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X그룹 회장
구본준 LX그룹 회장

구본준 회장이 LG그룹에서 독립해 만든 LX그룹이 3일로 창립 1주년이 됐다. 구본준 회장 체제에서 LX그룹은 계열 분리 작업을 서두르면서 잇단 인수로 몸집을 크게 불리고 있다.

LX그룹은 지난해 5월 3일 지주회사 LX홀딩스 창립과 함께 공식 출범했다.

1951년생인 구본준 회장은 고(故) 구자경 LG그룹 2대 회장의 3남으로 1985년 금성반도체에 입사해 LG반도체,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 LG전자 등에서 대표이사를 맡았다.

LX그룹의 계열 분리는 구인회 LG 창업회장 때부터 그룹 경영권은 장남이 승계하고 동생들은 일부 회사를 분리해 독립해 나가는 전통에 따라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사명 ‘LX’가 한국국토정보공사의 영어 사명과 동일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두 업체가 명칭을 공동 사용하기로 합의하는 일도 있었다.

구본준 회장은 형인 구본무 LG 회장이 2018년 별세하고 조카인 구광모 회장이 그룹 회장에 오르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지난해 LX인터내셔널과 LX하우시스, LX세미콘, LX MMA, LX판토스 등 5개 회사를 중심으로 독립했다.

LX그룹 창립 당시 구본준 회장은 "우리 안에는 1등 DNA와 세계를 무대로 하는 개척 정신이 자리 잡고 있다"며 "국내 시장을 뛰어넘어 세계로 나아가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LX그룹
LX그룹

구본준 회장 체제에서 LX그룹은 지난 1년간 몸집을 키우고 수익성 개선에 집중했다.

LX그룹의 자산(별도 기준) 규모는 2020년 말 8조 93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말 10조 374억원으로 약 24.0% 늘었다. 자산 총액 기준 국내 재계 40위권이다.

LX그룹은 출범 첫해부터 글로벌 물류사업과 반도체 사업을 중심으로 높은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LX그룹 소속 계열사의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2조 8099억원, 1조 2591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42.3%, 영업이익은 212.8% 증가했다.

그룹 내 맏형격인 ‘LX인터내셔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10.6% 증가하며 역대 최대 규모인 6562억원을 기록했고 반도체 계열사 LX세미콘(옛 실리콘웍스) 역시 전년 대비 292.4% 늘어난 3696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흑자를 달성했다.

신사업 확대를 위한 인수도 적극적이다.

지난 3월 LX인터내셔널은 약 6000억원을 들여 국내 시장 점유율 2위의 유리 제조 기업 한국유리공업을 인수했고 지난달에는 국내 바이오매스 발전소 '포승그린파워' 지분 63.3%를 약 1000억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LX인터내셔널은 이들 업체를 인수하며 친환경 중심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지금까지 무역업에 집중해왔다면 한국유리, 포승그린파워 등의 인수로 다양한 소재 분야 시장에 진입하며 안정적 수익 기반 마련에 나서고 있다.

또 LX그룹은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중견 시스템 반도체 기업인 매그나칩반도체 인수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X그룹은 계열사인 LX세미콘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시너지를 내기 위해 이번 인수를 검토하는 보인다.

매그나칩반도체는 SK하이닉스(당시 하이닉스반도체)가 2004년 10월 메모리 반도체 집중을 위해 비메모리 부문을 정리하면서 분사됐고 이후 미국 시티그룹 벤처캐피털이 인수했다.

미국 뉴욕거래소(NYSE)에 상장된 매그나칩반도체는 본사와 생산시설 등이 국내에 있지만 현재 주요 주주는 미국계 헤지펀드들로 구성됐다.

지난해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이 약 14억달러(약 1조 7000억원)를 들여 매그나칩반도체 인수를 추진해왔지만 미국 정부가 반발해 인수 작업이 무산됐다.

매그나칩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구동칩(DDI)과 자동차용 전력 반도체가 주력이다. 특히 TV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DDI 분야는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점유율 2위다.

구본준 회장 입장에서 반도체 사업은 아쉬운 점이 크다. 지난 1997~1998년에 LG반도체 대표를 맡기도 했으며 외환위기로 인해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반도체 사업을 넘기도 했다.

만약 LX그룹이 매그나칩 인수에 성공한다면 20여 년만에 친정으로 돌아가게 된다. 매그나칩은 2004년 하이닉스 반도체(현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집중을 위해 비메모리 부문을 정리하면서 분사한 회사로 LG반도체 계열사다.

한편 LX그룹은 구본준 회장 이후의 체계 준비에도 나서고 있다.

차기 후계자로 유력한 구본준 회장의 장남 구형모 전무는 올해 3월 상무에서 경영기획부문 전무로 승진하며 그룹 내 입지를 강화했다.

구형모 전무는 1987년생으로 LG전자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LX홀딩스 출범과 함께 상무로 합류했으며 신성장 동력 발굴과 전략적 인수·합병(M&A) 관련 업무를 수행해 오고 있다.

구 전무는 지난해 1대 주주인 구 회장으로부터 LX홀딩스 지분 11.15%를 증여받아 LX홀딩스의 2대 주주로 올라섰으며 경영수업을 거쳐 향후 LX그룹을 이끌 것으로 관측된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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