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뉴스=이호연 선임기자]  검찰이 이웅렬 전 코오롱 회장의 차명주식 상속세 포탈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한 결정이 과연 옳은 것일까?

지난 해 11월 코오롱 그룹 이웅렬 회장이 전격적으로 퇴진 선언을 하면서, “그동안 금 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 듯하다. 여태껏 턱이 빠지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다.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다 내려놓는다.”는 발언을 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4월 1일부터 그룹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면서, "청년 이 웅렬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퇴직금을 포함, ‘깜짝’은퇴의 선물 456억원을 안고, 잠시 나간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전 회장의 전격적인 퇴임 선언에 적잖이 놀랐다. 하지만, 차명주식 사건과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성분논란 사건이 알려지면서, 퇴진선언이 책임회피를 위한 꼼수였을 것이라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차명주식과 관련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국세청은 지난 2016년 코오롱 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했고, 지난 해 이웅렬 전 회장이 지난 2014년 부친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코오롱 생명과학 주식 38만주를 차명으로 보유하면서 신고하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검찰에 이 전 회장을 조세포탈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검사 최호영)는 지난 14일 이 전 회장을 자본시장법 및 금융실명제법, 독점규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김성훈 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첫 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온데간데없는 조세포털 중대범죄

조세포탈 혐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검찰은 대법원 판례를 감안해 차명 주식을 갖는 것만으로 탈세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전 회장이 퇴임사에서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는데, 검찰로부터 엄청난 특혜를 받은 것이 분명하다.

검찰의 판단이 옳다면, 앞으로 국세청은 차명주식 관련 조세포탈범죄에 대해 고발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검찰의 무혐의 결정이 국세청의 조세범처벌법 제21조에 규정된 전속고발권 행사를 위축시키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상식선에서 볼 때, 이 전회장이 상속세 신고 시 차명 주식을 누락시켰다면 의도적으로 상속세를 포탈한 것이고, 해당 주식을 차명으로 팔았다면 양도소득세도 포탈한 것임이 분명하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대법원 판결을 빌미로 무혐의 처분을 한 것은 상식에 반하는 결정일 것이다.

법조문을 들여다보자.

"금수저를 내려놓고...청년 이웅렬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로 가겠다"며 지난해 11월 전격 퇴진을 선언한 이웅렬 코오롱그룹 전회장.
"금수저를 내려놓고...청년 이웅렬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로 가겠다"며 지난해 11월 전격 퇴진을 선언한 이웅렬 코오롱그룹 전회장.

조세범처벌법 제3조 제1항에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5억 원 이상의 조세를 포탈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세액 등의 3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조세범처벌법 제3조 제2항에는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란 재산의 은닉 등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돼 있다.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를 법리적으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조세포탈 범죄여부가 판가름이 나고, 국세기본법에 규정된 제척기간(除斥期間) 적용이 달라진다. 제척기간이 지나게 되면 국세청일지라도 과세권을 행사할 수 없다.

사법정의와 조세정의 "도처에 구멍  숭숭"

이 전 회장이 주식을 차명으로 유지한 상태에서 상속세 신고 시 이를 누락했다면 상속세 납부를 회피하기 위해 재산을 은닉한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조세의 부과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한 것도 분명하다. 아무리 국세청일지라도 세무조사과정에서 제3자 명의로 된 금융계좌를 쉽게 찾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가능’ 또는 ‘현저히’라는 문구도 사람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다. ‘적극적 행위’라는 애매한 문구도 눈에 거슬린다.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격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 규정의 애매함은 유명 로펌들에게는 거액의 수임료를 챙길 수 있는 절호의 사업기회이기도 하다. 얼마 전 이호진 전 태광 회장도 차명주식에 의한 조세포탈혐의를 빠져나갔다. 재벌총수에 관한 한 법원의 판결들도 일관성이 결여돼 있다.

재벌 일가의 차명주식에 의한 탈세 사건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국세청이 조세포탈죄로 검찰에 고발을 했지만, 검찰이 면죄부를 씌워주거나 법원에서 대법원 판례를 빌미로 죄를 묻지 않는 경우가 관행화 돼 있는 것이다.

차명주식과 관련된 조세포탈은 중죄로 엄하게 다스려져야 한다.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사법정의와 조세정의 구현을 위해 국회는 하루라도 빨리 애매모호한 규정을 바로잡도록 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재벌 총수의 일가가 배를 불리고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방식은 비단 차명주식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과 같은 회계사기는 기본이고 사전 주식증여와 비상장주식의 상속세 재원화, 내부자 거래 등 셀 수 없다. 불법 대물림은 특정 재벌만에 한정되지 않는다. 온 국민은 정도경영을 표방하는 LG의 구광모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탈선의 대열에서 빠지지 않았음을 보았다.

재벌가의 조세포털 등은 경영권 대물림 과정에서 자행되는 상습적 중대 범죄다. 금수저에 황금 도배질은 상속 재벌가의 배불리기라는 원성은 높아만 간다. 재벌가의 무한 탈선에 관대하기 그지없는 국세청과 검찰과 사법부. 촛불이 횃불로 바뀌어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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