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동결로 부동산 상승 기대심리 막지 못해
내수 진작 및 서민고통 고려 '인하 적극성' 필요

올해 국민평형 거래 최고가 60억원을 기록한 서울 반포 레이안원베일리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제공.
올해 국민평형 거래 최고가 60억원을 기록한 서울 반포 레이안원베일리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제공.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현지시간 18일 4년 반 만에 금리 인하의 첫 포문을 ‘빅컷’(0.5%p 인하)으로 열었지만 분분한 해석으로 주식시장이 연일 등락을 거듭 중입니다. 금리 인상기 미국의 신호에 따라 기다렸다는 듯 따라 움직이던 각국 중앙은행도 이번엔 ‘나만의 길’(My Way)을 가는 모양새입니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인데 가계대출과 부동산 가격 걱정에 주저하는 한국은행에게도 이제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물가는 이제 어느 정도 진정됐고, 침체된 내수 진작을 위해 이제 그만 부동산 토끼는 내버려둬야 하지 않을까요?

현지시간 20일 뉴욕증시는 또 혼조세를 보였습니다. 다우지수는 소폭(0.09%) 올랐으나 S&P500지수(-0.19%)와 나스닥지수(-0.36%)는 소폭 내리며 전반적인 보합세를 보였습니다. 비교적 전체 시장 분위기를 반영하는 S&P500은 17일과 19일은 플러스, 18일과 20일은 마이너스입니다.

연준의 빅컷을 선제적인 대응으로 보고 긍정 해석을 내릴 것이냐, 고용 악화를 동반한 경기 침체 전조 증상으로 볼 것이냐를 두고 힘겨루기가 진행중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미 노동부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7월 구인 건수는 6월(790만 건) 대비 23만 건 줄어든 767만 건을 기록, 2021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미국이 방향성을 두고 고민하는 사이 각국도 각자 살길을 찾고 있습니다.

스위스, 캐나다, EU 등이 미국에 앞서 금리인하의 길을 갔지만, 영국 중앙은행(BOE)은 연준의 빅컷 결정 다음날 금리를 동결하며 화답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빅컷이 BOE를 자극할 것이라는 예상은 적중하지 않았습니다.

20일엔 경제침체 우려가 커지며 세계를 떨게 하는 중국이 사실상 기준금리로 여겨지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예상을 뒤집고 동결했습니다. 당초 전문가 69%가 인하를 예상했었습니다. 다만 미국과의 금리차가 줄어든 상황에서 이제 인민은행도 맘편히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같은 날 일본 총무성은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2.8%올라 연간목표 2.5%를 상회하며 4개월 연속 물가가 상승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3월 17년만에 정책금리를 0.1%로 올리며 저금리에 따른 엔화 약세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을 방어했던 일본입니다. 국가 채무가 워낙 많아 저금리를 유지해왔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금리인상에 나섰고, 7월에도 재인상을 통해 0.25%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물가 상승에 ‘혹시나’하는 기대가 있었으나 이번엔 동결입니다.

이처럼 각국이 각자도생의 길을 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고민은 그 누구보다 큽니다.

이미 여권에서 ‘아쉽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금리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온 한은입니다. 추석 효과로 일부 들썩임은 있었지만 이미 한은에서도 인정했다시피 물가는 목표 수준인 2%대로 수렴해가고 있습니다.

남은 숙제는 성장과 가계부채입니다.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수출은 그럭저럭 버티는 상황입니다. 삼성전자가 시원하게 HBM 수율을 맞춰 엔비디아 입성 소식을 전해주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조선, 방산, 엔터 등 다른 산업들이 버텨주는 것은 다행입니다. 다만 아무리 부정을 하려 해도 내수가 심각하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청년층 절대 인구가 감소했다고는 하나, 월평균 청년(15~29세)들의 고용이 380만7000명으로 노인(65세 이상) 고용 평균 394만명보다 낮아진 현실은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청년들 약 24만명이 학교 졸업 후 3년 이상 취업을 하지 않고, 그중 8만2000명은 그냥 집에서 쉬었다는 통계청 발표는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케 합니다.

한은이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는 이유는 과도한 가계부채, 특히 부동산 상승 기대 심리에 더해 무리한 대출을 자극하는 일을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서울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이미 오를 곳은 신나게 오르고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은 심리가 중요합니다. 정부나 한은도 이를 잘 알기 때문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으려 각고의 노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평형(25평형) 기준 반포 원베일리 아파트 한채 가격이 최고 60억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금리 동결이 얼마나 억제 장치로 기능할 수 있을지 의심이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자칫 정책 결정이 가져오는 책임감의 무게 때문에 또 다른 토끼인 내수 진작의 중요성이 묻히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19일 발표한 8월 아파트 가격은 7월 대비 1.27% 올라 2018년 9월(1.8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9월 2차 스트레스DSR 확대 시행을 앞두고 8월까지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폭발했던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부동산은 한번 오르면 1~2% 오르는 수준이 아닙니다. 몇 년을 주기로 장기간, 그 폭도 수십% 이상 상승합니다. 투자를 마음먹은 사람이 금리 몇%에 주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진짜 집을 사야하는 실수요자에게 부담만 가중하는 금리 동결은 가처분 소득만 더 줄여 궁극적으로 기업에게 부담이 되고, 고용이 흔들려 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악순환이 될 수 있습니다.

금리를 낮추면 원화가치가 떨어져 자본시장에서 외국인 이탈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있습니다. 그동안 금리를 동결해도 외국인들이 팔고 나간 규모를 보니 그것도 그리 절대적 변수는 아닌 듯 싶습니다.

이제 토끼 한 마리는 다른 방법으로 잡고, 남은 한 마리라도 확실히 잡아야하지 않겠습니까. 20%에 육박하는 카드론 대출을 돌려막기 하는 서민들의 고통이 점점 더 크게 들려옵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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