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한은, 하반기 초 금리인하 전망”
한국은행이 올해 상반기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정책 강도를 현재보다 높이는 건 제한적”이라면서도 “연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여전히 확실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를 근거로 증권업계에선 “한국은행이 하반기 초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3일 이 총재는 5월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2022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7회 연속으로 인상했다. 이후 지난해 2월부터 이번 금통위까지 기준금리를 11회 연속 동결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에 참석한 위원 6명 가운데 5명이 석 달 뒤에도 금리를 연 3.5%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며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한은 목표치인 2%로 수렴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통위원 1명은 지난 금통위 때 처럼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근 물가 상승 압력이 올라갔지만, 내수 회복세가 완만할 것으로 보이고 물가 둔화 추세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해 통화 정책 파급 시차를 고려하면 금리를 선제 인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가 있지만, 물가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2.4%로 내려가는 추세가 잘 확인되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를 기록했다. 3개월 만의 2%대 진입이다. 근원물가는 지난달 2.3% 상승해 2% 초반대로의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2.6%로 유지했다. 이는 전날 한국금융연구원(KIF)이 공개한 전망치 대비 0.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하반기 하락세를 보였으나 중동지역 지정학적 위험 확대에 따른 원자재 가격 불안정으로 다시 상승했다. 현재도 유가와 농식품 가격 등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가 많은 상황이다.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가 확실하게 올라간다고 하면 당연히 고려해야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제한적이라고 파악한다”고 답했다.
증권업계에선 이날 이창용 총재의 비둘기파적 발언을 두고 하반기 금리인하를 전망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창용 총재가 비둘기파 성향의 모습을 보인 게 인상적”이라며 “5월 금통위를 기점으로 하반기 한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은 확산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올해 수정경제전망치는 종전 2.1%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동시에 2025년 성장률 전망치는 2.3%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물가 전망치는 헤드라인과 근원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2.6%, 2.2%로 유지했다.
더불어 한국은행은 “2분기 민간소비 부진 이후 하반기부터는 회복이 나타날 수 있다”며 “추후 물가가 한은 타겟에 근접할 경우 금리 정상화 작업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결국 하반기 금리인하가 전제되며 민간소비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표현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로 보면 GDP 아웃풋 격차는 내년으로 갈수록 폭이 축소되는데 이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아도 된다는 명분을 약하게 만든다”며 “하반기 2차례의 금리인하 전망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내적으로는 금리인하의 조건들이 갖추어지고 있으며 금통위는 금리 인하의 마지막 퍼즐인 연준의 인하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며 “오는 7~8월 중 첫 금리 인하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공개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FOMC 참석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2%로 지속적으로 향한다는 더 큰 확신을 얻기까지의 시간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