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DS부문 등 내부 보안 강화.. 기밀 유출 '함구령'
직원 말·행동 단속..이미지 훼손으로 인한 피해 발생 방지
최근 기업들이 임직원의 말과 행동에 제동을 걸고 있다. 기업의 중요한 정보가 유출되거나 잘못된 정보가 확산돼 경영에 지장을 주는 탓이다. 크게는 기업 이미지 훼손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집중적인 단속에 나선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내부 정보 유출과 지라시(정보지) 유출로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임직원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대상으로는 'DS 보안의 날'을 정하는 등 강하게 입단속에 나섰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사내 게시판에 "7월부터 'DS 보안의 날'을 운영한다"고 공지했다. 'DS 보안의 날'이란 매월 첫째 주 월요일(공휴일인 경우는 그 다음 날)에 임직원이 자체적으로 보안 점검을 하는 날로, 부서장이 주관하는 보안 교육도 진행된다. PC 화면보호기 등을 통해 정보 보안을 당부하고 보안 가이드를 안내하는 메시지 등이 전달될 예정이다.
사실 DS 보안의 날이 정해지기 이전인 지난달 초 삼성전자는 사내 게시판에 "내부 정보 유출로 회사의 시장 경쟁력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달라"는 내용의 공지문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최근 회사 내부 정보가 외부로 유출돼 기사화되거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게시되는 사례가 몇 차례 발생했다"며 "사실 여부와 별개로 내밀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면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이같이 직원들 단속에 나선 이유는 정보 유출에 따른 고객사와의 비밀 유지 약정 위반, 평판 저하에 따른 신용도 훼손 등의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임직원 입단속 등의 행보는 2019년에도 있었다.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비상계획'을 가동하는 한편 사장 주재 실무진 정기 회의를 줄줄이 취소하고 일본발(發) 제재에 따른 물량 확보 대책 마련에 나서면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내부 상황에 대한 대대적인 함구령을 내린 바 있다. '경쟁사 및 거래처 등에 재고 물량을 포함한 내부 사정과 관련해 어떠한 말도 하지 말라'는 지침이었다.
당시 거래처 등에서 "물량 공급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 "반도체 납품 가격이 오르는 것 아니냐" 등의 불안감이 커진 문의가 증폭하고 있는 가운데 회사 기밀이나 잘못된 정보가 유출돼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는 반도체 사업과 관련해 지라시 등이 기사화되면서 삼성전자를 둘러싸고 우려와 불신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 다시 한번 함구령을 내리는 모습이다.
지난달 26일에는 여의도 증권가를 중심으로 '삼성전자 웨이퍼뱅크 내에서 사고가 발생해 웨이퍼 20만장 전량 폐기를 검통 중이며 피해 규모는 1조원'이라는 내용의 지라시가 돌았다. 이에 삼성전자는 즉각 "사실 무근이며 근거 없는 괴담"이라고 사태 수습에 나선 바 있다.
이보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HBM칩이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것과 맞물려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들이 엔비디아와의 미팅을 위해 비밀스레 미국 출장길에 오른 사실이 알려지면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외신보도 내용은 잘못된 것이라며 즉각 반박에 나서긴 했으나 해당 시기에 경영진이 미국으로 직접 간데다 당초 예상보다 품질 테스트 일정이 길어지면서 시장에서는 다양한 추측이 난무했다.
이밖에도 최근 취임한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과 관련해 'YH(전 부회장의 영문 약자) 조치' 라는 등 정체불명의 글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나 증권가 지라시 등을 통해 유포됐던 점도 보안 강화 움직임을 확대하는 데 한 몫 했다.
인터넷 상에서 떠돈 'YH 조치' 지라시에는 사외로 흡연하러 이동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금연 사업장을 부활한다거나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회식 문화와 야유회, 주말 등산 모임을 활성화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임직원의 시간 효율을 위해 숙직실을 만들고 사복을 제작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해당 지라시에는 '패밀리데이' 취소 등의 내용이 들어간 'YH 조치'뿐 아니라 전 부회장이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비롯해 각종 제품과 기술의 경쟁력 약화를 지적하는 발언을 했다며 상세하게 적혀있기도 했다. 삼성전자 측은 지라시 내용이 대부분 사실 무근이거나 터무니 없는 내용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로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내고 올해 들어서는 HBM 시장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 같은 지라시가 퍼지며 삼성전자 안팎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한편 상황 자체가 희화화되면서 기업 이미지 훼손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자 삼성전자도 회사 차원에서 강경하게 나서는 모습이다. 현재 임직원에게 미확인 정보 등을 지인에게 얘기하거나 인터넷 커뮤니티 또는 SNS 등에 게재해 확대 재생산되면 취업규칙에 따른 징계나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정보 보안과 관련한 교육 횟수도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지난달 26일 전 부회장이 처음으로 주재한 DS부문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에서도 예년(120여 명)보다 적은 규모의 핵심 임원들만 참석시켰다. 민감한 사업 전략을 다루는 회의인 만큼 보안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SK그룹도 임직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린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서든데스(돌연사)'를 강조하며 대대적인 쇄신을 천명하던 때인 올해 초다. 최 회장이 그룹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을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한 이후 최 부회장이 '토요 사장단 회의'를 부활시키면서 임직원에게 회의와 관련한 내용을 함구하도록 당부한 것이다.
SK그룹의 토요 사장단 회의는 본래 한 달에 두 번 격주 토요일에 열린다. 다만 최 부회장은 사장단 등 임원진들에게 회의 안건과 장소, 참석자에 대한 발언을 자제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만큼 외부에 내용을 알리는 것보다 성과로 승부하겠다는 최 부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파악된다. 또 회의 내용이 외부에 노출되면 회의의 취지가 희석될 수 있고 회의에 참석했던 사장단 개인의 의견이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직원으로 인해 기업 이미지가 훼손돼 손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르노코리아자동차는 한 직원으로 인한 성별(젠더) 이슈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르노코리아가 야심차게 4년 만에 내놓은 신차 홍보 영상에 출연한 직원의 손동작으로 인해서다.
르노코리아 공식 유튜브 채널 '르노 인사이드'에 하이브리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신차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 홍보 영상이 올라온 가운데 영상에 출연한 해당 직원이 신차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ㄷ' 모양을 만든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해당 손동작에 대해 일부 누리꾼들이 해당 손가락 모양이 "남성 신체 부위를 조롱할 때 쓰는 손동작"이라고 지적하며 여러 사이트에 글을 게시하자 논란이 확산됐다.
사태가 커지자 르노코리아 측은 유튜브 채널 '르노 인사이드'에 즉각 사과문을 게시했다. 회사는 "최근 발생한 당사의 사내 홍보용 콘텐츠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셨을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관련 논란에 깊은 우려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 당사자에 대한 조사위원회는 인사, 법무 내부 구성원은 물론 필요시 외부 전문가도 포함해 객관적이고 명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할 예정"이라며 "조사위원회 결과 도출 전까지 당사자의 직무수행 금지 조치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고객들의 르노코리아 신차 계약 취소가 빗발치고 있어 생계가 어렵다는 영업사원들이 나타나는 등 르노코리아 본사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당분간 이번 논란으로 인한 상황 대처로 분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