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전산 이관 뒤 재매각 또는 5개사 이전 준비
계약자 불편 최소화 초점...실사 결과 따라 재매각 결정
최근 MG손해보험 보험계약 정보가 예별손해보험으로 옮겨갔다. 예금보험공사는 삼성화재 등 5개 손해보험사에 가입자 정보를 이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재매각 불발 가능성은 여전히 농후한 상황이다.
◇ 122만명 보장 유지… 가교보험사로 지속적 운영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MG손해보험 보험계약 정보가 3일 금융위원회 의결로 예금보험공사가 100% 출자한 가교보험사 ‘예별손해보험(예별손보)’로 옮겨졌다. 다음 날인 9월 4일부터 보험금 지급·보상·상담 등 일상 업무는 예별손보가 그대로 이어받았다.
금융위는 “약 122만명의 보험계약자는 계약조건이 바뀌지 않으며 동일한 보장을 받는다”고 밝혔다. 부동산 등 물적 자산은 별도 계약으로 옮기고, 후순위채 등 ‘보험계약이 아닌 부채’는 이전 대상에서 빠진다.
이번 조치는 5월 14일 정부가 공개한 정리 방안을 실제로 집행한 단계다. 계약자 보호를 위해 먼저 가교보험사로 계약을 옮겨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준비가 끝나면, 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KB손해보험·현대해상 등 5개 손해보험사로 나눠 이전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구상이다. 정리에 드는 비용은 세금이 아니라 예금자보호기금에서 충당한다.
예별손보의 역할은 ‘현장 공백 없이 이어받기’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예별손보는 MG손보 직원 일부를 채용해 같은 사무실·전산설비로 업무를 잇고, 손해사정·의료자문·현장출동 등 외부 위탁업무도 끊기지 않도록 유지한다. 대표이사 명의 안내문, 콜센터·거점센터 운영 계획도 포함됐다. 계약자는 기존 약관·만기·보험료 납입 방식·청구 절차를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현재 예금보험공사는 총괄 프로젝트관리조직(PMO)을 정해 회사의 자산·부채 실사에 들어간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전산 이관 계획을 세우고, 5개 회사로 나눠 옮길 준비를 병행한다. 같은 기간 잠재 인수자가 있는지도 확인한다. 인수자가 나타나면 예별손보를 통째로 넘기는 재매각을 추진하고, 그렇지 않으면 5개사 분산 이전으로 간다. 두 경로 모두 계약자 권리와 보장은 바뀌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예금보험공사 공지에는 ‘가교보험사 계약이전 등 정리 관련 사업 총괄 PMO’ 입찰 공고가 올라와 있다. 공고에는 “예산 30억원, 계약일부터 2년 또는 업무 완료 시” 같은 조건이 적시돼 있다. 같은 목록에 예별손보 매각을 위한 매각주관사 선정 공고도 있다. 즉, 정리와 재매각 준비를 동시에 굴려 시간을 줄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총괄 PMO로 EY한영이 맡는다는 소식과, 매각주관사로 삼정KPMG가 지명됐다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졌다. 공식 확정 공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하지만, 선정이 마무리되면 실사·전산 이관·인수 타진 같은 세부 일정이 한층 분명해질 전망이다.
◇ 재매각·5개 손보사 이전은 서비스 연속성에 달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추가자본이 과도하게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재매각은 어려워질 수 있다”며 “반대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인수 의사 결정과 가격 협의가 쉬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상품이 상품·담보·특약·청구 이력 등 데이터가 촘촘히 얽혀 있어, 작은 오류도 청구 지연이나 중복 청구 같은 민원으로 번질 수 있다”며 “금융당국은 전산 이관 분석·테스트·검증을 앞쪽에 배치해 이런 위험을 미리 줄이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선 5월 금융위는 MG손보에 신규 계약을 금지하는 영업 일부정지를 의결했다. 여러 차례 공개매각이 무산됐고, 자체 정상화가 쉽지 않다고 본 것이다. 대신 “전부 계약이전”으로 계약자를 지키는 방향을 확정했고, 그 실행 수단으로 가교보험사를 택했다. 가교보험사가 계약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동안, 최종 인수 주체나 이전 대상 회사들이 전산과 절차를 준비하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구조다.
7월에는 예별손보에 ‘보험업 조건부 허가’가 났다. 존속기간은 2년으로 정했고, 업무범위는 “이전받은 계약의 유지·관리”로 제한했다. 계속기업에 요구되는 일부 요건은 예외를 줬고, 5개 손보사가 경영에 함께 참여하는 틀을 마련했다.
이렇게 예별손보의 법적 성격과 역할이 확정되면서 9월 3일 계약이전 의결, 9월 4일 업무 개시로 이어졌다. 이후에는 PMO와 매각주관사가 실사와 전산 이관을 진행하고, 재매각 또는 5개사 분산 이전 가운데 더 적합한 길로 최종 정리에 들어간다.
향후 몇 달은 실사 중간 결과와 이관 테스트 결과가 순차적으로 나오는 ‘중간 점검’의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계약자 관점에서 달라지는 점은 거의 없다. 보험료 납부 경로와 보험금 청구 창구는 예별손보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기존 약관과 만기, 납입 방식, 청구 절차도 그대로다. 바뀌는 항목과 바뀌지 않는 항목은 정부 문서에 명확히 정리돼 있다.
보험업계에서도 이번 정리가 ‘계약자 불편 최소화’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본다. 향후 분기점은 실사 중간 결과와 전산 이관 테스트로 압축된다는 평가다. 재매각이든 5개사 분산 이전이든, 두 경로 모두 고객 서비스의 연속성이 흔들리지 않는지가 핵심이라는 얘기다.
다른 가능성도 있다. 보험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실사에서 추가 자본이 과도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재매각은 힘들 수 있다”며 “반대로 불확실성이 걷히면 인수 의사 결정과 가격 협의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산 이관이 매끄러우면 청구·보상은 평소처럼 흘러간다”며 “변경 사항이 생기면 예별손보 안내문과 홈페이지 공지로 신속히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