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250억 달러 중국 상품 25% 관세 부과 카드로 공격
화력 열세 中, 희토류・대두・외국기업 블랙리스트로 보복
구글, 페이스북, 퀄컴 등 글로벌 기업 화웨이 제재 동참
중국의 항공기 구매 중단 결정 시 보잉사 타격 불가피
미 상무장관과 중 인민은행 총재 설전에 환율전쟁 우려
시진핑의 유화 제스처에 트럼프 3,250억 달러 재차 압박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지난달 10일 류허(劉鶴, Liu He)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과 스티브 므누신(Steve Mnuchin) 재무장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의 무역협상이 결렬된 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중무역전쟁은 2018년 7월 6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340억 달러(약 40조2,050억 원)에 달하는 중국 상품(818개 품목)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개시됐다. 중국은 즉시 동일 액수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했고, 양국은 추가로 160억 달러(18조9,200억 원) 규모의 상대국 상품에 대한 추가관세까지 주고받았다.

이후 협상은 지지부진했고, 지난달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2,000억 달러(236조5,000억 원) 상당의 중국 상품(5,745개 품목)에 25%의 관세를 매기면서 확전됐다. 중국이 6월 1일 0시를 기해 600억 달러(70조9,500억 원) 상당의 미국 상품(5,140개 품목)에 최대 25%의 관세를 매기면서 대응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로 3,250억 달러(384조3,125억 원)에 달하는 나머지 중국 상품(3,805개 품목)에 대해서도 25%의 관세를 물리겠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2019년 세계경제 불확실성의 진앙, 미중무역전쟁(자료:wealthsimple) ⓒ스트레이트뉴스
2019년 세계경제 불확실성의 진앙, 미중무역전쟁(자료:wealthsimple) ⓒ스트레이트뉴스

그 사이, 미국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華爲)를 금수조치 대상기업으로 지정했고, 화력에서 절대 열세인 중국은 ▲미국산 대두(콩) 수입 중단, ▲외국기업 블랙리스트 작성, ▲희토류 미국 수출 제한, ▲미국 배송업체 페덱스(FEDEX) 조사 등으로 대응했다. 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화웨이(華爲, Huawei) 정조준한 미국의 반격

지난달 19일, 구글(google)은 화웨이가 생산한 스마트폰에 대해 안드로이드Q 베타서비스, 구글맵, G메일 등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이 자국기업의 권익을 침해하는 외국기업에 대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규제하겠다고 발표하자, 구글은 안드로이드Q 베타서비스에서 제외시켰던 화웨이 스마트폰 ‘메이트20프로’를 슬그머니 명단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구글의 기본정책은 미국 정부의 금수조치를 따르는 것이다.

페이스북(facebook)도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금수조치에 가세했다. 미국 경제금융채널 CNBC의 8일자(한국시간)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화웨이의 스마트폰 신제품에 기본 앱은 물론, 인스타그램(Instagram)과 왓츠앱(WhatsApp)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구글과 페이스북뿐 아니라, 미국 공장에서 제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판매해 온 독일 반도체기업 인피니언(Infineon), 영국의 반도체 설계기업 ARM, 통신칩 제조사 퀄컴(Qualcomm), 일본 파나소닉(Panasonic) 등 글로벌 기업들도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했다.

미국이 금수조치를 해제하지 않을 경우, 올해 화웨이 스마트폰 매출이 최대 24%까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미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터지 애널리틱스), 화웨이 스마트폰이 아예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페이스북과 함께 구글도 화웨이 금수조치에 가세해 화웨이 신제품은 구글맵, G메일 등 기술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됐다.(자료:movietvtechgeeks) ⓒ스트레이트뉴스
페이스북과 함께 구글도 화웨이 금수조치에 가세해 화웨이 신제품은 구글맵, G메일 등 기술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됐다.(자료:movietvtechgeeks) ⓒ스트레이트뉴스

보잉(Boeing) 정조준한 중국의 보복

“현재 중국 항공사들은 정부의 지침을 기다리고 있는데, 보잉사와 항공기 구매협상을 피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협상을 중단하고 항공기 구매 계획을 취소한다면 보잉은 엄청난 타격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의 6일자(현지시간) 보도다. 미국과의 무역갈등이 깊어지던 지난해, 중국은 협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보잉 항공기 대형구매를 추진한 바 있다. 보잉사는 그런 중국의 배려에 즉각 반응했다. 지난해 12월 15일, 중국 저장성 저우산시(浙江省 舟山市)에 최대 고용인원 300명, 연 출고량 100대 규모의 ‘항공기 완공・인도센터(Completion & Deliver Center)’를 열었던 것이다.

자국기업들을 향해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과 고조되는 미중무역전쟁의 리스크를 무릅쓴, 과감한 결정이었다. 중국 정부도 보잉사의 대형 여객기를 5%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해주는 방식으로 호응했다.

그러나 미중무역전쟁이 확전되자, 중국은 보잉 항공기 구매 중단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대미 보복 차원이다. 중국의 구매 중단은 보잉사에 끔찍한 충격이 될 수 있다. 현재 보잉사가 인도하는 항공기 4대 중 1대가 중국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의 구매 중단은 보잉의 날개를 아예 꺾어버릴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와 올해 3월 에티오피아에서 발생한 두 건의 보잉737맥스(B737 MAX) 참사로 각국의 항공기 구매계약 이행이 보류 또는 중단돼 있어서다.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와 2019년 3월 에티오피아에서 기체 결함(추정)으로 추락해 대형 참사를 일으킨 보잉사의 B737 Max 기종(자료:airlinereporter) ⓒ스트레이트뉴스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와 2019년 3월 에티오피아에서 기체 결함(추정)으로 추락해 대형 참사를 일으킨 보잉사의 B737 Max 기종(자료:airlinereporter) ⓒ스트레이트뉴스

에티오피아 항공기 추락사고 직후 보잉사의 시가총액이 270억 달러(32조85억 원) 증발한 것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라이언 에어(Lion Air)사는 220억 달러(26조810억 원) 규모의 보잉사 주문을 취소하고 유럽 에어버스(AIRBUS)사 항공기를 구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하노이 북미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성사시켰던 베트남 비엣젯 에어(Vietjet Air)사의 250억 달러(29조6,375억 원) 주문도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보류됐고, 사우디아라비아의 플라이아딜(Flyadeal)사 역시 59억 달러(6조9,945억 원) 상당의 구매계약에 대한 판단을 보류했다. 또한 중국과 함께 보잉사의 최대 고객 중 하나로 꼽히는 아랍에미리트그룹의 플라이두바이(Flydubai)사도 보잉사 공급계약을 파기하고 에어버스 항공기 도입을 검토 중이다.

중국의 항공기 구매 중단은 가뜩이나 위기에 처한 보잉사의 추락과 유럽 에어버스의 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환율전쟁’ 군불 때기

지난달 23일, 미국 윌버 로스(Wilbur Ross) 상무장관이 “자국 통화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국가들에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환율시장이 미중무역전쟁의 또 다른 격전지로 부상할 우려가 높아졌다.

상계관세(Counter Valling Duties)는 상대 수출국이 보조금이나 장려금 등을 통해 수입국의 산업에 피해를 초래할 경우 그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부과하는 징벌적 관세를 말한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의 발언이 노리는 국가는 중국이다. 현재 중국은 한국, 일본, 인도, 독일, 스위스와 함께 지난 10월 미국 환율보고서에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상태다.

윌버 로스(Wilbur Ross) 상무장관과 이강(易鋼) 인민은행 총재의 설전으로 미중 간 환율전쟁이 표면화되고 있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외환창구 직원이 위안화를 달러화로 환전하는 모습(자료:scmp) ⓒ스트레이트뉴스
윌버 로스(Wilbur Ross) 상무장관과 이강(易鋼) 인민은행 총재의 설전으로 미중 간 환율전쟁이 표면화되고 있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외환창구 직원이 위안화를 달러화로 환전하는 모습(자료:scmp) ⓒ스트레이트뉴스

중국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이강(易鋼) 중국인민은행 총재는 7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중국은 위안화 환율을 방어할 레드 라인(red line)이 있느냐”는 질문에 “위안화 환율이 오르는 것은 미국의 압력 때문”이라며 “무역전쟁이 악화할 경우, 중국은 금리와 지급준비율, 재정, 통화정책 등에 많은 여력을 갖고 있다”고 자신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선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은 무역전쟁의 여파가 환율에까지 미쳐서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더라도 외환으로 방어하는 대신 시장의 흐름에 맡겨둘 수도 있다는, 미국을 상대로 한 일종의 엄포나 마찬가지다.

미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시점에 최소한 추가적인 3천억 달러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또 다시 위협하고 나섰다. ‘적절한 시점’이란, 이달 28,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난 이후를 말한다.

中 시진핑 주석의 유화 제스처와 美 연준(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

그런 가운데, 협상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발언이 나왔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한 시진핑 국가주석이 한 포럼에서 이례적으로 ‘친구’라는 호칭까지 사용해가며 “미국과 관계를 완전히 끊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다. 그런 것을 보고 싶지 않고, 내 친구인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그러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것이다(South China Morning Post).

서로 간에 최대 투자자이자 최대 무역 파트너인 미국과 중국, G2의 대립은 세계를 또 한 번의 글로벌 경기침체(recession)로 몰고 갈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미중무역전쟁이 계속될 경우 2021년까지 글로벌 GDP가 0.7% 감소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동결을 발표한 후 기자회견을 갖는 제롬 파월 의장. 제롬 파월 의장은 최근 무역전쟁이 확산하자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2019.01.30)(자료:nbc/AP by Alex Brandon) ⓒ스트레이트뉴스
금리 동결을 발표한 직후 기자회견을 갖는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 의장. 제롬 파월 의장은 최근 무역전쟁이 확산하자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2019.01.30)(자료:nbc/AP by Alex Brandon) ⓒ스트레이트뉴스

우려는 이미 각종 지표에 반영되기 시작했고, 금값, 국채 등 안전자산과 국제유가는 요동치고 있다.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도 부정적인 여파를 피해 갈 수 없다. 중국은 현재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쏟아 붓고 있지만,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리더십에 영향이 미치는 것이다.

부정적인 여파는 미국에서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미중무역전쟁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로 전월 22만4,000개였던 일자리 증가폭이 반토막을 넘어 1/3 수준인 7만5,000개로 대폭 줄어들었다(미 노동부 5월 비농업 일자리 변동치).

특히 미국경제에서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68%(2017년 기준)인 상황인데다, 추가관세 적용 품목 중 40%가 소비재라서, 미중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 소비자물가 인상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 탓에 지금까지 금리동결 기조를 고수해왔던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Jerome Hayden Powell) 의장은 “경기확장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경기 위협 요인이 부상하거나 실물경기가 둔화될 조짐이 보일 경우 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에 임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무역전쟁 장기화는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게도 좋지 않다. 성과 없는 북한 비핵화와 이란제재에 대한 국제적 반발, 베네수엘라 정권교체 실패 등으로 입지가 위축된 마당에 무역협상마저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다면 내년 초 시작될 재선 레이스가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는 미중무역전쟁에 따른 세계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논의되고 있다. 해결책으로 ‘다자간 틀’이 제시됐다. 이런 흐름은 28, 29일 오사카에서 개최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다자간 틀’은 트럼프 대통령과 어울리지 않고, G2 두 정상이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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