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외국인 거래 3년째 증가… 허가·2년 실거주 의무화
함영진 우리은행 랩장,“자금조달 불투명성과 거주자 위장, 세금 탈루 여부 등 살펴야”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인천 대부분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이하 토허구역)으로 지정해 주택 매입 시 허가와 4개월 내 입주, 2년 실거주를 의무화했다.
비거주자의 현금 고가·위탁관리인 지정 거래를 정조준해 어둠의 자금 유입과 가격 교란을 걸러내겠다는 취지로, 과세 형평과 실거주 원칙 강화가 기대된다. 다만 거래 허가부터 사후점검 통합 전산화, 고가 현금 거래 자동 정밀심사, 실거주 판정 표준화 등 운영 정교화가 과제로 남았다.
◇ 수도권 외국인 거래 3년째 증가… 허가·2년 실거주 의무화
24일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스트레이트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날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외국인 토허구역 지정 방안은 대출과 세제 측면에서 내국인보다 매입 허들이 낮았던 외국인 주택 구매에 형평을 맞춘 조치”라고 평가했다.
함영진 랩장은 “최근 수도권 6·27 가계대출 규제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강화에 더해, 규제지역 다주택자의 세 부담까지 고려하면 이번 결정은 시장 질서의 균형을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1일 국토교통부가 국세청·금융정보분석원(FIU)과 함께 서울 전역, 경기 23개 시·군, 인천 7개 구를 외국인 토허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지역에서 외국인이 토지면적 6㎡ 이상 주택(단독·다가구·연립·다세대·아파트)을 사려면 관할 지자체 허가가 필요하며, 허가일로부터 4개월 내 입주·2년 실거주가 조건이다. 그동안 사각지대였던 외국인 투기 유입과 시장 교란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수도권 외국인 주택 거래는 최근 몇년 새 빠르게 늘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2년 4568건, 2023년 6363건, 지난해 7296건으로 2022년 이후 연평균 약 26% 증가했다. 올해도 7월까지 4431건을 기록, 3년 연속 증가가 예상된다.
서울은 3월 19일 강남·서초·송파·용산 아파트가 토허구역으로 묶인 뒤 해당 권역의 거래가 줄었지만, 5월 107건에서 6월 124건으로, 7월에는 다시 135건으로 늘었다. 권역별 비중은 경기 62%, 인천 20%, 서울 18%다. 국적은 중국 73%, 미국 14%, 유형은 아파트 59%, 다세대 33%가 차지했다.
비거주 외국인의 ‘위탁관리인 지정’ 거래도 적지 않다. 수도권에서 지난해 295건 발생했고, 제도 도입(2023년 8월) 이후 누계는 497건이다. 미국 316건(64%), 중국 110건(22%) 비중이 컸다.
박준형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위탁관리인 지정 주택 거래는 실거주 목적이 아닌 매입으로, 투기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고가 현금 거래도 포착됐다. 외국인이 전액 현금으로 서울 용산구·서초구에서 각각 180억원, 73억원 아파트를 매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박 정책관은 “외국인이 거래액 대부분을 현금으로 충당하며 최고가를 경신한 계약이 다수 발견됐다”며 “해외 자금으로 국내 집값을 끌어올린 정황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수도권 대부분을 토허구역으로 지정한 배경에는 내국인 역차별 논란이 있다. 앞선 ‘6·27 부동산 대책’으로 수도권 주담대 한도가 6억원으로 묶이고 스트레스 DSR 3단계가 강화되며 내국인 거래가 급감했지만, 외국인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DSR·한도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오히려 거래가 늘었다.
해외 주택 보유 여부 확인이 어려워 다주택 중과(취득세·양도세)를 피하는 사례도 지적돼 왔다. 이번 조치로 외국인의 수도권 토지거래 심사가 강화되면서 과세 형평과 실거주 원칙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 비거주·현금 고가 거래 정조준…’어둠의 자금’ 개선 기대
일각에선, 체감 거래량 자체는 크지 않더라도 ‘신호 효과’를 주목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외국인 거래가 많지 않아 단기 체감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의 투기성 거래 한 건이 미리는 파급력은 크다”며 “사전 차단이라는 관점에서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함 랩장은 “최근 수도권 중심으로 늘어난 외국인의 아파트 매입, 특히 비실거주 비중을 감안하면 실입주 여부 확인뿐 아니라 해외계좌 이용 과세감시망 회피, 예금잔고증명 허위기재, 편법 증여, 불법 환치기 등 자금조달의 불투명성과 거주자 위장, 세금 탈루 등을 꼼꼼히 점검해 차익에 기댄 투기수요 유입을 줄일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외국인의 업무·비즈니스 목적으로 토지 매입을 옥죄는 규제가 아니어서 관련 산업에 미치는 역기능이 낮다”면서 “주택을 취득해 보유하고, 이를 타인에게 양도 전 과정을 개선하는 성격이 강해 내국인과 동일한 과세 형평의 순기능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효과적인 제도 운영을 위해선 지금보다 탄탄한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허가와 사후점검은 하나로 묶여야 한다”며 “지자체의 외국인 토지거래 허가 기록과 국토부·국세청·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를 따로 관리하다보면 자금출처 검증이 헐거워질 수 있기 때문에 허가부터 양도까지 통합 전산으로 이력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금 비중이 높거나 지역 상위 가격구간을 넘기는 계약은 허가 단계에서 자동으로 정밀심사에 걸리게 상시 룰을 명문화해야 한다”며 “책임 범위와 보고 주기를 분명히 하고, 위반 시 과태료나 허가 취소 같은 제재를 명확히 해야 제도가 힘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 시 사전 허가제를 도입하고, 최소 40% 이상의 자기자본 충당을 의무화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최근 3년간 외국인 주택·토지소유 현황’에 따르면 , 외국인의 국내 주택소유 규모는 △2022년 하반기 8만2944호 △2023년 상반기 8만6676호 △2023년 하반기 9만936호 △2024 년 상반기 9만4549호 △2024 년 하반기 9만9714호로 꾸준한 증가세다.
강 의원은 “외국인은 자국 금융기관의 자금을 활용하는 등 국내 대출규제를 전혀 받지 않은 채 부동산을 자유롭게 취득 할 수 있는데, 실수요자인 내국인에게만 고강도의 대출규제를 적용하는 현실은 명백한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