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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로 칼럼] '꼼수와 생색내기' 자영업 손실보상
[통일로 칼럼] '꼼수와 생색내기' 자영업 손실보상
  • 이호연 선임기자 (leehoyon84@daum.net)
  • 승인 2021.10.1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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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손실보상법 전면 손실 마땅
서울정부청사 입구에 걸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손실보상 일대수술 요구 구호
서울정부청사 입구에 걸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손실보상 일대수술 요구 구호

정부가 8일부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소기업의 손실보상에 나섰다. 코로나 19사태에 정부의 방역지침을 앞서 준수, 막대한 손실을 감내한 이들은 생색내기에 그친 정부의 손실보상 조치에 아연실색이다.

보상의 적용 시점이 올해 3분기 이후로 지난해 코로나 19로 타격을 입기 시작한 지난해의 손실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80% 보상 규모도 실제 손실액에 턱없이 부족하고, 적용 대상도 제한됨에 따라 코로나 19의 최대 피해자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

정부는 이번 자영업 손실보상법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보상 개념을 처음으로 제도화해 향후 자영업자 손실을 지속적으로 보상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코로나 19의 방역을 묵묵히 따르면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받은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은 정부의 이번 조치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갚는 데 ’언발의 오줌누기‘식이라고 하소연한다.

정당한 보상, 헌법 ‘조정보상 원칙’에 따른 정부의 의무

대한민국 헌법 제23조 제3항에,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ㆍ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른바 ‘조정보상의 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 19 사태 발생으로 정부가 행정명령 등을 발동해 자영업자에게 피해를 안겼다면, 정부는 자영업자가 입은 피해를 당연히 보상해야 할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보상’이란 대한민국 정부가 채무자의 지위에서 당연히 지급해야 할 의무로, 정부가 임의로 지급한 ‘지원금’과는 엄밀히 구분된다. 거지 동냥 주듯 지급하지 않아도 무방한 것은 아니다. 파산 상태가 아닌 한 정부는 빚을 내서라도 당연히 지급해야만 하는 것이다.

개정법률 논의 과정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은 선진국 어디에도 자영업 손실보상제 관련 입법사례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법률 개정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헌법정신에 비추어 손실을 보상하는 것이 합당하다면, 다른 나라 사례를 들먹일 것이 아니라 자영업 손실보상 법률이 없었던 것이 잘못일 것이다.

힘없는 자영업자는 그동안 ‘조정 보상원칙’에도 불구, 역대 정부로부터 한 푼의 보상도 받지 못하는 등 홀대를 받아왔다.

YS 정권은 WTO 가입을 계기로, 정부는 유통법을 개정해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투를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했다. 이로 인해 슈퍼마켓을 비롯한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상인들은 막대한 피해를 봤지만, 한 푼도 보상받지 못했다.

MB 정권은 150달러 이하(미국 200달러)의 해외 직구 거래 관련 관세 및 부가가치세 면제 등의 해외 직구 활성화 정책을 시행했다. 이로 인해 다수의 병행수입업자와 의류·운동화·구두 등을 판매하는 로드샵 유통상인들이 엄청난 피해를 봤지만, 보상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소상공인의 홀대는 여전했다. 박 정권은 한중 FTA 체결로 뿌리 산업을 비롯한 많은 소공인과 동대문 유통상인들이 엄청난 피해를 봤지만, 정부는 관련 법에 규정된 피해영향조사조차 실시하지 않았다. 물론, 보상은 전혀 없었다.

이들 정부는 조정보상의 원칙에 따라, 법률 개정 사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법률개정안을 발의하지 않았고 법에 규정된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았던 것이다. 700만 자영업자에게 무릎 꿇고 사과해야 마땅한 정부와 국회였다.

과거 손실 보상 제외는 '위헌 소지'

우리 헌법에는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이번 개정법률에 과거에 발생한 손실 조항은 포함하지 않았다.

대법원 판례 등에 비추어 볼 때, 정당한 보상의 범위에는 과거에 발생한 손실은 물론 미래 발생할 예상 손실액까지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0월 8일 중소벤처기업부 브리핑실에서 손실보상법 시행을 알리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0월 8일 중소벤처기업부 브리핑실에서 손실보상법 시행을 알리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정부가 과거에 발생한 손실을 보상했던 사례를 살펴보자.

정부는 인천 공항 건설과 관련해 인근 어민들의 입은 손실과 관련해, 과거는 물론 미래예상 손실액까지 보상해 주었다. 그리고, 조류독감, 아프리카 돼지 열병 또는 구제역 등의 재해 발생과 관련해 강제 살처분을 당한 축산업자에게도 과거에 발생한 피해에 대한 보상을 해주었다. 해안가에 풍력발전기 설치와 관련해 피해 어민들에게도 적절한 보상금이 지급되었고, 원자력 발전소 건설 또는 송전탑 설치 등과 관련해 피해를 본 주민들에게도 적절한 보상을 했다.

이러한 전례에 비추어볼 때, 재산권을 침해당한 자영업자에게 정부가 소급해 과거에 발생한 피해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과거에 발생한 손실보상 대신 개정법률 부칙에 애매하게 ‘적절한 지원’ 이란 법문이 들어가 있는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위헌 소지가 크다고 본다.

'엉터리' 업종별 조정률

지난달 29일 기획재정부와 관계부처 및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손실보상 세부기준을 마련해 최근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상액은 ‘매출액 차이 * 업종별 조정률*(60~80%)‘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업종별 조정률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노무현 집권 기간 중인 2006년, 국회는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근로빈곤층(Working Poor Group)에 대한 근로장려세제를 시행했다. 근로빈곤층이란 땀 흘려 버는(Earned) 저소득층을 지칭하는데, 여기에는 일용근로자 등은 물론 영세 자영업자도 포함된다.

국세청은 2008년도 소득을 기준으로 2009년도에 일용근로자 등에게 처음으로 근로장려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기재부 세제실이나 국세청은 자영업자에 대한 소득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로 자영업자에게 6년 동안이나 근로장려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국회가 법을 개정해, 자영업자도 근로장려금 지급대상에 포함되자 국세청은 자영소득관리과를 신설해 자영업 소득파악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6년 동안 허송세월만 하였다. 자영업 소득파악 실태가 6년 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자영업자 근로장려세제 시행 시점이 임박해오자, 기획재정부는 졸속으로 업종별 조정률표란 엉터리 제도를 급조해 발표했다. 이렇게 할 요량이었다면 처음부터 업종별 조정률표를 적용했어야 옳았을 것이다. 애꿎게 자영업자만 6년간 손해를 본 셈이다.

업종별 조정률표란 자영업자에 대한 근로장려금 지급 여부를 판정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다.

국세청은 자영업자의 매출액에 업종별 조정률을 적용해 소득금액을 산출하고, 이를 근로장려금 지급기준 소득과 비교해 근로장려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조특법 시행령에 규정된 업종별 조정률은 △도매업 20% △부동산 매매업·농업·임업·어업·광업 등 30% △음식·제조·건설·전기·가스·수도사업 45% △숙박·출판·영상·금융 및 보험업 60% △서비스업 75% △부동산 등 임대업, 가구 내 고용 활동 90% 등이다.

업종별 조정률표는 국세청이 매년 소득세 추계신고와 관련해 발표하는 기준경비율표 등과는 다르다. 기준경비율표가 천여개의 업종으로 정교하게 세분화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업종별조정률표는 고작 6개로 분류돼 있어 지나치게 단순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업종별 부가가치율과도 큰 차이가 난다. 2018년 기준 음식업의 부가가치율은 27%이지만 업종별 조정률은 45%이고, 숙박업의 부가가치율은 30%이지만 업종별 조정률은 60%이다.

6년 동안 근로장려금을 지급하지 못한 보상 차원에서 자영업자에게 더 많은 근로장려금을 지급하기 위해 높은 업종별조정률을 적용하겠다는 뜻이었을까?

절대 아니다. 근로장려금 지급대상 소득금액을 초과하게 만들어 웬만하면 지급하지 않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다.

지난해 9월 1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을 살펴보자.

편의점은 종합소득세 신고 시, 매출액에 6.3%(기준경비율 93.7%)를 적용하여 사업소득금액을 산출한다. 하지만, 업종별조정률은 30%이다.

홑벌이 가구 편의점 사업자 기준으로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이 되기 위한 신청 자격 조건은 최소 총소득기준금액(=연사업소득)이 3,000만원 미만이어야 한다.

정부의 자영업 손실보상금 산식
정부의 자영업 손실보상금 산식

업종별조정률표에 규정된 30%를 적용하여 이를 역산해보면, 대략 연매출액은 1억원 정도로 계산된다. 일 매출액 273,972원이다. 이 정도 매출액을 올리는 편의점이 대한민국에 몇 개나 될까? 당연히 대다수의 편의점 사업자는 근로장려금을 지급대상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업종의 자영업자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런데, 손실보상금 지급금액 산정에 업종별조정률을 적용할 예정이라는 발표에 고개가 갸우뚱거려졌다. 이번에야말로, ’정부가 정신을 제대로 차리고 손실보상금을 넉넉하게 지급할 작정인가보다‘하고 기대에 부풀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손실보상 예산은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1조원, 내년 예산안에 1조8천억원에 불과하다. 91만명으로 추산되는 자영업자에게 올해 지급될 평균액은 고작 101만원에 불과한데, 어떻게 부족한 재원을 마련할 것인지 궁금했다.

정부, 자영업손실 보상산식 '주먹구구'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 손실보상제도 시행 첫날인 지난 10월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차 손실보상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1년 3분기 손실보상 기준’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10일간의 예고기간을 거쳐 고시가 발령되면 오는 27일부터 손실보상금 신청·지급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당초 발표한 업종별 조정률이 아니라 손실보상위원회에서 정한 다음과 같은 복잡한 산식으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보정률은 집합금지와 영업시간 제한 조치별로 차등하지 않고 동일하게 80%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보상금 산정에 필요한 매출감소액, 영업이익률 등은 업체별 과세자료를 활용해 객관적으로 산정할 예정이며, 일 평균 손실액 산출 시 영업이익률 이외에 매출액 대비 인건비·임차료 비중이 100% 반영된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몇 개의 업종을 들어 예시라도 해 주었으면 좋으련만, 그것조차도 없다.

기획재정부가 책정된 예산 범위 내에서 지급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이리저리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만들어 낸 꼼수에 불과할 것이다.

대오각성이 필요한 정부

오랫동안 자영업자들은 처절한 코로나 19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기다리다 못해 지쳐 쓰러진 이는 부지기수이려니와, 거의 대다수 자영업자는 아사직전에 처해있다.

자영업자만이 유독 ‘봉’ 취급하는 대한민국.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지난 10월 8일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소상공인 손실보상제도는 집합금지 및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이행한 소상공인에게 예측가능한 보상제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특히 보상 개념으로 입법한 것은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진일보한 제도로 평가된다”며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정부는 분기별 보상금의 상한액은 1억원이고, 하한액은 10만원이라고 밝혔다.

700만 자영업자를 우롱하는 희망고문일 뿐이다.

정부는 대오각성하고,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다른 나라가 지급한 금액 수준에 맞춰 자영업 손실보상금을 지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