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건은 ‘지배구조·투명성’ 해소
최근 공모주 시장이 다시 분주해지고 있다. 핀테크부터 인공지능(AI)과 바이오, 건설 등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들이 잇따라 상장 준비에 나선 상황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파죽지세, IPO 도전> 시리즈를 통해 예비심사, 증권신고서 정정, 주관사 선정 등 자본시장 회복세 속에서 상장을 추진하거나 검토 중인 주요 기업들의 전략과 과제를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가상자산 열풍 속에 국내 대표 거래소 빗썸이 2026년 코스닥 입성을 목표로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했다. 삼성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한 빗썸은 현재 기업 실사에 착수했으며, 향후 예비심사 청구와 증권신고서 제출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상장을 통해 자금 조달은 물론, 제도권 기업으로서의 신뢰 확보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 당국 ‘투자자 보호 지적’…빗썸 “정정신고서 제출로 보완 완료”
8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내년 4월 상장을 목표 시점으로 설정하고 실사 작업과 상장 전략 수립을 병행하고 있다. 가상자산업계에서 주요 경쟁사들이 아직 상장 계획을 구체화하지 못한 가운데, 빗썸의 행보는 업계 전체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4월 금융감독원은 빗썸이 제출한 인적분할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특히 분할 구조가 회사의 경영 및 재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설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빗썸은 현재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으로의 인적 분할을 준비 중이다. 분할 이후 존속법인 ‘빗썸’은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 등 핵심 사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며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반면, 신설법인은 신사업 발굴 및 전략적 투자에 초점을 맞춰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구조 개편을 통해 빗썸은 보유 중인 투자 관련 자회사 주식을 신설법인에 이관하게 된다. 일부 계열사 지분의 경우 세법상 적격 분할 요건을 충족한 이후 순차적으로 이전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가상자산업계에선 빗썸의 인적분할 추진이 향후 IPO 과정에서도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명확화와 투자 유치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 사업과 신성장동력 간 역할 분담이 보다 명확해지면, 각 법인의 경영 효율성도 개선될 거라는 기대다.
빗썸 관계자는 스트레이트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관련 내용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신고서를 보완했고, 이후 정정신고서를 다시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분할 이후 조직 변화와 사업 구조, 재무적 영향 등을 명확히 기술하여 투자자들이 회사의 재무 건전성과 성장 전략을 보다 투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는 IPO를 추진함에 있어 투자자 보호를 위한 핵심 기준 중 하나로, 향후 상장 심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간 빗썸을 둘러싸고 꾸준히 제기돼온 의혹 중 하나는 복잡한 지배구조였다. SG BTC, DAA, BTHMB홀딩스 등 다양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얽힌 지분 구조는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회사의 실제 지배력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빗썸 관계자는 “5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며 주요 지배구조를 대외적으로 공개했고, 인적분할 관련 증권신고서에서도 지배구조도를 명확히 제시했다”며 “관련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자평했다.
그는 “의사결정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부적으로도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상장 이후에도 관련 내용을 적극 공시해 투자자 신뢰를 쌓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비덴트 지분 영향력 제한” 강조
코스닥 상장사 비덴트는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심사를 받는 위기에 직면하면서, 보유 중인 빗썸홀딩스 지분 34.22%에 대한 공개 매각에 나섰다. 해당 지분은 사모펀드 ‘이니셜 1호 투자조합’과 연계돼 있으며, 비덴트는 매각 희망가를 약 2000억원 수준으로 제시한 상태다. 공개 매각은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최종 상장폐지 여부를 판단하기 전인 6월 말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됐다.
이번 지분 매각은 단순한 재무적 구조조정을 넘어, 빗썸의 지배구조에도 중대한 변화를 야기했다. 그동안 빗썸은 최대주주 변경과 관련한 법적 분쟁 및 경영권 갈등으로 인해 시장에서 지속적인 불확실성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최근 이정훈 전 의장 측이 비상장사 디에이에이(DAA)를 통해 콜옵션을 행사하며 빗썸홀딩스의 최대주주 자리를 확보했고,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비덴트가 보유한 빗썸 관련 지분이 새로운 주체에게 넘어가면서, 빗썸은 오랜 기간 발목을 잡아왔던 소유구조 리스크를 일부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빗썸이 지배구조를 정비하고 경영 투명성을 확보함으로써, 상장을 향한 전략적 준비에 본격 나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빗썸은 “추후 비덴트와 관련된 논란이나 평판 리스크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행 지배구조 하에서 비덴트는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며 “향후 법령에 따라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외 신뢰 확보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빗썸은 상장 후 제도권 기업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이사회 구성 및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도 검토 중이다. 특히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도입을 포함한 거버넌스 구조 강화를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소수주주 보호를 위한 정책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회사 측은 “거래 투명성과 책임 경영을 확보하기 위한 기반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며 “투자자뿐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상장사가 되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