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취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미세먼지 문제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으로 예보된 지난 18일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에서 시민들이 무료로 게이트를 빠져나오고 있다.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으로 예보된 지난 18일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에서 시민들이 무료로 게이트를 빠져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18일 올들어 세번째 차량2부제, 출퇴근길 대중교통 무료이용 등을 골자로 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지만 시민들은 '중국은 놔두고 왜 우리가 불편을 겪어야 하느냐'는 논리로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서울을 비롯한 한반도 전역의 대기질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국민만 혼란…
서울형 미세먼지 대책은 '헛발질'?

날씨 등의 영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반도 상공에 머무는 미세먼지의 40%~70%는 중국발이라는 게 중론이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세먼지는 2000년대 초반에는 51~61㎍/㎥에 달했는데 수도권 대기환경관리기본계획 시행 등으로 2007년부터 감소하다 2013년부터 중국발 미세먼지로 인해  그 오염도가 심해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중국측의 적극적인 대책이 나와야 서울시의 미세먼지 저감대책이 유의미하다는,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않느냐'는 논리가 제기된다. 

일단 중국정부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반도 미세먼지 원인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에 대해 적극적인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는 상황이다. 한반도 내 원인도 거론하며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도 엿보인다.    

'G2'(Group of 2)로 성장한 중국정부의 이같은 태도는 한반도 미세먼지 저감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서울시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우회하는 방식을 택했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도시정부간 협력체계 구성이다. 

지난 2014년 4월 3일 중국 베이징시 정부의 초청으로 베이징시를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왕안순 베이징시장과 '대기질 개선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양 도시 대기개선 정책·기술·정보·인적 교류 및 협력 ▲'서울-베이징 통합위원회' 내에 환경팀 신설 ▲서울-북경이 주도하는 동북아 대기질 개선 포럼 공동 개최 등이다. 
 
중국 베이징시가 대기질 개선을 위해 타 외국도시와 협력을 위한 합의문을 발표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다. 박 시장은 당일치기 방문을 마다하지 않고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베이징시와의 관계맺기에 주력했다. 

서울시는 그해 6월 산둥성간과 대기질 개선 협력 MOU를 체결했다. 박 시장은 11월에 다시 한번 중국으로 건너가 '서울시-산둥성 환경기술 협력 포럼'에 참석해 대기질 개선을 위한 국내 유명 기업의 기술을 전파하는데 힘썼다. 
 
서울시는 2106년 5월에는 '2016 동북아 대기질 개선 국제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서울, 경기, 인천, 베이징, 톈진, 상하이, 저장성, 쓰촨성, 지린성, 구이양, 선전, 홍콩(중국), 도쿄, 기타큐슈(일본), 울란바토르(몽골) 등 동북아 4개국 15개 주요 도시가 참가하는 이 대기질개선 협의체는 궁극적으로 중국 정부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사드배치로 인해 한중관계가 냉각되면서 최근 2년 동안 이같은 협력 관계에 휴지기가 있었지만 서울시는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다만 한중관계 복원 과정에서 현재 중국에게 압박을 가하기는 쉽지 않는 상황이다. 

박 시장은 지난 17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 "미세먼지 대책은 중국정부나 인근 국가들과의 관계 속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본질적 해결책이 어렵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이미 오래 전에 이걸 깨닫고 베이징, 상하이, 울란바토르 13개 동북아 도시들과 대기질개선협의체 만들어서 다양한 노력 하고 있고 특히 베이징시하고는 통합위원회 통해서 대기질개선을 가장 중요한 협의사안으로 해놓고 있고 각자 목표를 정해서 미세먼지나 대기질 개선하는 사업 계속 해왔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중국이 미세먼지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적극 돕겠다는 의지와 제안을 해놓고 있다"며 대기질 개선을 위한 서울시의 그간 노력을 소개했다.

박 시장은 "중국 정부도 어마어마한 노력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팔을 하나 자르는 기분으로 미세먼지 문제 해결하라'고 지시했고, 어마어마한 예산을 들여서 하고 있다"며 "우리가 (중국에 대한)비난 보다는 협력의 자세로 중국정부가 해결하면 저절로 우리도 해결되기 때문에 그런 노력을 경주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돼 차량 2부제가 시행된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로 들어서는 차량들이 2부제 시행을 지키지 않고 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 이틀째인 18일은 짝수차량이 운행하는 날이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돼 차량 2부제가 시행된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로 들어서는 차량들이 2부제 시행을 지키지 않고 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 이틀째인 18일은 짝수차량이 운행하는 날이다.

정치권 공방 가열…
미세먼지 대책 효과 있다? 없다?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 갈등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슈로도 떠오르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기자회견까지 자청, 서울시의 미세먼지 대책을 강도높게 비난하며 그동안 별다른 대응이 없던 박원순 서울시장을 링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러나 도지사 후보 도전 의사를 밝힌 이재명 성남시장, 양기대 광명시장,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이 일제히 남 지사를 비난하며 박 시장 측면 지원에 나섰다.

이재명 시장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남 지사님, 서울시에 시비 말고 경기도 잘 챙겨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 시장은 "경기도가 서울시 정책 비판까지는 이해하겠는데, 미세먼지 대책을 위해 공개 토론하자고 하는 건 도를 넘었다"면서 "미세먼지는 국제관계까지 얽힌 복잡한 문제라 해결책이 쉽지 않다. 지방자치제 하에서 자치단체별로 다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도지사는 다른 지자체 정책을 비난하고 공개 토론할 시간에 더 나은 정책 발굴과 시행에 힘써야 한다"고도 했다.

경기도의회 민주당도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미세먼지 대책은 정파적 정쟁 거리가 아니다"며 남 지사의 최근 대응을 비난했다.

도의회 민주당은 "선거에 급급한 초조함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미세먼지 대책까지 정파적 정쟁거리로 전락시킨 것"이라며 "도지사로서 미세먼지 대책 마련이 시급한데도 다른 지자체의 대책에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옹졸하기 짝이 없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남경필 지사 측은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 서울시를 향한 추가 공세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는 이날 "도가 수도권 미세먼지 공동대응해 비협조적이라는 서울시 주장을 사실과 다르다"며 설명자료를 냈다.

경기도는 노후경유차 수도권 운행제한(LEZ)은 올해 1월1일부터 시작됐지만, 단속은 오는 7월 1일부터라고 밝혔다. 또 "6개월간 협의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 "서울시가 사전 협의 없이 지난해 6월 1일 미세먼지 무료운행을 일방 보도했고 협의 과정에서도 도의 지적을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도 남 지사 지원에 나섰다.  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은 지난 16일 논평을 통해 "박원순 시장은 미세먼지 대책으로 대중교통 공짜 조치를 했다"면서 "국민이 아무리 공짜를 좋아한다고 해도 이렇게 얕은수를 쓰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 "박 시장의 먼지대책은 현금을 나눠줘서 시민들 환심 사기"라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시의 미세먼지 대책을 놓고 정치적 갈등이 형성되면서 지역정치권에서는 한국당 재입당과 지방선거로 이어지는 시기에 정치권에서 이를 이슈화하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관측도 있다.

경기지역 정가에서는 "서울시나 경기도 모두 표면적으로 시민의 안전을 위해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면서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인 만큼 이를 순수하게 지켜보기는 어렵지 않냐"는 반응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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