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 염두에 둔 '프론트 로딩'...중·장기 전망은 안갯속
4월 대미수출 감소...향후 시장 수요 감소 및 실적 악화 유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 주도로 관세전쟁이 진행중인 가운데, 한국 경제는 벌써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수출 실적 왜곡성장률 하향 조정통화당국의 대응 실패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스트레이트뉴스는 ‘흔들리는 한국경제'’ 시리즈를 통해 한국 경제의 내일을 심층 조망한다. <편집자 주>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연합뉴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연합뉴스

2025년 1분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대표 기업들이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성장의 이면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정권의 관세 정책을 고려한 선제적 수출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SK하이닉스, 호실적 이면의 경고등


2일 산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으로 17조6391억원, 영업이익 7조4405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두 번째로 높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 42%, 영업이익 158% 증가한 수치로, AI 수요 증가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D램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가 주효했다 . 

특히, HBM3E 12단 제품의 판매 확대와 PC 및 스마트폰용 제품 판매 증가로 D램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한 자릿수 후반 증가하였으며, 평균판매가격(ASP)은 전 분기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프론트 로딩’으로 해석하면서, 인공지능(AI) 투자 둔화와 미중 무역 리스크로 향후 수요 둔화 가능성을 지적했다. 현재 주가는 수요 둔화를 일부 반영한 수준으로 평가되며, 업계 경쟁력을 감안할 때 적극적 매도는 부적절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프론트 로딩이란 경제·산업·무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나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해 수요나 활동을 ‘앞당겨서’ 미리 수행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관세 부과에 앞선 풀인 수요로 출하량이 소폭 증가했으며, 이번 1·4분기의 HBM 매출액이 전기대비 6% 증가한 6조3000억원으로 디램 내 매출 비중의 45%를 달성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도 “만약 2026년 테크 업체들의 AI 투자와 GPU내 HBM 탑재량 증가가 쉬어가는 해가 된다면 일시적인 HBM 수요 증가율의 둔화가 나타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송 연구원은 “SK하이닉스 현주가는 당사의 2025회계연도 예상 주당순이익(BPS) 대비 1.3배 수준이며 이는 경쟁력 강화와 AI수혜에 따라 지난해 상향 조정된 동사의 새로운 주가순자산비율(PBR) 밴드 (1.4~2.4배)에서 하향 이탈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 최고 경쟁력을 감안 시 현주가는 이미 일반적인 경기 및 업황둔화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당사는 현재 동사주식에 대해 적극적인 매도 전략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SK하이닉스 제공

김영권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익 성장성과 수익성을 고려하면 역사적 고점으로 PBR 2.0배를 부여해도 큰 무리가 없으나, 하반기 HBM 경쟁사의 진입 가능성과 관세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벨류에이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최종 수요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중 무역 분쟁과 상호관세 부과는 결국 최종 수요를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되며, 클라우드서비스업체들의 인공지능(AI) 투자도 둔화되는 추세여서 내년 HBM 수요도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이민희 연구원은 “HBM에서 동사의 경쟁력 우위와 올해 D램 시장 점유율 상승은 긍정적이나, 수요 둔화로 벨류에이션은 낮아져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덧붙였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고가의 HBM3E 12단 제품 판매 비중 확대와 분기 후반의 범용 메모리 판매량 호조가 전사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며 "D램 출하량은 관세에 대비한 재고 축적 수요로 회사 측 가이던스를 소폭 상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증권가 “삼성전자, 사상 최대 매출에도 걱정”


삼성전자 역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79조1400억원, 영업이익 6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갤럭시 S25 시리즈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판매 호조와 고부가가치 가전제품의 판매 확대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 부문은 매출 25조1000억원, 영업이익 1조100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7%, 42% 감소했다. 이는 HBM 판매 감소와 파운드리 사업의 수요 약세, 고객사 재고 조정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이후 수요 흐름 개선으로 삼성전자의 상반기 실적은 양호할 것으로 보여지지만, 하반기와 내년 수요 전망은 불투명하다”며 “한동안 제한적인 박스권 주가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을 통해 투자자들은 메모리와 파운드리의 추가적인 이익 악화가 일단락되고, 바닥을 확인했을 것"이라며 "PBR 0.9배의 현재 주가에서 하방 경직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추세적 주가 상승의 계기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문제는 이러한 ‘프론트로딩’ 효과가 향후 시장 수요 감소 및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5년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수출액은 582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7% 증가했다.

특히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117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17.2% 증가했다. 이는 역대 4월 중 최대 실적이다. DDR4 8GB 고정가격이 지난해 4월 이후 12개월 만에 반등한 가운데 HBM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수출의 호조세가 지속된 영향이다. 그러나 지난달 대미 수출 규모는 106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6.8% 감소했다. 미국발 관세 충격이 본격화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는 미국의 관세 조치와 같은 수출환경의 불확실성 하에서 우리 기업의 피해 최소화와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해 가용한 모든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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