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겪으며 해외 수주 실적이 감소한 데 따라 영업실적 부진을 겪고 있던 건설사들이 최근 '원전'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새 정부가 탈원전을 백지화하며 원자력 발전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사업 강화를 예고한 데 따른다.
특히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한 관심이 높다. SMR은 원자로, 증기 발생기 등 주요 기자재를 하나의 모듈로 일체화한 300MW(메가와트) 이하의 소형 원자로를 말한다. 기존 대형 원전과 비교해 안전성과 경제성이 뛰어나고 탄소배출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SMR 시장이 2035년까지 연 15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 현대건설, 원전 분야 1등 도전
현대건설은 최근 한국수력원자력과 '차세대 SMR 및 탄소제로 원전 기술 개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비경수로형 SMR 개발 ▲경수로형 SMR 시공 기술 ▲연구용 원자로 관련 기술 협력 ▲워자력을 이용한 수소 생산 ▲원전해체 기술 개발 등 원전 핵심 분야에서 상호 협력한다. 아울러 각 분야의 기술 및 정보를 교류하고, 해외 시장 진출도 함께 도모한다.
앞서 지난달 현대건설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사(社)와 전략적 협약을 맺고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형 대형원전(AP1000 모델) 사업의 글로벌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형 원전(APR1400)에 이어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있는 AP1000 모델 사업에 공동 참여하게 됨으로, 대형원전 사업 범위를 더욱 확장시킨 것이다.
또 일찍이 차세대 원전 사업의 핵심인 SMR 분야와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는 원전해체 분야에도 발빠르게 나섰다. 지난해 11월 미국 홀텍사(社)와 SMR 개발 및 사업 동반 진출을 위한 협약 체결과 동시에 SMR-160 모델 글로벌 독점계약을 한 데 이어 지난 3월 미국 뉴욕주에 있는 홀텍 소유의 인디안포인트의 원전해체 사업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미국의 선진 원전해체 기술을 축적할 수 있게 됐다.
현대건설은 추후 원전해체 사업을 국내로 들여오고, 국내 수명연하니 도달한 원전(17개 추정)을 해체한 후 해당 부지에 SMR을 설치하겠다는 목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원전사업 다각화와 핵심 원전 기술을 확보해 글로벌 원전사업의 게임 체인저로서 현대건설의 위상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대우건설, 원전사업 경쟁력 강화
대우건설은 올해 말 입찰이 가시화될 예정인 '체코 원전 사업'에 팀 코리아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체코 원전 사업은 한국과 미국, 프랑스 세 국가가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기술, 한전KPS, 대우중공업 등으로 구성된 팀 코리아에 참여해 한국형 경수로 원전의 우수성을 알리면서 입찰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한수원을 주관으로 하는 '스마트 팀 코리아 협의체'를 통해 국내 기술력을 통한 해외 SMR 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투자를 바탕으로 i-SMR(혁신형 SMR) 기술개발사업 참여 및 투자를 적극 추진해 향후 해외 중소형원전 수출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4월 대우건설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발주한 3632억원 규모의 수출용 신형연구로 및 부대시설 건설 공사도 수주했다. 해당 원자로는 부산시 기장군의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일반산업단지 내에 들어서며 하부구동 제어장치와 판형 핵연료 등 세계 최초로 적용되는 최신기술을 도입한 15MW(메가와트)급 연구용 원자로다.
종합심사낙찰제로 이뤄진 입찰 과정에서 대우건설(50%)과 현대건설(30%), GS건설(20%)이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대우건설은 앞서 2013년 해당 사업의 종합설계용역을 수행한 바 있으며, 50% 지분(약 1816억원)으로 주간사를 맡았다.
해당 사업으로 수출용 신형연구로가 건설되면 핵의학 진단을 비롯해 암 치료에 필수적이지만 수입에만 의존해왔던 방사성 동위원소의 국내 수급 안정과 수출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중성자를 이요한 고품질 전력용 반도체 생산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아울러 대우건설은 원전 건설 실적을 바탕으로 2012년 국내 건설사 최초로 가동원전 설계기술 Q등급 자격을 획득한 바 있다. 이후 가동원전 일반종합설계, KEPIC(전력산업기술기준) 기계 및 구조 분야 원자력 설계 인증도 따내며 가동중 원전과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설계 수행력을 갖추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SMR에 대한 기술력 확보 및 투자에 지속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원자력 분야의 설계부터 해체에 이르는 토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경쟁력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대한민국의 기술력을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 현대엔지니어링, 원전사업 위한 부서 신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23일 SMR 분야의 선두주자로 나서고자 기존 팀 단위 조직이었던 원자력부문을 '원자력 사업실'로 격상해 원자력 사업을 전담하는 별도의 전문 조직을 신설했다.
기존 원자력 분야 인력에 설계 인력을 보강하고, 외부 전문 인력 영입까지 더해 원자력 영업·수행 전담조직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원자력 통합 조직 핵심설계기술을 확보해, ▲SMR과 초소형모듈원자료(MMR) 및 수소 생산 ▲원전해체 및 핵주기 ▲연구용 원자로 및 핵연료제조시설 사업 추진 등에 나서고, 더 나아가 현대엔지니어링만의 SMR 고유 기술 확보에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은 2012년 미국 USNC사(社)와 초고온가스로 설계 및 개발협력 MOU를 체결, 2015년 동 기업과 MMR 개발협력 MOU 체결에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4세대 원전 기술 확보에 뛰어 들었다.
이어 올해 1월 USNC와 30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 계약을 체결하면서 MMR 글로벌 EPC 사업 독점권을 확보하고, 캐나다 동부 토론토 북동쪽 초크리버 원자력연구소 부지에 MMR 실증 플랜트 건설에 착수함으로써 10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해당 캐나다 초크리버 MMR 사업을 기반으로 2029년까지 캐나다, 미국, 폴란드 등지에서 MMR EPC(설계·조달·시공)사업에 진출하고, 기술 고도화를 통해 기존 MMR 보다 출력을 대폭 높인 MMR++(가칭) 개발에 나서 고온을 활용한 수소 대량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분야에 적극적인 투자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글로벌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 두산에너빌리티·삼성물산,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협력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는 지난 4월 미국 SMR 기술회사 뉴스케일파워와 본격적인 SMR 제작 착수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2029년 준공을 목표로 뉴스케일파워가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추진 중인 UAMPS SMR 본제품 제작을 시작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협약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하반기 SMR 제작에 사용되는 대형 주단 소재 제작에 나선다. 내년 2023년 하반기에는 본격적으로 SMR 본제품 제작에 돌입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제작하는 SMR 본제품은 폴란드에도 공급된다. 뉴스케일파워가 지난 2월 폴란드 구리·은 회사인 KGHM과 최소 6기의 SMR을 건설하는 계약을 체결한 데 따른다. 뉴스케일과 KGHM은 상황에 따라 SMR을 최대 12개까지 늘릴 계획이며, 총 발전용량은 1GW(기가와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7월 뉴스케일파워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2000만 달러 지분 투자를 약속한 데 이어 지난 2월 추가로 5000만 달러(600억원) 규모로 상장지분 사모투자(PIPE)를 결정했다. 이로써 투자규모가 총 850억원에 달한다..
삼성물산의 투자에 따라 뉴스케일파워는 2억1100만 달러에 달하는 PIPE 자금을 확보해 SMR 기술을 강화하고 상용화를 가속화하는 중에 있다.
당시 삼성물산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뉴스케일파워 투자 확대는 뉴스케일파워와 업계를 선도하는 SMR 기술이 글로벌 에너지 전환에서 중요하고 다각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의 반영"이라며 "이런 중요한 기회와 성장 단계에서 뉴스케일파워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지난 4월 뉴스케일파워는 두산에너빌리티와 삼성물산, 그리고 GS에너지와 '전세계 SMR 발전소 사업개발 공동추진 MOU'를 체결했다. 뉴스케일파워가 SMR 기술을 제공하고 두산에너빌리티가 기자재 공급을 담당, 삼성물산이 발전소를 시공하면 GS에너지가 운영하는 방식으로 협력할 예정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