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통패권’ 장악위한 M&A 통합작업 속도
시너지 아쉽지만 ‘신세계 유니버스’ 변화 이끌어
‘복심’ 강희석 연임으로 온오프라인 통합 이어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재계의 ‘이슈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적극적인 소셜미디어(SNS) 소통을 이어왔으며 본인이 구단주로 있는 SSG랜더스의 우승까지 이끌었다.
경영 측면에서는 지난해에 야구단 ‘SK와이번스’,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 지마켓글로벌(이베이코리아),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인수 등이 있었던 만큼 올해에는 투자보다는 투자 후속 통합작업에 더욱 착수한 모양새다. 아직 통합작업으로 인한 시너지가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오프라인과 온라인 사업을 통합하는 ‘신세계 유니버스’의 구축을 더욱 앞당기고 있다.
'제1의 유통기업' 달성 앞당겨
정용진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로 “우리가 결국 도달해야 할 목표는 ‘제2의 월마트’도, ‘제2의 아마존’도 아닌 ‘제1의 신세계’”라고 말하며 올해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신세계그룹이 뜨거운 열정과 패기로 백화점·이마트·스타필드·스타벅스 등을 대한민국 유통사의 성공 신화로 써내려 왔듯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서도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올 한 해 임직원 모두가 뜨거운 심장으로 다시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2022년은 신세계그룹이 디지털로 피보팅하는 원년”이라며 “디지털 원년을 위한 준비와 계획은 모두 마쳤고 이제 ‘오프라인조차 잘하는 온라인 회사’가 되기 위한 실천만 남았다”고 말했다.
디지털 피보팅이란 오프라인 역량과 자산을 하나의 축으로 삼고 또 다른 축인 디지털 기반의 미래사업을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정용진 부회장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 3개의 과제를 당부했다. 고객의 시간과 공간 점유를 비롯해 ▲고객의 모든 일상이 신세계에서 해결가능한 디지털 생태계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 역량 확충 등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신세계그룹의 최대 강점인 오프라인 인프라가 디지털 역량과 하나돼 시너지를 창출하면 경쟁사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유일무이의 온·오프 완성형 유니버스(신세계 유니버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그룹의 컨텐츠들과 자산을 모두 연결해 고객에게 보다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용진 부회장은 올해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업의 연계와 통합을 앞당기는 전략을 펼쳤고 유통과 스포츠 등 사업 영역의 경계를 허물고 시너지 창출에 나섰다. 동시에 글로벌 물류 유통망이 흔들려 경제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에도 신사업 추진 의지를 강하게 천명했다.
지마켓 인수 1년, 시너지 위한 변화 속도·폭 넓혔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6월 지마켓(당시 이베이코리아)의 인수를 확정했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이마트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에메랄드에스피브이를 통해 지마켓의 지분 100%를 보유한 아폴로코리아를 소유하는 형태로 지마켓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M&A 시장의 최대매물로 꼽힌 지마켓 인수를 위해 신세계그룹이 투입한 돈은 무려 3조 4404억원이다. 막대한 투자로 인해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기존 3%에서 15%로 단번에 뛰어올랐다.
이후 신세계그룹은 지마켓 인수 후 자사가 보유한 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과 지마켓의 시너지 창출에 나섰다. 지난 4월에는 SSG닷컴과 지마켓이 운영하는 G마켓·옥션의 온라인 유료 멤버십 ‘스마일클럽’을 통합했다. 스마일클럽 통합작업은 멤버십 가입비용과 할인범위를 채널에 맞게 설계해 맞춤형 혜택 제공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유입이 늘어 멤버십 고객은 한달 만에 신규회원 30만명을 모았다.
동시에 지난 8월부터 G마켓·옥션에서 SSG닷컴 쓱배송, 새벽배송 연동한 온라인장보기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마트 서비스의 이용이 가능해졌다.
다만 신세계그룹이 지마켓 인수 후 대규모 통폐합과 시너지를 위한 신규 서비스가 추진되면서 적자 규모가 커졌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지마켓의 3분기 영업손실은 149억원으로 이마트 실적에 부담이 됐다.
이마트, 실적 부진 가시화
이마트는 최근 2년간 온라인 채널 강화에 나서면서 투자 비용이 크게 증가해 실적이 다소 부진하다. 판관비 증가와 아직은 더딘 온라인 사업 손익 개선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 6월부터는 기존의 성장 우선 전략에서 수익성 위주 전략으로 선회해 변화를 노렸다.
이마트의 3분기 실적은 증권가 컨센서스(전망치)를 하회했으나 일회성 비용 제외 시 부합했다. 이마트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22.1% 증가한 7조 7100억원. 영업이익은 7.3% 줄어든 1007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SCK컴퍼니(스타벅스 코리아) 리콜 관련 일회성 비용(358억원)이 부담이었다.
이마트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221억원으로 전년도 상반기 1308억원의 영업이익과 비교해 무려 83% 줄었다.
또다시 투자 약속…약속 금액만 20조원 넘어
이마트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신세계그룹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향후 5년간 온·오프라인 유통 사업 확대와 헬스케어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 20조원을 투자한다고 지난 5월 밝혔다.
백화점과 이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사업 확대를 위해 1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 신규 출점과 기존 점포 경쟁력 확대를 위해 3조 9000억원을 투자하고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출점, 기존점포 재단장 등에 1조원을 투입한다.
신세계프라퍼티도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스타필드 수원을 필두로 창원과 청라 등 신규 점포 출점을 위해 2조 2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온라인 비즈니스 확대를 위해서는 모두 3조원을 투자한다. 물류 경쟁력 확대를 위한 물류센터 확대와 시스템 개발 등에 집중 투자하고 신사업 개발 및 생산 설비 확대에도 역량을 집중한다.
다만 잇따른 M&A와 신규 투자로 인해 신세계그룹의 유동성은 크게 하락한 상황이다. 이마트는 3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97억원에 불과하다. 이마트의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 8월 이마트에 운영자금 2900억원을 유상증자로 지원하기도 했다.
'복심' 강희석 연임으로 '신세계 유니버스' 자신감 보여
신세계그룹이 지난해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으나 그에 따른 실적지표는 좋지 않았다. 이에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의 책임론이 거론됐으나 정용진 부회장은 연말 인사에서 연임을 택하면서 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지마켓글로벌과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온라인 통합작업에 막대한 투자가 이어져 이마트의 온·오프라인 통합작업이 도리어 신세계그룹에 부담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했다.
이에 문책성 인사로 연말인사에서 강희석 대표가 이마트나 SSG닷컴 가운데 한 회사 대표 자리만 유지하고 타 회사에는 새 대표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마저 나왔다. 실제로 이번 인사에서는 ‘신상필벌’의 차원에서 제품 품질로 논란을 빚었던 스타벅스코리아(SCK컴퍼니)의 수장 자리가 기존 송호섭 대표에서 손정현 신세계아이앤씨 대표로 교체됐다.
다만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와 SSG닷컴에 변화를 주기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양사의 실적 지표는 부진하지만 강희석 대표가 추진해온 이마트의 온·오프라인 통합 작업,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 창출 등의 방향성이 옳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M&A 통합작업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책임감 있는 경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수장이 교체되서는 안된다는 위기감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실패해도 꾸준히 실천’을 당부했던 만큼 올해에 실천의 중요성을 직접 보여줬다”면서 “M&A의 시너지가 충분히 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도 있으나 단기적인 수익성 못지않게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투자를 올해에 보여줬다. 다음해에도 이러한 경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커머스 시장 경직성이 서서히 나타나는 상황에서 막대한 투자보다 수익성이 고려해야할 시기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투자와 수익을 함께 잡을 묘안도 필요하다”고 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