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편과 전자투표 의무화… 제도적 신뢰 확보 시도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자본시장이 제도적·구조적 전환기에 진입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주가 지수 상승이 정책의 목표처럼 비춰지지만, 실상은 이면에 자리 잡은 제도 개편과 규제 혁신이 핵심 동력이라는 분석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신정부 주식시장 대전환」시리즈를 통해 한국 자본시장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 

이재명 정부는 ‘밸류업(Value-up)’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워, 정보 비대칭 해소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세제 인센티브 도입을 통해 코스피 5000을 실현 가능한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전자투표 의무화, 상속세 할증평가 폐지,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등 제도 개편과 투자 유인을 병행하며 외국인 자금 유입 확대를 노리고 있다. 


◇ “밸류업은 정책의 총합… 정보 비대칭 해소가 관건”


31일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밸류업 정책은 사실상 모든 경제정책의 총합이라 볼 수 있다”며 “정보 비대칭을 줄이는 제도가 병행된다면, 코스피 5000은 단기 정치 슬로건이 아니라 현실적인 정책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당시 ‘코스피 5000 달성’을 공약으로 제시한 점은 한국 자본시장에 상징적인 메시지가 됐다. 해당 발언은 당시 시장의 과도한 저평가 상태에 대한 문제의식과, 자본시장에 대한 국가 정책의 장기적 방향성을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코스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해방의 날'이라며 국가별 관세 부과 방침을 공개한 직후 연저점(2284.72)을 기록했다. 이후 40% 넘게 상승하며 역사적 고점(3316.08)을 눈앞에 뒀다. 미국계와 유럽계 운용사들의 한국 주식 비중 확대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배당성장주, ESG 우량주 중심으로 자금이 몰리는 양상이다.

인수위 시절부터 시작된 이재명 대통령 정부의 ‘밸류업(Value-up)’ 정책 계승 기조는 문재인 정부 말기부터 추진된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제도화하고, 인센티브 체계를 정비하는 흐름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단순한 ‘주가 띄우기’가 아닌, 구조개혁형 접근이라는 점에서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호평을 얻고 있다.

여당과 정부는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전체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와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추진하면서 대주주 중심의 의사결정 관행에 견제 장치를 마련했다.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고양정)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는 최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사의 충실의무 상법개정과 제도개선 과제’ 토론회에서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상법 개정안에 대해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해 도입됐던 입법 취지를 26년 만에 제자리로 돌려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모든 경영 판단이 아닌,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이 발생하는 사안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된다”며 “인수합병(M&A)이나 유상증자처럼 모든 주주에게 동일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소송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으로는 일부 기업들의 반발을 야기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주주친화적 경영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배구조 투명성’과 ‘주주 이익 환원’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제도 개선은 외국인 자금 유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전자주총 및 전자투표 의무화도 추진 중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사를 대상으로 오는 2027년부터 이를 의무화함으로써, 물리적 거리와 무관하게 주주 권리 행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소액주주 참여율을 높이고, 총회 의사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제도 개선과 함께 진화 중인 밸류업 전략


밸류업 전략은 단순히 기업의 ‘의무’를 늘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정부는 시장에 대한 ‘유인’도 함께 설계하고 있다. 그 대표 사례가 코리아 밸류업 지수(Korea Value-Up Index)다. 이는 가치 개선 노력을 성실히 이행한 기업들을 선별해 지수화하고, 이를 ETF로 연계하는 방식이다.

상장지수펀드(ETF)와의 연동은 기관투자자와 리테일 투자자 양측 모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국민연금 등 대형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들은 해당 지수를 기준으로 ESG·지배구조 개혁 성과가 명확한 기업에 대한 비중을 늘릴 수 있고, 일반 투자자들도 지수 편입 종목을 기준으로 기업을 선별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적극적 주주활동’을 유도하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계획도 함께 전개되고 있다. 이는 정책적 방향성과 자산운용 전략을 일관되게 이어가는 기반이 된다. 투자 유인을 높이기 위한 세제 개편 논의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고배당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투자 시 장기 보유 인센티브 등이 논의되고 있다.

물론 일부는 최근 국회에서 부결되거나 계류 중이지만, 정부는 관련 내용을 수정·보완해 재상정할 방침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부자 감세’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어, 정책 홍보 및 설계 측면에서 보다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상범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합뉴스 제공.
유상범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합뉴스 제공.

한편, 한국의 상속세 제도에서 최대주주가 보유한 상장주식은 일반 주식보다 20% 높은 가격으로 평가되어 과세돼 왔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그동안 이 제도는 상속세 부담을 과도하게 높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질 세율이 60%에 달하는 경우도 있어, 상속인이 경영권 유지를 위해 주식을 팔거나 지분을 줄여야 하는 사례도 많았다.

정치권에선 야당에서도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유상범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22일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와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를 골자로 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30%로 낮추고,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을 일괄적으로 인하하며, 1억 원 이하 상속분은 면세하도록 했다.

또한 비상장 중소·중견기업의 가업승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 온 ‘최대주주 보유 주식에 대한 20% 할증평가’ 제도를 전면 폐지, 기업의 원활한 세대교체와 지속가능한 경영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다.


◇ 공매도 재개했지만…여전히 벽 높은 MSCI 선진국 지수 진입


자본시장 구조 개편의 또 하나의 키워드는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 지수(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정부도 MSCI 선진국지수 진입을 위해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해제하며, MSCI가 요구하는 접근성 개선 과제를 충족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6월 발표에서 한국은 ‘신흥국’ 지위 유지 판정을 받았다. 심지어 ‘선진국 관찰대상국’에도 포함되지 않으며, 시장 내 실망감이 적지 않았다. MSCI는 외환시장 자유화, 투자자 등록 간소화, 배당 시스템 개선 등 18개 세부 항목 중 상당 부분에서 미흡함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선진국 지수 편입은 이르면 2028년, 현실적으로는 2030년 전후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중장기 과제’로 남은 이 사안을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연내 추가적인 외환제도 개편과 국제기준 정비 작업을 예고한 상태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정책의 지속성과 이행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정권 말기로 접어들며 개혁 피로도가 누적되거나, 국회 내 반대에 부딪혀 제도 추진이 좌초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제도 신설·세제 유인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면서, 중간 점검과 정책 투명성을 함께 담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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