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미래에셋 업계 정상 쟁탈전…중소형사 “시장 저해 우려”
장기투자 비용 중요…총보수, 총비용비율(TER) 등 제대로 알아야
자산운용업계가 때 아닌 ‘수수료 인하’ 이슈로 논란에 쉽싸였다. 국내 ETF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자산운용이 지난 19일부터 미국시장 투자 ETF 4종에 대해 최저 보수 인하를 적용, 시행한 게 도화선이다. 시장 선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미래에셋에 대한 선전포고’라는 시각,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는 ‘1등답지 않은 행보’라는 지적에 삼성자산운용은 “일부 상품에 대한 일시적인 마케팅”이라는 설명이다. 장기투자에 있어 거래비용은 수익률과 직결되는 문제다. 정확한 개념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지난 19일 삼성자산운용은 자사의 ETF브랜드 ‘KODEX’의 미국시장투자 대표지수ETF 4종에 대해 총 보수를 기존 연 0.05%에서 연0.0099%로 인하했다. 삼성 측은 “1억원 투자 시 1만원도 안되는 비용”이라고 강조한다.
이번에 보수가 인하된 상품은 환오픈형이자 배당을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토탈리턴(TR)형 2종 ▲KODEX 미국S&P500TR ▲KODEX 미국나스닥100TR과 배당을 지급하는 환헤지형 2종 ▲KODEX 미국S&P500(H) ▲KODEX 미국나스닥100(H) 등 총 4종이다.
수많은 자사 상품 중 이 4 상품에 대해 보수를 인하한 이유로 삼성자산 측은 “S&P500과 나스닥100지수는 기관은 물론 개인 투자자들 모두 선호하는 자산군”이라며, “특히 국내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연금투자의 필수 상품으로 자리잡을 만큼 친숙해 이번 보수 인하를 통해 투자자들은 수익률 제고라는 직접적인 혜택을 받게 된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한 마디로 장기 성장성이 좋아 인기가 많은 미국 대표 시장을 추종하는 상품을 개인들이 연금에 담을 때 거래비용을 최소화해 장기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조치를 두고 업계에선 ‘노림수가 분명한 마케팅’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마케팅본부장은 “현재 국내시장 1위이긴 하나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발밑까지 추격을 허용한 상황에서 추월을 막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라며, “이제 막 본격적인 성장에 나선 ETF시장에 찬물을 끼얹어 1위 사업자 답지 못한 행보를 보였다”고 잘라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국내 ETF시장(공모형) 규모는 투자자의 초기 투자금과 투자성과가 반영된 순자산(NAV) 총액 기준 138조1493억원이다. 이중 1위 삼성자산운용이 54조1873억원(39.22%),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50조6913억원(36.69%)를 차지하고 있다.
불과 4년 전인 2020년 4월27일 기준 전체 공모ETF시장 규모는 45조7158억원, 이중 순자산총액 기준 1위 삼성자산운용 24조6404억원(53.90%),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 10조5661억원(23.11%)로 2위 회사의 규모가 1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삼성자산운용 입장에선 불과 4년만에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한 셈이다. 이번 거래비용 인하가 민감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미래에셋도 초기 추격에 나설 땐 TIGER ETF 보수를 인하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간극이 큰 추격자가 인하결정을 내리는 것과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추격을 막기 위해 보수를 내리는 것은 결이 다른 이야기”라며, “일각에서 이를 알리기 위해 수십억원 가량의 광고비도 책정했다는 소문이 나오는 상황이라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 측은 이와 같은 업계 반응이 과도하다는 반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번에 대상이 된 ETF는 이미 2021년 4월에 출시 이미 3년이자 지난 상품이고 이를 대체할 만한 타사 경쟁상품이 많지 않운 상황이라 타사에 피해가 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연금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고객 연금의 장기성과를 높일 수 있는 조치를 내릴 것을 두고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번 보수 인하 조치에 대한 마케팅 활동도 연말까지 한정으로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상위 ETF 운용사 관계자는 “4개 상품 한정이라고 하나 상품 하나하나의 규모가 매머드급이고, 시장 반응이 나쁘지 않다면 이를 다른 상품으로 확대 적용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며, “중견 ETF운용사들 입장에서는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마케팅 등에 출혈경쟁을 벌이는 입장인데 1위 사업자가 보수로 승부를 거는 것은 거대 플랫폼인 쿠팡이 시장을 점령한 뒤 일방적으로 쿠팡와우 회원비를 4900원에서 7900원으로 올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자유경쟁 시장에서 거래 비용을 조절하는 것은 불법도 아닐 뿐더러 고객 관점에서는 경쟁을 통해 더 낮은 비용으로 서비스를 누리는 혜택을 보니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국내 투자 시장이 ETF 중심으로 재편돼 계속 성장하는 이때, 경쟁 운용사들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돼야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가 가능한 데 1위 회사의 접근법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ETF시장을 만든 것이 삼성자산운용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그 주인공인 배재규 부사장이 한투운용 대표로 넘어간 이후, 글로벌 투자에 강점이 있는 미래에셋에 덜미를 잡힐 상황이 되자 삼성자산운용이 상대적으로 약점인 미국지수 시장에 힘을 실은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편 ETF와 관련한 비용 관련 용어에 대한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있다.
한 증권사 WM팀장은 “수수료, 보수, 총비용비율(TER) 등 자신의 투자 성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비용 체계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일수록 거래비용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장기 성과일수록 그 편차는 커진다”고 강조했다.
수수료(Commission)이란 한 번의 거래를 위해 지불되는 비용으로 주식거래 수수료가 대표적이다. 보수(Fee)란 일정 기간 일어나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연간 보수’ 등이 그 예다. 가령 펀드에서 한번 가입할 때 내는 건 ‘수수료’지만, 일정 기간 돈을 맡겨 운용되는 동안 나가는 비용은 ‘보수’다.
통상 자산운용사에서 말하는 ‘보수’란 총 운용보수를 말한다. 하지만 ETF를 매수해 운용하는 전 기간에 걸쳐 드는 비용은 전체 투자금에서 보수율과 기타비용, 판매수수료와 매매중계수수료율을 모두 적용한 총비용비율(TER)이다. 금융투자협회 펀드공시 등을 통해 이를 확인해봐야 한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