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산 늘려도 제조원가 상승 부담 상존
로보택시 출시한 테슬라…산업 패러다임 전환 촉발
국내 산업 공동화·제조 혁신도 결국 “AI 인프라 필요”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이재명 정부의 인공지능(AI) 인프라 지원 정책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도 필수 과제로 지목된다. 중국에서 밀려난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테슬라와 경쟁하면서, 완전자율주행 시대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 생산 확대로 불가피해진 국내 산업 공동화 문제도 AI 인프라를 확충하면 핵심 제조 시설의 이탈을 막고 일자리도 대체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철수하고 국내선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를 겪은 현대차는 트럼프발 관세 장벽 때문에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그런 미국은 전기차 부문 테슬라가 이미 절반을 점유한 시장이다. 현대차는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 이슈로 테슬라 점유율에 타격을 입기도 했지만, 최근 로보택시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자율주행시대 열려…완성차 경쟁 더 치열할 듯
로보택시는 구글 산하 웨이모가 먼저 시작했지만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 기술 상용화를 시도해 발전했다. 테슬라가 이번 로보택시에 성공하면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이 바뀔 정도의 파급력이 예상된다.
내연기관차로의 회귀를 유도해온 트럼프 행정부는 아이러니하게도 전동차 전환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관세 장벽, 이민자 추방 정책으로 인해 미국 내 완성차 제조비용이 높아져 판매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고 반대급부로 로보택시 수요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성호재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미국은 풍부한 수요에도 높은 임금과 건설비로 인해 수요의 절반가량을 해외에서 수입해왔다”며 “대부분 업체가 현지 판매물량 30~5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25%의 관세는 소비자에게 일부 전가가 불가피하고 판가상승과 인센티브 축소로 인해 미국 내 완성차 수요 위축이 예상된다”고 했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둘째로 큰 완성차 시장이다. 중국에선 세계 전기차 1위 BYD 등 로컬 업체가 점령해 자국 내 가격경쟁이 치열하다. 현대차가 막대한 투자 부담에도 미국 생산 확대에 안간힘을 쓰는 이유다. 현지 신공장이 가동돼도 관세 등 원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진 않는다. 원가 문제는 상대적인 것으로, 미국 역내 완성차들과 경쟁하기 위해 제조비용을 더 낮춰야 할 부담이 생긴다.
업계 관계자는 “로보택시가 발전하면 자가 차량을 구매하려는 수요 자체가 감소할 것”이라며 “그러면 관세와 더불어 미국 내 높은 인건비 등 제조비용이 부담되고,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압박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포드와 스텔란티스는 미국 내 생산시설로 이미 완전한 관세 회피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도 주요 모델의 미국 내 부품 조달률이 높고 미국 판매물량 전부를 역내 생산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열위한 현대차는 현지 생산체계가 갖춰질 때까지 힘겨운 시간이 예고돼 있다.
◇AI 제조 역량, 현대차 혼자선 안 돼
차후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공장 자동화가 승부처가 된다. 현대차가 미국에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로봇 기술은 현지 생산의 자동화 전환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여전히 적자이며 기술 수준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시장에선 보스턴다이내믹스 내 소프트뱅크 지분 20%에 대한 풋옵션 행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현대차가 흡수한 뒤 상장을 본격화할 것이란 시나리오도 나왔다. 풋옵션 행사 후 기술 투자도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업종 내 주요 업체들은 AI와 데이터 기반 자동화 솔루션을 통한 제조 효율성 증대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특히 최근 생성형AI를 활용한 휴머노이드로봇의 생산 현장 적용 및 디지털트윈을 활용한 실시간 라인 최적화 등 자동화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스마트팩토리 등 공급망 유연성 극대화를 위한 업체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했다.
비록 현대차가 로봇 복병을 준비하고 있지만 스페이스X에서 위성까지 쏘는 테슬라와 비교하면 AI 인프라가 역부족이다. 그래서 더욱 국내 AI 인프라 조성을 공약한 정부 정책 수요가 높다. 정부가 지방에 AI 인프라를 조성하면 제조업 사양화, 해외 이탈 등으로 공동화 문제가 생긴 지역경제 위기도 대안이 생긴다.
물론 그보다 시급한 과제는 관세 장벽에 대한 외교적 해결, 수출 다변화 등이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지역별로 미국 수출물량은 울산이 많은 편이나 대미 수출 비중은 30%대로 고관세 충격 분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생산물량의 대부분을 미국에 판매하고 있는 경남 자동차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는 “부품산업은 고관세의 직접적 영향과 함께 국내 생산 감소에 따른 수요 축소, 납품 단가 인하 압박 등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피해가 유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세제 지원 및 경영 안정화 등 단기적 지원과 기술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장기적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며 “자동차산업이 전국적으로 입지해 있으나 지역에서 생산하는 차종과 부품에 따라 관세 정책 변화에 미치는 영향의 차이가 있어, 지역경제 대미 수출 구조에 따른 차별화된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