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최초 밸류업 계획 공시...주주환원율 50% 달성 기대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 후 소각...국내 상장사 소각률 2.2%('22년 기준)와 대비

연초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증권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집중되고 있다. 상반기 중 외국인이 국내 주식 22조9000억원을 순매수 했고 7월 초 기획재정부가 기업의 법인세 세액 공제 등의 혜택 내용이 담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투자자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국내 증권시장은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은 “한국의 주식은 신흥국 기업들 중 평균적으로 가장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거래되고 있다”며 “시장정책의 자율적 성격과 세제 개혁에 대한 정치적 대립으로 인해 성과를 구체화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밸류업 내가 챔피언’ 시리즈를 통해 투자 기대감이 높은 사례를  차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메리츠금융 제공.
메리츠금융 제공.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 주가는 올해 초부터 이번달 16일까지 40.30%(2만3700원) 올랐다.

메리츠금융 주가가 연초 대비 40% 이상 오른 건 국내 금융사 중 가장 높은 자본초과 수익(Equity Spread)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자본초과 수익은 자기자본이익률(ROE)에서 자본비용을 뺀 값으로 기업의 자본 활용 효율성을 판단하는 지표다. 

SK증권에 따르면, 1분기 국내금융사의 자기자본비용(COE) 기준 자본초과 수익은 19.2%포인트(p)로 추정된다. DB손해보험(8.2%p)과 JB금융(4.4%p), 삼성화재(3.5%p), 코리안리(3.2%p) 등 타 금융사와 비교했을 때 메리츠금융의 자본초과 수익(19.2%p)은 높은 수준이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메리츠금융은 그룹 내 손해보험사와 증권사의 높은 수익성에 기반해 업계 내 가장 높은 자본초과 수익을 기록했다”며 “자본비용과 주주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주주환원 정책을 업계 내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한 기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메리츠금융의 또 다른 투자 매력으로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이 있다.

메리츠금융은 2022년 11월 중 공시를 통해 연결 당기순이익의 50% 수준의 총 주주환원율을 원칙으로 하는 정책을 제시했다. 2023년에는 이를 바탕으로 자사주 6400억원 매입과 현금배당 4500억원 등 총 1조9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시행했다. 회사가 지난해 달성한 주주환원율은 약 51.2%다.

설 연구원은 “메리츠금융의 주주환원 정책에 있어 지급여력비율(K-ICS)이나 해약환급금준비금 이슈 등으로 보험 자회사의 배당이 제한되더라도 증권 자회사의 배당을 통한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요구수익률에 기반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해 주주에게 귀속되는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제고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작년에 매입한 6400억원 규모의 자사주는 신탁계약이 종료된 올해 3과 4월 전액 소각을 진행했다. 또한 올해 3월에는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자본시장연구원 황현영 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기주식 제도의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자기주식의 취득과 소각은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임에도 우리나라 상장회사들은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활용하면서 소각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황 연구원은 "2022년 말 기준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전체 상장기업의 67% 이상인 반면, 2022년 자기주식의 소각은 54건으로 전체 상장기업 중 2.2%만 소각했다"고 분석했다.

2022년 메리츠금융은 조정호 회장 주도로 지주와 보험사, 증권 등 3개 상장사를 하나로 합쳤다. 이후 메리츠금융의 3개년(2021~2023년) 누적 총주주수익률(TSR)은 85%로 국내 지주(15%)나 국내 보험(23%)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금융이 4일 공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업가치 제고 계획.
메리츠금융이 4일 공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업가치 제고 계획.

메리츠금융은 이번달 4일 국내 금융지주사 중 처음으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맞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발표안의 핵심은 ‘당기순이익의 50% 주주환원’과 ‘2026년 이후 계획’이 있다.

메리츠금융은 공시를 통해 “현재 메리츠금융 주가 수준에서 자사주 매입·소각 수익률이 10%보다 높기 때문에 전액 자사주 매입·소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현금배당에 대한 요구가 있어 일부 배당을 포함할 예정”이라며 “만약 2025회계연도 기간 중 12개월 선행주가비율(fwd PER)이 10배수 이상 될 경우, 현금배당 비율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메리츠금융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따르면, 2026회계연도부터 내부 투자수익률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수익률, 요구수익률간 순위에 따라 자본을 배치하고 주주환원 규모와 내용을 결정한다.

메리츠금융은 “내부 투자수익률이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수익률이나 요구 수익률보다 높다면 주주환원 규모는 감소하나 내부 투자가 주주가치 제고에 더 효과적”이라며 “내부 투자수익률,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수익률, 요구수익률 수준이 현재와 비슷하다면 50% 이상의 주주환원율은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은 1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은 4가지 측면에서 그간 추진해왔던 방향과 같다”면서 “전력을 다해 자본 배치를 더 잘하고, 주주환원을 더 진심으로 하고, 모든 주주를 동등하게 대하는데 집중해서 다른 상장사와 자별화 정도를 더 벌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내부투자수익률과 자사주 매입 수익률, 요구수익률 간 비교를 통해 주주환원 비율을 결정하 는 것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방식이자 주주가치 제고에 가장 유리한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메리츠금융의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높은 부동산 리스크 노출에 따른 민감도와 건전성 우려가 크다는 점이 있다.

설 연구원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경우 높은 선순위 비중과 낮은 담보인정비율(LTV)을 감안하면 감정가 대비 큰 폭으로 할인된 가격으로 경·공매가 이뤄지더라도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부동산의 경우 잠재적 리스크는 다소 높으나 보수적인 평가와 이익 체력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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