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에너지원보다 환경친화적이면서도 고효율을 내는 수소. 수소는 휴대 전자기기부터 가정용, 공업용, 자동차, 잠수함, 항공기 발전용까지 기술 개발 성과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2050년이면 전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 이용량의 18%를 수소가 책임지고, 이와 관련한 일자리는 3000만 개 이상 창출될 전망이다. 본지는 우리 정부와 기업의 수소산업 투자 현황과 계획 등을 살펴보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포스코가 탄소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수소환원제철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행사장에 마련된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모형. 포스코 뉴스룸
포스코가 탄소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수소환원제철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행사장에 마련된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모형. 

전통적인 철강기업인 포스코는 전세계적 화두인 탄소제로(0)로 인해 최근 위기를 맞았다. 포스코는 지난해에만 온실가스를 7560만톤을 배출하면서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이에 철강 생산방식을 석탄이 아닌 수소를 활용하는 ‘수소환원제철’ 등을 통해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현재 포스코는 수소사업을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수소환원제철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설명도

2050년까지 수소환원제철 기술도입

포스코가 추진 중인 수소환원제철공법은 전통적 쇳물 생산 방식인 고로(용광로) 공법을 대체하는 신기술이다.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기존 고로 공법과 달리 이산화탄소(CO2) 배출 없이 철을 생산할 수 있는 수소경제시대의 핵심 기술이다.

수소제철이 아니라 수소환원제철이라고 하는 의미는 수소가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시킨 환원제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현재 제철공법은 고온에 철광석과 석탄을 넣어 1500도의 고온에서 녹이면 일산화탄소가 발생해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시키는 환원반응이 일어나는데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환원제 대신 수소가 사용되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고 철강생산공정에 큰 변화가 이뤄진다.

수소환원제철공법은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철강기업들이 적극적인 개발에 나섰으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기술이다. 기술적인 난관과 경제성 확보 곤란 등으로 상용화가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포스코는 현재 보유 중인 파이넥스(FINEX) 기술을 기반으로 연구개발을 지속해 수소환원제철공법을 상용화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파이넥스는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석탄을 고로에 넣지 않고 유동환원로와 용융로라는 설비를 통해 쇳물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이는 수소환원제철 구현에 가장 근접한 핵심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포스코는 지난 10월 수소환원제철 국제포럼을 열고 수소환원제철법으로의 전환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수소환원제철이라는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있어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만큼, 철강사들 간의 협력과 정부, 사회의 지원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포스코는 지난 2017년부터 정부 주도로 추진하고 있는 '고로기반 이산화탄소 저감형 하이브리드(Hybrid) 제철기술' 개발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석탄을 수소함유자원이나 바이오매스와 같은 탄소중립적인 환원제로 일부 대체하거나 철광석을 고로에 투입하기 전에 일부 환원해 사용하는 방안 등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로 급격한 전환이 쉽지 않은 만큼 단계적인 이산화탄소 저감을 통해 단계적인 변화도 이뤄낸다는 계획이다.

포스코의 그린수소 사업모델
포스코의 그린수소 사업모델

포스코, 수소·암모니아 발전소로 전환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을 뒷받침하기 위한 청정 수소 생산체계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이 상용화되면 포스코 자체 수소 수요만 연간 375만 톤에 달하며 포스코에너지 발전소를 수소·암모니아 발전소로 전환할 경우 추가 100만 톤 이상의 수요가 발생된다.

포스코는 대규모 내부 수요를 기반으로 2050년까지 전 세계에 걸쳐 가장 경쟁력 있는 그린수소 500만 톤 생산 체제를 갖춰 내부 수요를 충족함과 동시에 대외에도 판매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수소 수요처이자 공급자가 되겠다는 목표다.

수소경제의 궁극적 연료로 평가되는 그린수소는 2040년까지 200만톤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2050년까지 500만톤 생산체제를 완성할 방침이다. 그린수소는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생산(수전해)하는 것으로 수소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동시에 수소 운송과 저장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암모니아 수소추출기술 개발에도 착수했다. 암모니아는 수소를 질소와 결합시킨 것으로 운송과 저장이 용이해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운반체로 평가받고 있다.

수소모빌리티 쇼 'Korea H2 Business Summit' 참석자들이 창립총회 후 포스코부스를 방문했다.
수소모빌리티 쇼 'Korea H2 Business Summit' 참석자들이 창립총회 후 포스코부스를 방문했다.

수소 사업 활성화 위해 현대차 등과 협력

철강업계에서는 수소환원제철 못지 않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수소의 생산과 운송, 저장에 필요한 막대한 에너지와 인프라도 먼저 풀어야 한다고 본다.

이를 해결하기란 포스코와 같은 단일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만큼 국내를 비롯해 국경을 뛰어넘는 협력이 필요하다.

이에 포스코는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해 SK, 효성그룹과도 협업해 수소연료전지 개발 등을 협력한다.

먼저 포스코는 지난 2월 현대자동차그룹과 '수소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수소에너지 활용 기술 개발과 관련해 포스코그룹이 암모니아를 활용한 그린수소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현대차그룹은 포스코그룹의 그린수소를 사용하는 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동시에 양사는 포스코의 철강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차용 차세대 소재 개발과 적용 연구에서도 협업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또 포스코 포항, 광양제철소에서 운영 중인 차량 약 1500대를 단계적으로 현대차의 무공해 수소전기차로 전환한다. 현대차는 중후장대한 철강 물류의 특성을 고려해 수소 상용 트럭 등을 개발하고 포스코는 제철소에서 생산되는 부생수소를 수소트럭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양사는 제철소 내 수소트럭용 수소충전소 구축에도 협력한다.

이와 함께 양사가 개별적으로 추진 중인 수소 사업에서도 힘을 모은다. 현재 포스코그룹의 부생수소 생산 능력과 현대차그룹의 연료전지 사업 역량을 합쳐 국내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해외에서는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이외에도 지난 9월에는 수소 관련된 기업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수소관련기업협의체인 ‘Korea H2 Business Summit’를 창립했다. Korea H2 Business Summit에는 포스코, 현대차, SK그룹 등 수소와 관련된 사업을 영위 중인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포스코는 Korea H2 Business Summit을 통해 국내 기업들과 산업용 수소 수요 창출 논의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며 이를 위한 대량의 해외 그린·블루수소 도입 프로젝트의 공동 발굴 및 협력도 주도적으로 추진한다는 목표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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