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행정지도 무시…닥사 ‘경고’
당국 행정지도에 서비스 중단한 업비트와 대조
디지털자산거래소 빗썸이 ‘코인 빌리기(렌딩플러스)’ 서비스에 대한 금융위원회 행정지도를 무시한 가운데,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이하 닥사)가 이행권고를 내렸다. 금융권에선 빗썸 렌딩플러스에 대한 닥사의 경고가 자칫 디지털자산업계 전체 리스크로 번지진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 빗썸, 행정지도 무시한 채 서비스 강행
23일 디지털자산업계에 따르면, 이날 닥사는 “빗썸의 ‘렌딩플러스’ 서비스가 ‘가상자산사업자 신용공여 업무 가이드’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가 닥사와 함께 5일 발표한 ’가상자산사업자 신용공여 업무 가이드’를 보면,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동 서비스를 처음으로 이용하는 이용자에 대해 DAXA에서 주관하는 온라인 교육 및 적격성 테스트 이수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하며, 주식시장의 공매도와 유사하게 대여서비스 이용 경험, 거래 이력 등에 기반한 이용자별 대여한도를 설정해야 한다.
금융투자 공매도 개인 대주 한도와 유사하게 최대한도를 3000만원/7000만원 등 단계적으로 설정하고, 해당 한도 내에서 사업자별 내규로 규정해야 한다. 또한 대여기간중 강제청산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이용자에 대한 사전 고지 의무를 부여 하고, 이용자가 강제청산을 방지하기 위해 추가 담보를 제공하는 경우 사업자는 이를 이용자별 대여 한도 내에서 허용토록 규정했다.
닥사 측은 “대여 서비스 범위 및 한도에 대한 사항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빗썸 ‘렌딩플러스’는 이용자가 자신의 보유 코인을 빗썸에 맡기면 일정 기간 동안 이자를 받고, 이후 원금을 되돌려받는 구조다. 그러나 단순한 예치 서비스와는 다르게, 이 서비스는 이용자 자산을 담보로 빗썸이 다시 코인을 대여하거나 운용하는, 일종의 레버리지 거래 성격이 내포되어 있다.
닥사는 “이 서비스가 신용공여의 일종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빗썸의 코인대여 서비스가 이용자 보호 기준에 위배된다”며 “해당 서비스 이용 시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며 “빗썸 측이 빠른 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가 제재를 조치할 수 있다”며 “향후 논의를 통해 제재 내용이 조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국은 해당 서비스가 사실상 ‘신용공여’ 성격을 띤 금융상품에 가까우며, 투자자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렌딩플러스 등 가상자산 대여서비스가 고위험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이용자 보호 장치가 미비하다”며, “가이드라인 마련 전까지 신규 영업을 전면 중단하라는 행정지도를 각 거래소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기존 이용자에 대한 상환 및 만기 연장은 허용되지만, 새로 대여 계약을 체결하거나 신규 상품을 출시하는 행위는 제한했다. 금융당국은 “렌딩플러스 등 신규 영업이 계속되어 소비자 피해 우려가 이어질 경우 현장점검 등 감독 조치를 병행하겠다”고 경고했다.
◇ 자율규제 안 지키는 ‘이단아’에 업계 전체 서비스 신뢰 흔들릴 우려
정부가 적극 개입에 나선 배경에는 실제 피해 사례도 영향을 미쳤다. 당국에 따르면, 렌딩플러스 서비스는 한 달 사이 약 2만7600명, 1조5000억원 규모의 이용 실적을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약 13%인 3635명이 강제청산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빗썸은 앞서 코인 빌리기 서비스 레버리지를 기존 4배에서 2배로, 1회 최대 대여 한도를 10억원에서 2억원으로 축소하는 등 조건을 일부 완화한 바 있다. 또, 법인 전용 USDT(테더) 대여 상품도 별도로 운영 중인데, 이는 담보 원화 기준 대여비율 95%, 일일 수수료 0.03% 등의 조건을 적용하고 있어 가이드라인 상 금전성 대여 제한과의 정합성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빗썸을 포함한 일부 거래소의 경우, USDT 대여 직후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시세 급락이 발생하는 등 시장 질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 사례가 보고됐다.
업계 1위 업비트의 경우, 7월 대여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8월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 마련 전까지 신규 영업을 중단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이후 8월 27일 ‘코인빌리기’ 서비스 약관 개정을 통해 USDT 자산의 지원을 종료했고, 이후 이더리움(ETH)을 새롭게 대여 자산으로 추가했다.
업비트는 이용자가 원화를 담보로 맡기면 최대 80%의 가상자산을 빌릴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담보비율이 92%를 초과하면 강제상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위험요소도 명시하고 있다. 한 번에 한 종목만 신청 가능하도록 설계하는 등 이용자 행태에 대한 통제 장치도 마련한 상태다.
9월 12일 ‘코인 빌리기’ 서비스를 출시한 코인원은 최소 담보금은 5만원, 최대 3000만원으로 설정되며, 담보 원화 대비 최대 82%까지 가상자산을 대여할 수 있다. 대여 기간은 최장 30일이며, 일일 단리 0.05%의 수수료가 적용된다.
특히 코인원은 서비스 출시 이후 종목별 대여잔액과 강제청산 발생 건수 등을 매주 공시하는 등 자율규제의 핵심 조항을 충실히 이행 중이다. 현재는 비트코인(BTC)만 대여 자산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향후 다른 자산으로의 확대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코빗과 고팍스는 아직 코인 빌리기 서비스를 정식으로 도입하지 않았다. 코빗은 업계 보도 등을 통해 서비스를 준비하거나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아직 공식 론칭 일정이나 세부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고팍스는 도입 여부 자체가 미정으로, 내부 리서치 단계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디지털자산업계에선 이번 빗썸 사태가 자칫 업계 전체의 코인 빌리기 서비스에 대한 인식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 대여서비스는 이용자의 보유 자산을 담보로 거래소가 자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다른 업계 경쟁사들은 금융위원회와 닥사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인데, 이단아처럼 이를 따르지 않는 특정 회사(빗썸) 탓에 자칫 이용자들이 해당 서비스 자체를 부정적으로 여기진 않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담보 비율이 과도하거나 금전성 자산 대여 형태로 운영될 경우, 실질적으로는 규제를 회피하는 셈이 돼 향후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