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관세 소식에 자동차업계 주가 ‘흔들’…상대적 부담
이재명 대통령 엄청나게 집중...협상 구조 등 직접 정밀 관찰
한미 통상 협상 타결 소식에 장 초반 코스피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자동차 관세 부활 여파로 상승폭을 반납하며 혼조세로 마감했다. 조선주는 1500억 달러 규모의 협력 펀드 수혜 기대에 급등했으나, 자동차주는 15% 관세 확정에 실망 매물이 출회되며 약세를 보였다.
31일 코스피는 장 초반 미국과의 통상 협상 타결 소식에 3288포인트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오후 들어 상승폭을 반납하며 3230선까지 밀려나는 혼조세를 보였다.
업종별로는 조선주와 자동차주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특히 조선업종은 협상 결과 최대 수혜 업종으로 떠오르며 급등세를 연출했다. 한화오션은 장중 15% 가까이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고, HD현대중공업도 9%에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한·미 협상에서 조선업 협력용으로 1500억 달러 규모의 펀드가 조성된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된 결과다. 실제로 이날 한화오션은 외국인 순매수 종목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자동차주는 협상 결과가 실망스럽게 받아들여졌다. 기존 한미 FTA 체제에서는 무관세가 적용되던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이번 협상에서 15% 관세가 부활하면서, 이날 현대차는 -4.48%대, 기아는 -7.34% 하락했다.
당초 정해진 관세율 대비 10%p 인하라는 외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FTA보다 후퇴한 결과라는 점이 시장에 실망감을 안긴 것이다. 여기에 그간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매도세도 더해져 낙폭이 더 커졌다.
이번 합의로 미국이 8월 1일부터 한국에 부과할 예정이던 상호 관세율은 25%에서 15%로 낮아졌고, 자동차 관세 역시 15%로 확정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오늘 새벽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며 “미국이 한국에 8월 1일부터 부과하기로 예고한 상호 관세 25%는 15%로 낮아지고 또한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관세도 15%로 낮췄다”고 말했다.
또한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해 부과가 예고된 품목 관세와 관련해서는 “다른 나라 대비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게 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협상에서는 조선업 분야의 전략적 협력이 핵심으로 포함됐다. 김 실장은 “한미 조선협력 펀드 1500억 달러는 선박 건조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며 국내 기업들의 수요에 기반해 구체적 프로젝트에 투자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율운항 선박 등 미래 선박 분야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업 외에도 반도체, 원전, 이차전지, 바이오 등 대미 투자 펀드 2000억 달러가 조성될 예정이다. 김 실장은 “펀드 운영에 따른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프로젝트에서 나온 산출물은 미국 정부가 인수를 책임지기로 하였으며, 합리적이고 상업적 타당성이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투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축산물 개방 문제에 대해서는 “국내 쌀과 쇠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혀, 미국 측의 강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한국 측이 민감 분야 방어에 성공했음을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가 투자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간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해당 문구는 재투자 개념으로 이해되며, 합리적으로 추론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협상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직접적인 관심과 개입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협상에 엄청나게 집중했다”며 “협상 구조 등을 직접 정밀하게 관찰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관세율에 대해서는 “한국에선 12.5%를 끝까지 주장했지만, 미국 측이 모든 품목을 15%로 정하면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FTA라는 것이 상당히 흔들리고 있다”며 “체제 자체가 많이 바뀌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가 조성되며, 이 중 조선업 특화 펀드 1500억 달러를 제외한 2000억 달러는 보증과 대출 중심으로 구성된다. 직접투자 비율은 낮고, 대부분은 한도 개념 또는 보증 형태로 운용될 것이라고 성명했다.
김 실장은 “오늘의 합의를 통해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제거되었으며 우리 기업들은 주요국 대비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게 되었다”며 “정부도 우리 기업들이 수출 시장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