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자 공공펀드서 ‘상장 연동형 독소조항’ 등장
이재관 "불공정 투자행위, 법으로 명시해 제도화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관 의원. 설인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관 의원. 설인호 기자. 

정부가 출자한 모태펀드 자금을 위탁받은 일부 민간 벤처캐피털(VC) 운용사들이 스타트업과의 투자계약에서 불공정 조항을 삽입한 사실이 드러나, 공공자금이 투입된 펀드조차 ‘갑질 계약’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재관 의원(충남 천안을·더불어민주당)은 22일 "정부 출자금으로 조성된 모태펀드 자금이 불공정 계약에 악용되고 있음에도, 이를 감독할 법적 근거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모태펀드는 정부가 벤처·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조성한 공공펀드로, 한국벤처투자가 모태가 되어 민간 VC에 자금을 위탁하고 운용사가 스타트업과 직접 투자계약을 맺는 구조다. 그러나 일부 운용사들은 투자금 조기 회수, 상장 실패 시 손해배상, 매출 목표 미달 시 투자금 반환 등 과도한 성과 조건을 내세워 투자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관 의원실이 한국벤처투자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모태펀드 운용사의 투자계약 체결 시 준수사항 위반 건수는 2021년 39건에서 2023년 107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실제 사례도 드러났다. 정부 출자금이 투입된 모태펀드 운용사 HB인베스트먼트는 수제맥주 기업 코리아크래프트비어(KCB)에 50억 원을 투자하면서 "2022년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원금과 연복리 20%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한다"는 조항을 삽입했고, 이후 스타트업에 손해배상을 제기했다.

문제는 HB인베스트먼트가 최근 10년간 818억 원 규모의 모태펀드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해온 점이다. 공공자금이 투입된 펀드에서 불공정 계약이 발생했음에도, 정부의 감독이나 제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재관 의원은 "현행법상 불공정 투자행위나 부당 계약 조항에 대한 규정이 없어 정부가 운용사의 계약 실태를 점검하거나 제재할 근거가 없다"며 "신고가 접수돼도 사실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자금이 투입된 펀드에서조차 불공정 계약이 반복되고 있는데 정부는 이를 제재할 권한도 없다"며 "불공정 투자행위를 법에 명시해 모태펀드뿐 아니라 민간 벤처캐피털까지 점검·제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설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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