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강화, 조달금리 상승, 빅테크 수수료 차별
“선거철 소상공인에 선심성 정책” 빈축

7대 카드사 2022년 영업이익 추정(출처=한국기업평가)
7대 카드사 2022년 영업이익 추정(출처=한국기업평가)

지난 23일 당정이 발표한 카드가맹점 수수료율이 0.1~0.3%p 인하로 결정되자 이해관계자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은 환영의 뜻을 보인 가운데 카드사들은 달라진 비즈니스 환경 속에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며 울상이다.

24일 카드업계와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전일 당정이 발표한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따라 카드사들의 내년 영업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일 발표된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안에 따르면, 가맹점 매출 30억원 이하의 가맹점은 규모에 따라 수수료율이 0.1~0.3%p 내려갈 예정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 차제에 온라인 빅테크 업체들의 간편결제 수수료율 또한 인하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매 3년마다 카드사업자들이 가맹점주로부터 수취하는 수수료율을 조정해왔다. 이 수수료는 카드사가 고객과 가맹점을 연결해주는 서비스에 대한 댓가다. 다만 그 요율에 따라 이해관계자간 셈법이 복잡하고 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카드사가 수취하는 수수료 등락이 있어 이를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이해관계자들이 만족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이번 발표만 해도 영세상인들에게 유리한 조치가 취해져 선거철을 앞두고 코로나19 상황에서 영세 사업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를 내세운 선심성 정책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마트업계만 해도 카드사들이 수수료 수익을 올리는 구간이 대부분 연매출 5억원 이상 가맹점임을 들어 이번 발표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카드사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며 울상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매 3년마다 수수료율 조정이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내려오기만 했다”며, “지금은 카드사들도 곳간이 넘쳐나는 게 아니라 생존의 위기를 느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기업평가가 지난 11월 말과 12월 23일 시리즈로 분석한 보고서 ‘신용카드사, 태풍이 오고있다’에 따르면, 카드사들을 힘들게 하는 변화는 대출규제, 금리상승, 빅테크 대두 등 크게 세가지다.

정부가 아파트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제1금융권에서 대출이 막힌 수요자들이 풍선효과로 제2금융권으로 몰려가자 정부는 DSR규제 강화를 통해 카드사들의 대출 자산 증가를 정조준하는 분위기다. 한기평 측은 카드사들의 대출 축소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가 연간 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운용마진 축소다. 카드사들은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통해 영업을 해 운용수익을 거둔다. 하지만 이미 예정된 금리 상승에 따라 조달 비용은 오르는데 운용마진율 하락은 불보듯 해 카드사로서는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한기평은 내년 카드채 조달비용률이 올해 9월말 기준 대비 25bp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도별 신용카드사 영업이익률(출처=한국신용평가)
연도별 신용카드사 영업이익률(출처=한국신용평가)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해까진 정부의 확장 정책에 따라 소위 빚투(빚내서 투자)를 이어온 고객들이 내년엔 이자 상승에 따라 상환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며, “연말에 불거진 오미크론발 경제불확실성 확대가 자칫 카드사들의 건전성 문제로 연결될 경우 대손비용 증가 등 도미노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날로 영향력을 키워가는 빅테크 페이사업자들과의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도 있다. 오프라인 사용시에는 휴대폰을 꺼내 결제하기 보단 지갑에서 손쉽게 실물 카드를 꺼내는 게 선호됐지만, 코로나19로 각종 배달을 휴대폰으로 하면서 이른바 ‘페이친화성’이 높아졌다. 그 결과 그동안 빅테크업체들의 페이결제 서비스 도입을 주저하던 백화점, 호텔 등이 속속 서비스 도입에 나서는 상황이다.

한 카드사 마케팅본부장은 “동일산업 동일규제의 원칙에 따라 빅테크 결제사와 카드사업자 간 수수료 차별이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지 않은 채 코로나19 상황에 영세상인이 어려우니 카드사가 이 리스크를 다 흡수하라는 건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몰이해”라고 꼬집었다.

여러 정치적 이해에 따라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결정된다는 비판에 산정원칙 변경에 대한 요구도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다. 카드업계는 어차피 계속 떨어지기만 하는 수수료 변경 주기를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늦춰달라는 입장이다. 정부도 이 안에 대해서는 고려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나 실질적인 변화 가능성은 장담하기 어렵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조건 주기를 늦추는 것이 카드업계에 유리한 지도 생각해 볼 문제”라며, “지금까지는 수수료율 하향 기조가 이어져왔으나 앞으로 상황은 가봐야 알 수 있다”고 충고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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