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보험료 인상 가능성 제기
롯데손보·한화손보 등 중소형사 우려 더 커
손해보험업계에서 금융소비자 상생 차원에서 자동차보험료를 3년 연속 인하했지만 상반기 손해율이 악화했다. 특히 지난 한달간 이어진 집중호우 탓에 침수피해가 발생하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업계가 내년 초 보험료를 다시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7월 6일부터 23일 오후까지 집계된 집중호우 차량침수 피해 차량은 3549대, 추정손해액은 319억745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7월 자동차보험 손해율 집계까진 약 2주 가량 남았지만 이미 업계에선 집중호우에 따른 손해율 상승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침수피해 규모만 봐도 현재까지 집계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확실히 6월과 비교해 높아졌다”며 “각 회사 마다 이를 대비해 미보고발생손해액(IBNR)을 쌓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보고발생손해액이란 보험회사가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하였으나 아직 보험회사에 청구되지 아니한 사고에 대해 향후 지급될 보험금을 추정하여 부채인 책임준비금 중 지급준비금으로 계상한 금액으로, 은행업계의 충당금과 비슷한 개념이다.
대형 손보사들은 2022년 초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2% 내외로 할인했다. 지난해는 2.0~2.9% 수준으로 자동차보험료를 내렸다. 손보업계는 올해 2월 역시 정부가 추진한 상생금융 동참 차원에서 2~3% 가량 보험료를 내렸다.
그동안 손보사가 보험료를 내린 건 그만큼 실적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익은 전년 대비 15.9%(759억원) 증가한 5539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기준 국내 손보사의 자동자보험 손해율은 80.7%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대비 0.5%포인트(p) 낮은 수준이다.
특히 자동차보험 취급 손보사 중 상위 6개사가 대부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해 상생경영 동참 유도가 쉬운 것도 연이은 보험료 인하의 한 원인이다.
다만 지속적으로 보험료를 내린 탓에 올해 상반기 집계는 손해율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대형 4개사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평균 79.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77.2% 대비 2.3%p 높아진 수준이다.
각 보험사가 기록한 6월 기준 손해율을 보면, DB손보가 78.7%로 가장 낮았다. 이어 메리츠화재 78.8%, 삼성화재 79.2%, KB손보 79.4%, 현대해상 80.7% 순이다. 중소형사에선 롯데손보 82.1%, 한화손보 81.8%로 나타났다.
보험학계에선 업계 전반의 손해율 상승 우려를 두고 특히 중소형 손보사의 타격을 우려했다. 천지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 규모별로 보면, 2022~2023년 대형사의 경우 차량 1대당 경과보험료와 사고빈도의 영향으로 손해율이 줄었다”며 “반면 중소형사는 대당경과보험료 및 사고심도가 악화되면서 손해율이 확대되는 등 상이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천 연구위원은 “최근 단행된 보험료 인하가 주로 개인용 자동차보험을 중심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개인용 비중이 비교적 높은 중소형사의 손해율이 더 크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보험료 인하 효과가 점진적으로 반영되고, 사고심도 증가 추세가 유지될 경우 전체 손해율은 증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적정 수준의 손해율 유지를 위해 리스크를 반영한 보험요율을 산정하고 보험금 누수 억제 등을 위한 환경 조성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보험업계에선 내년도 자동차 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높은 손해율이 장기화 될 경우, 회사 입장에선 보험료 인상 카드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며 “보험사들이 현재 보험료 수준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손해율이 자동차 침수피해나 사고 자체에만 기인하는 것 보단, 한방 과잉진료 등이 더 큰 문제”라며 “본질적인 헤결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소속 송언석 기획재정위원장이 지난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는 2014년 2722억원에서 지난해 1조4888억으로 10년간 약 5.5배 늘었다.
10년 동안 비급여 항목 중 약침은 143억원에서 1551억원으로 약 10.8배 급증했다. 물리요법은 83억원에서 642억원으로 7.7배, 첩약은 747억원에서 2782억원으로 3.7배 상승했다.
송언석 의원은 “경미한 교통사고 환자에 대한 과잉진료와 치료는 자동차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경제적 부담을 초래한다”며 “교통사고 한방치료 환자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