의심 사례를 찾아내고, 수리비 적정성을 검증해 보험금 지급 절차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