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에게는 공정이란 잣대의 엄중함을 보여줄 좋은 기회"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지난 11일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라덕연 H투자컨설팅 대표가 구속됐다. 라 대표는 투자자들로부터 휴대전화와 증권 계좌를 넘겨받고, 작전세력 간에 차액결제거래 방식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통정거래를 통해 삼천리 및 다우데이타 등의 주가를 띄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런 불법 거래를 통해 라 대표 일당이 2640억 원을 벌어들이고, 이 중 절반인 1320억 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챙기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전 회장은 폭락 나흘 전(4월 24일) 605억 원 상당의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지분 3.65%) 팔았고,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은 폭락 일주일 전 자사 주식을 매도해 457억 원을 현금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전에 어떤 경로로든 대규모 매도 계획 정보를 인지했을 개연성이 크다.
라 대표가 “김 회장은 증여·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가를 낮춰야 했다”며 “제3자에게 지분을 판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김 회장의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옮겨가는 거래였을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자,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최근 주식 매각대금 605억원의 사회환원과 함께 회장직 및 이사회 의장직 사퇴를 발표했다.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기간에 걸쳐 주가를 올리면서 현 시스템으로 잡지 못했다"며 현재 감시시스템에 어떤 맹점이 있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기술적으로 어떻게 보완할지 한국거래소 전문가들과 논의를 하겠다"며, 특히 "3400개 CFD계좌를 전수조사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지난달 28일 남부지검에서 ‘합동수사팀’을 구성한 이후, 금융당국은 금융위 자본시장 조사부서 근무 인력 10명 및 금감원 3명(2명 추가 파견 예정)을 신속히 파견하여 검찰 수사를 적극지원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검찰․금융위․금감원․거래소 등 관계기관이 긴밀히 협력하여 혐의가 의심되는 부분에 대한 수사와 조사가 신속하고 철저하게 이루어지도록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FD 거래가 무엇이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짚어보자.
CFD란 무엇인가?
CFD(Contract for Difference)는 실제 투자상품을 보유하지 않고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을 이용한 차익을 목적으로 매매하며 그 차액을 정산하는 장외파생상품거래다.
차액결제거래는 투자자가 보증금 명목의 증거금을 내면, 증권사가 자기 돈을 보태 원금의 최대 2.5배까지 주식을 대신 사준 뒤 향후 차익을 정산하는 계약이다. 증거금 1억원이 있을 경우, 2억5천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다.
CFD 거래 구조는 다음 그림과 같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9년 말 차액결제거래를 이용할 수 있는 ‘개인 전문 투자자’ 기준을 금융투자 잔고 5억원에서 5천만원으로 요건을 낮춰주었다.
2020년 11월 한국거래소는 2020년 월평균 거래금액(‘20.1~8월)이 1조 8,713억원으로 급격히 증가( 2019년 월평균 8,053억원)한 것으로 나타나, CFD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여부에 대하여 집중 심리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FD 거래가 허용된 개인전문투자자는 2020년 말 1만1626명에서 2021년 말 2만4365명으로 1년동안 2배 가량 증가했고, 2020년 말 차액결제거래 잔액은 한 해 전보다 3.8배 불어난 4조7807억원까지 늘어났다. 증권사들의 고액 투자자들에 대한 절세 상품 홍보전략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CFD는 전문 투자자를 위한 상품인데, 이번 사태를 보면 작전세력이 다단계로 자금을 모아 CFD를 이용해 통정매매를 통한 주가조작 창구로 악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사태로 증권사들은 거액의 손실을 피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증권사들은 주가 폭락으로 CFD 이용자들에게 발생한 미수채권의 회수가 만만치 않을 것이 쉽다. 투자자들이 개인회생이나 파산신청을 한다면 증권사들의 미수채권 추심은 불가능해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말 기준 CFD 잔고는 2조7697억원에 달한다. 잔액은 교보증권이 6180억원으로 가장 컸고 키움증권이 5576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대주주의 차명거래 여부 및 공시의무 위반 여부도 수사해야
지난 2020년 11월 18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CFD(차액결제거래)를 이용한 불공정거래와 관련해 집중심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투자자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아 양도소득세, 지분공시의무 등 규제 회피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고, 익명성을 악용한 미공개정보이용,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개연성 및 사례에 대해 집중 심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수년간에 걸친 통정매매를 통한 주가조작이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모니터링 시스템을 피해나갔고, 위험성은 현실로 드러났다.
상장법인의 대주주가 CFD거래를 이용할 경우, 익명으로 거액의 시세차익을 확보할 수 있고, 자본시장법에 의한 공시의무도 피할 수 있다.
CFD거래는 표면적으로는 외국계 증권사가 매입한 것으로 나타나 외국인 주식투자 통계를 왜곡시키는 문제도 있다.
합동수사팀의 수사는 불공정거래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대주주의 금융실명법에 의한 차명거래 여부, 자본시장법에 따른 공시의무 위반 여부까지 수사 범위를 확장해야 할 것이다.
국세청의 합동수사단 참여 필요성
CFD 거래 이용 시 2020년 이전까지 양도소득세는 비과세이었고, 2021년부터 양도소득세율은 10%다.
현재 코스피(유가증권시장)·코스닥 상장 주식을 직접 매수할 경우 종목당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세법상 대주주’는 최고 25%의 양도세율(과세표준 3억원 이하는 20%)을 적용받는 만큼, 차액결제거래를 활용하면 세금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 기준은 2018년 종목당 보유액 ‘15억원 이상’에서 2020년 ‘10억원 이상’으로 강화됐다.
지난 11일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자리에서, "CFD상품도 일반적인 금융투자상품과 똑같이 과세를 받아야 하는데 CFD는 양도세를 절반만 물으면서 고액자산가들이 절세를 위해 이용하면서 거래가 급증했다는 지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CFD가 과연 절세 상품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세기본법상 실질 과세 원칙에 따라 세법상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CFD 이용 시 외국인으로 표시돼 신분세탁용으로 쓰일 수 있어 금융실명법 위반 개연성도 농후한 까닭에, 국세청도 합동수사팀에 합류해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SG발 주가조작 사건은 자본시장의 신뢰성 추락은 물론, 수많은 개미 투자 피해자들을 양산했기에 내막을 소상하게 밝혀 강력한 처벌을 해야 마땅하다.
윤석열 정부에게는 공정이란 잣대의 엄중함을 보여줄 좋은 기회다.
[스트레이트뉴스 이호연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