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파동' 때 현장중시 민생밀착 행정 온데간데 없어
현장 소통에서 국민 공감 확산, 민생 힐링으로 난국 돌파를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외교 문제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국내 문제는 질문을 받지 않겠습니다.” 뉴질랜드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처음 한 말이다.

체코와 아르헨티나 순방 길에 ‘북핵 해결 모멘텀 만들기’에 성공했지만, 청와대 기강해이 문제와 민생・경제의 어려움, 그리고 혜경궁 김씨 등 세 가지 국내 현안이 그만큼 민감해서다.

5박8일 동안 이어진 해외 순방에서 문 대통령은 서울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내년 초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밑그림을 그리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국정지지도가 40%대로 떨어지는 등 국내 상황이 녹록치 않다.

청와대 기강해이: 조국(曺國)과 조국(祖國)의 갈림길

청와대 기강해이 문제는 지난 11월 초, 민정수석실 소속 특감반원(검찰수사관 출신) 김 모씨가 경찰청을 찾아가 건설업자인 지인이 연루된 사건의 경과를 물어보면서 문제가 됐다.

경찰로부터 내용을 전달받아 감찰에 나선 청와대는 김 모씨와 건설업자의 유착 문제, 골프와 향응접대 사실을 일부 확인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김 모씨가 자신뿐 아니라 다른 특감반원들도 골프와 향응접대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사건이 확대됐다.

그러나 사건 초기 공개리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직원의 일탈’ 정도로 해결될 사안이었지만, 청와대는 논란이 불거지기까지 한 달 동안 숨기기에 급급했고, 검찰 역시 별다른 감찰에 착수하지 않아 불똥이 조국 민정수석에게까지 튀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스트레이트뉴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스트레이트뉴스

청와대가 특감반 전원교체라는 강수를 뒀고 김 모씨가 골프를 친 날이 토요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야권은 한 달 동안 사건을 은폐한 배후에 더 큰 비리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조국 민정수석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그밖에 시민에게 주취 폭력을 휘두른 청와대 경호처 직원 문제와 음주운전을 한 비서관 문제도 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의 말대로,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수준이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먼저 사의를 표함으로써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드리는 게 올바른 처신”이라며 조국 수석의 사퇴를 촉구했다.

야권 역시 일제히 조국 수석의 사퇴 또는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조국(曺國)을 지킬 것인지 조국(祖國)을 지킬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며 조 수석의 사퇴를 촉구했고,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청와대 특별감찰관의 비위에 현직 장관까지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조 수석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과 논평을 내긴 했지만, 야권에서 제기한 ‘조 수석 책임론’을 ‘사법개혁 흔들기’로 규정하며 조 수석 구하기에 나섰다. 청와대도 김 모씨의 개인적인 비위일 뿐이라 조 수석이 책임질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새벽, 이 사안과 관련,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내에서 많은 일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음을 잘 압니다. 믿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썼다. 특감반의 비위를 철저히 조사해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조 수석의 경질까지는 가지 않겠다”는 청와대의 의지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검찰이 특감반에서 복귀한 수사관들을 조사하는 과정에 새로운 혐의나 현직 장관이 연루된 징후를 추가로 발견할 경우, 상황은 급반전될 수 있다. 무엇보다 조 수석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생・경제 파탄: 사실인가, 과장인가?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40%대로 떨어진 주요 원인은 각종 경제지표 악화와 부정적 경제심리의 확산이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최저임금을 2년 연속 10%대로 인상한 것이 주요 타깃이다.

홍남기 부총리 후보자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홍남기 부총리 후보자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소득주도성장을 디자인한 장하성 정책실장이 김수현으로 교체됐고, 혁신성장에 실패한 김동연 부총리가 홍남기로 교체될 예정이지만, 내수가 살아날 기미는 아직 없다. 고용과 투자가 급감하고 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수출 증가세도 둔화될 전망이라서다. 다만 최저임금 결정시스템을 개편하고 노동유연성을 확대하겠다는 홍 부총리의 발언에 그나마 기대를 걸어 볼 만하다.

지난달 말일, 리얼미터는 YTN의 의뢰를 받아 ‘경제・민생 파탄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과장된 주장이라는 응답이 52%로 적절한 주장이라는 응답(40.8%)보다 높긴 했지만, 두 응답 간 차이가 11.2%밖에 나지 않아 민생・경제가 어려운 현실이 반영됐다.

경제계는 홍 후보자가 대체로 상황 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문제는 홍 후보자가 내걸 혁신성장 드라이브에 청와대가 얼마나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느냐다.

관건은 소득주도성장의 속도조절이다. 문 정부 경제정책의 최종 목적지인 포용적 성장에서 소득주도성장이 그동안 가졌던 위상이 혁신성장과 얼마나 조화를 이루느냐에 따라 민생・경제가 파탄지경이라는 40.8%의 국민들을 얼마나 포용할 수 있느냐가 달려 있을 것이다.

혜경궁 김씨: 김혜경 기소 여부 반반

‘이재명 논란’으로 주변 지지층이 이탈한 것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로 떨어진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이재명 지사가 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 취업특혜 의혹을 또다시 거론하면서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혜경궁 김씨 사건과 이재명 지사가 받는 각종 의혹은 한 꾸러미이기 때문이다.

2014년 당내 경선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와 부인 김혜경씨(자료:이재명 페이스북)
2014년 당내 경선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와 부인 김혜경씨(자료:이재명 페이스북)

“자한당과 손잡은 전해철은 어떻고요? 전해철 때문에 경기 선거판이 아주 똥물이 됐는데, 이래놓고 경선 떨어지면 태연하게 여의도 갈 거면서...”

혜경궁 김씨가 당내 경기도지사 경선 도중 유포한 허위사실이다. 이후 증폭된 당내 갈등은 이 지사 당선 이후에도 수그러들기는커녕 더 확대되고 있다. 그 한가운데 이재명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가 있다.

전해철 전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혜경궁 김씨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 vs 이재명 지사' 구도라는 사실이 읽힌다. 이 지사가 문준용 취업특혜를 다시 거론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김혜경씨는 2013년부터 올해 4월까지 휴대폰을 총 5차례나 바꿨고, 바꾼 휴대폰들의 행방은 불분명하다. 심증은 강하지만, 휴대폰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기소조차 어렵다.

다만, 법조계 일부에서는 경찰이 최근 김혜경씨의 휴대폰 중 일부에 전화를 걸어본 결과 발신이 됐으며, 그곳을 추적해보니 이재명 지사 사무실이었다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혜경궁 김씨 계정이 등록된 다음(DAUM) 이메일 아이디의 최종 접속지가 이 지사의 자택이었음이 밝혀진 것도 이 지사에게는 불리한 대목이다.

공직선거법 상 선거사범의 공소시효는 6개월, 따라서 혜경궁 김씨 사건의 공소시효는 오는 13일이다. 사건을 배당받은 수원지검 공안부(부장검사 김주필)는 13일 직전에 기소 여부를 결론 낼 방침으로 알려졌다.

김혜경씨가 기소된다면,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는 큰 짐을 떠안게 된다. 국정지지도가 갈 길 바쁜 문 대통령의 발목을 잡아끌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문 대통령의 지지도를 견인할 소재로 남북정상회담이 유일하다. 김혜경씨 기소 여부, 조국(曺國)과 조국(祖國) 문제에 더해 살아날 기미가 없는 내수 등 지지도 하락을 이끌 소재들만 가득하다.

대통령 지지율이 이전에 비해 결코 낮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청와대는 내년을 30%대에서 출발해야 할지도 모른다.

문재인 정부 가야만 하는 길, 현장중시 소통과 공감, 그리고 힐링

어제 밤 청와대 홈페이지를 찾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해외 정상 외교로 빼곡한 첫 화면, '와우~'라는 탄성보다 '이건 아닌데' 하는 실망감이 앞섰다. 청와대 참모진들에게는 문 대통령을 버티게 하는 큰 힘, 민초가 보이지 않는 걸까.

민심 이반을 경계한 듯 경제의 현주소에 대해 꾸며놓은 '자화자찬'은 궤도를 상실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2.9%,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 달러 육박, 수출 사상 최초 4개월 연속 증가, 조금씩 높아지는 고용률, 역대 최대 규모인 상반기 외국인 직접투자, 4천억 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대(세계 9위) 규모로 늘어난 외환보유액, 경제가 꾸준히 성장한다며 내세운 수치와 설명들이다.

괜찮다는 자화자찬의 연속이다. 이런 추세라면 ‘수출 6,000억 달러’, ‘세계 수출 6강’이라는 내용이 사이트 첫 화면에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대통령의 왕성한 정상 외교에 대한 전진 배치와 함께 민생 현주소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은 '용비어천가'식 홍보와 판박이다. 촛불혁명 2주년 민심을 헤아려 달라는 아우성의 외면이다. 이게  필자 고유의 '삐딱성' 때문일까?

주변을 돌아보자. 문재인 정부가 외치는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은 안녕한가? '더불어 잘사는 공정 혁신 경제'에 대한 공감은? 우리 국민은 '활력 넘치는 민생'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여전히 박수를 보내고 있는가?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국민주권과 촛불 민주주의'는 우리 국민 개개인이 치열한 투쟁으로 일궈낸 산물이지 청와대 참모진 등 현 정부 구성원이 일궈낸 게 아니다. 그런 국민들을 위해 무엇이 바뀌었는가?

한계에 달한 대기업 주도성장에서 소득 주도성장으로 전환은 옳으나, 대한민국의 경제 현실을 냉정하고 보면서 공약을 대폭 수정했어야 마땅했다. 이제라도 탁상머리의 소득주도에서 경제 현실을 인정한 포용경제로 바꾸어야 한다. 정부는 초기 소득주도성장에 얽매이면서 포용 경제의 속도 조절에는 실패했다. 월급을 뺀 모든 것이 오르고, 내일과 내년이 불안하기는 이전 정권과 다를 바 없다.

대외 경제상황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고, 청년 등의 실업률은 2001년 이후 최악의 상황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에 따르면 최근의 고용부진이 2020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에 의하면, 연평균 30%씩 성장하면서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단단히 해온 반도체 분야는 가격 하락의 후유증으로 내년 5% 성장에 머물 것으로 관측된다. 이럴 경우 내년도 수출 성장세는 3% 내외에 그치고 GDP 성장 역시 2% 후반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공맹과 제갈공명이 함께 나서도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는 한국경제다. 대통령 홀로 풀어나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 등 경제팀을 일괄 쇄신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생이 체감하는 경기는 '전과동'이다. 민심은 더 냉소적으로 변해간다. 해법은 없는 것일까?

현장을 중시하는 소통과 공감 행정의 생활화를 제안한다. 국민을 최우선에 두고 민심을 소중히 여기는 ‘촛불 행정부’라면 ‘침주파부’의 각오로 배수진을 쳐야 한다. 혹한기 목전에 쓰러져가는 기업을 잡아주고 힘 빠진 서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옥신각신 삿대질과 멱살잡이를 무서워해서는 될 일도 안 된다.

대한민국은 선진국형 경제구조에서 성장성이 둔화되는 성숙사회로 진입 중이다. 이를 과거 정권의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정권에 대한 판단과 별개로, 지금의 한국경제 성장세를 견인하는 글로벌 기업이 없었다면 'G20' 진입도, 현재 진행 중인 경제패러다임 대전환에 대한 고민도 없었을 것이다.

‘비상 내각’이라는 엄중한 현실 인식이 요구된다. 현장중시 행정이야말로 국민에 희망을 주고 미래를 제시하는 원천이다. 그 과정에 정책에 대한 국민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면, 국민은 그 공감을 통해 현재 처해 있는 고통을 치유하고 힐링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은 내일 할 일이 기다려지고 내년을 꿈꿀 수 있기를 원한다. 그런 국민을 위해 문재인 정부가 가야할 곳도 현장이고 들어야 할 것도 현장이다. 그곳에 민생의 피로와 고통, 소통과 공감과 힐링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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