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동선·HS효성 조현상·SPC 허희수.. 존재감 커지는 3세들
수익성 확보·신사업 성과 창출 등 핵심 과제.. 승계 재편 변수도 촉각

최근 대기업 오너 일가 사이 장자뿐만이 아니라 형제자매가 그룹 경영을 분담해 주요 사업을 맡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장자만이 아닌 그룹 내에서 형제자매의 각 장점에 따라 사업을 분담하는 모습이다. 이 중에서도 한화, 효성, SPC 등에서는 그룹 내 '막내'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이례적으로 정기 임원인사를 9월에 실시하고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이 가운데 지난달 출범한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가 첫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는데, 그룹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의 미래 비전 총괄로 합류했다.

지난달 4월 27일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스마트팩토리·자동화산업전'에서 한화로보틱스 레이저 각인 협동로봇을 보고 있는 김동선 부사장. 한화로보틱스 제공
지난달 4월 27일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스마트팩토리·자동화산업전'에서 한화로보틱스 레이저 각인 협동로봇을 보고 있는 김동선 부사장. 한화로보틱스 제공

지난 4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인적 분할한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는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를 100% 자회사로 두는 신설 중간 지주사다. 향후 한화그룹의 인더스트리얼 솔루션 사업을 이끈다.

김 부사장은 현재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한화로보틱스 전략기획담당,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하고 있는데 더해 역할이 추가된 것이다.

한화그룹에서는 장남 김동관 회장이 우주·방산·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담당하고,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금융 맡고 있다. 삼남인 김 부사장이 유통·건설에 이어 기계장비 사업까지 맡으며 승계 구도가 명확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부사장으로서는 본업이었던 유통 및 호텔 사업은 물론 미래 사업으로 꼽히는 로봇에 이어 한화의 AI(인공지능) 관련 사업까지 진두지휘하게 되면서 그룹 내 존재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새로 역임하게 된 역할을 통해 향후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의 자회사 한화비전과 한화모멘텀에서도 글로벌 전략 및 청사진 수립을 위해 공을 들일 예정이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내년 1월 한화비전과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합병이 이뤄지면 계열사간 협업 강화로 시장 경쟁력 제고, 업무 효율 향상 등이 예상돼 김 부사장이 반드시 성과를 내야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아울러 본업이었던 유통분야의 회복도 병행해야 한다. 역할이 추가돼 담당해야 할 사업이 확대됐지만 기본이 되는 사업은 유통이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에게는 유통업 수익성 개선과 전체 매출 90% 이상을 차지하는 백화점의 경쟁력 강화가 과제로 주어진다. 한화갤러리아가 지난 2분기 상장 이후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한 탓이다. 한화갤러리아백화점의 시장 점유율도 3년 연속 하락세로, 지난 상반기 6.5%를 기록했다. 2021년 8.1%로 정점을 찍은 후 가장 낮다.

이에 김 부사장은 유통업 수익성 개선의 활로를 모색해 '미국 3대 버거'로 불리는 파이브가이즈와 와인사업인 비노갤러리아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상태다. 파이브가이즈는 현재 국내에 5개 매장을 열고 외식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하반기부터 7년간 도쿄 등 일본 전역에 20개 이상의 매점을 연다는 계획이다.

갤러리아백화점에 숍인숍 형태로 입점한 프리미엄 와인매장인 비노갤러리아는 현재 갤러리아백화점 5개 매장 내 입점해 있다. VIP 고객을 중점으로 한 희귀 와인과 1억원 이상의 초고가 위스크를 한정 판매하며 백화점과 시너지를 낸다는 구상이다. 다만 백화점 내 F&B(식음료) 사업의 수익 비중이 아직 크지 않아 이를 개선하는 게 과제다.

이에 한화갤러리아는 매장 리뉴얼을 통해 기존 백화점 경쟁력을 끌어 올리는 동시에 F&B 사업 확대를 이룬다는 계획을 세웠다. 앞서 지난 2월에는 '벤슨(Benseon)'이라는 상표권을 출원했고, 이어 5월 이사회에서는 '이이스크림 공장 설립 승인' 안건을 가결했다. 하반기 중 경기 포천에 공장 부지를 확보하는 등 F&B 신사업인 아이스크림 생산을 위한 설비 착공에 나서고 내년 준공한다는 목표다.

이밖에도 미래 신사업으로 담당하게 된 한화로보틱스의 성장을 위한 과제도 거론된다. 우선 과제로는 '빠른 상용화·상품화', '수익성 확보' 두 가지다.

한화로보틱스는 지난해 출범과 동시에 협동로봇 HCR-14를 공개한 데 이어 올해는 HCR-10L를 선보이면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HCR-10L은 동급 하중(10㎏) 대비 가장 긴 구동 범위와 '모션 트래킹·레코딩'(사람의 움직임을 기록해 모방·학습하는 기술)을 탑재해 주목받았다. 이 외에 ▲AI 비전 스마트 솔루션 ▲순찰·보안·용접 등 산업용 자동화 솔루션 ▲푸드테크 솔루션 등 자체 개발 기술 솔루션도 보유하는 등 경쟁력도 갖췄다.

김 부사장은 한화로보틱스 출범 이후 본업인 유통에서 사업 시너지를 내는데 공들여왔다. 더 플라자 호텔과 소믈리에 '비노봇'을,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시설 안전로봇 '아르보 S3' 등을 개발했으며 주방 자동화 서비스 전문기업 웨이브, 급식·외식 전문기업 CJ프레시웨이, 배달 플랫폼 우아한형제들(배민) 등 다양한 기업과의 업무 협약을 통해 외식업 자동화, 주방 로봇 시스템 상용화에 나서는 중이다.

다만 아직 로봇산업 후발주자로, 경쟁사가 되는 HD현대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등이 미래 시장인 협동로봇 분야에서 앞서고 있기에 이를 따라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유통분야를 넘어 산업 전반적인 현장에서 사용될 협동로봇을 개발하고 이를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상품화 과정에 속도를 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부품과 기술의 내재화를 통해 원가절감을 이뤄 수익성 확보에도 집중해야할 전망이다.

지난 6월 30일 HS효성 첫 타운홀 미팅 참석한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HS효성 제공
지난 6월 30일 HS효성 첫 타운홀 미팅 참석한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HS효성 제공

효성그룹의 삼남인 조현상 부회장은 신설 지주사인 HS효성을 맡아 ▲HS효성첨단소재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 ▲HS효성홀딩스USA ▲HS효성토요타 ▲광주일보 ▲비나물류법인을 담당하며 독립경영에 나섰다. 분리된 HS효성의 전체 매출 규모는 7조원 수준이다.

본래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곳들은 기존 효성에 두고 신설 지주사로 나온데 따라 HS효성이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은 곳은 HS효성첨단소재다. HS효성첨단소재는 전체 매출 7조원 중 절반인 3조5000억원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HS효성첨단소재는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6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4% 증가했다. HS효성첨단소재가 폴리에스터(PET) 타이어코드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인 덕분이다. 타이어코드는 타이어 내부를 구성하는 보강재로 타이어의 형태를 유지시키고 안정성과 내구성을 결정짓는 핵심소재로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의 판매에 힘입어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이에 HS효성첨단소재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베트남 자회사인 효성비나코어에 대해 채무 보증을 서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한국수출입은행과 체결한 채무 보증 규모는 약 804억원으로, HS효성첨단소재 자기자본의 10%가 넘는다. 현금성 자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시설 대출을 위해 채무보증에 나선 만큼 타이어코드가 중요한 사업이라는 뜻이다. 

조 부회장에게도 주어진 과제가 많다. 우선 형인 조현준 효성 회장이 갖고 있던 HS효성 주식을 효성 주식과 맞교환하며 지분율을 55.08%로 높인데 따라 독립 경영의 효율성과 경영능력을 주주들에게 보여야 하는 숙제다.

또 신설 지주사로 분리해 나오면서 독립경영에 나섰지만 회사 규모가 줄어들고 계열사 중에서는 HS효성첨단소재로 사업실적이 집중돼 업황이 나빠지거나 대외 변수가 생길 시 대체 수단이 없어 사업 포트폴리오를 촘촘히 짜는 것이 과제가 되고 있다.

HS효성첨단소재는 현재 타이어코드 외에 탄소섬유 등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중국산 저가 제품 때문에 수익 확보 가능성이 둔화되고 있다. 영업이익이 낮아질 우려가 있는 등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HS효성첨단소재의 산업자재 부문의 탄소섬유와 기타부문의 스판덱스 사업의 판가(가공비)를 약세로 보고 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가동이 예상됐던 신규 탄소섬유 설비(생산능력 2500t)는 아직 가동을 시작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중국 저가제품 영향으로 가격약세인 가운데 비수기에 진입해 하반기 이익 모멘텀이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법정 다툼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HS효성첨단소재가 최근 국내에서 코오롱인더를 상대로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HTC)' 관련 특허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에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앞서 2022년에도 HS효성첨단소재가 특허심판원에 HTC 특허 무효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올해 3월에 열린 HTC 특허무효 심판에서도 특허심판원이 코오롱인더의 손을 들어줬고 HS효성첨단소재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HS효성첨단소재의 매출이 HS효성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소송의 결과에 따라 실적이 크게 흔들릴 수 있어 향후 진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허희수 SPC 부사장이 지난 7월 15일 서울 강남구 ‘워크샵 바이 배스킨라빈스’에서 열린 SPC 배스킨라빈스와 구글플레이의 콜라보 제품 ‘트로피컬 썸머 플레이’ 론칭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SPC그룹 제공
허희수 SPC 부사장이 지난 7월 15일 서울 강남구 ‘워크샵 바이 배스킨라빈스’에서 열린 SPC 배스킨라빈스와 구글플레이의 콜라보 제품 ‘트로피컬 썸머 플레이’ 론칭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SPC그룹 제공

SPC그룹은 허영인 회장 구속 이후 경영승계 구도에 눈길이 쏠리는 가운데 최근 차남인 허희수 부사장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장남인 허진수 사장이 아직까진 더 높은 지분율을 갖고 있지만 허 부사장이 그룹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등 관련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 부사장이 운영하고 있는 비알코리아의 도넛 브랜드 던킨은 올해 30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레이블 '던킨 원더스'가 적용된 매장 및 제품, 사업방향성 공개에 나섰다. 이에 비알코리아의 적자를 막아내기 위한 성장동력 마련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현재 비알코리아는 허 부사장 지휘 아래 AI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비알코리아 브랜드 배스킨라빈스가 AI가 개발 과정에 참여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이목을 끌기도 했다.

허 부사장은 그룹의 AI 사업과 관련한 행사 자리에 매번 등장하며 AI 기술 활용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 AI를 비롯한 ICT(정보통신)기술을 사업에 적극 도입해 F&B 업계의 미래 트렌드를 선도하겠다는 목표다.

아울러 국내 통신기업인 SK텔레콤과 최근 AI 기술을 기반으로 전방위적인 협력을 추진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이 보유한 AI 에이전트 기술을 SPC그룹 멤버십 서비스인 해피포인트 앱(어플리케이션)에 적용해 고객에게 AI 경험을 제공하는 등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또 허 부사장의 대표적인 경영 성과로 꼽히는 쉐이크쉑도 계속해서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쉐이크쉑은 2016년 7월 1호점인 강남점을 오픈한 이후 국내 매장수는 28개로 늘어났다. 2025년까지 25개 매장 개소를 목표로 세웠는데, 이미 목표치를 넘어선 것이다. 한국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SPC그룹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서의 해외사업 운영권까지 획득했다.

관건은 사법 리스크 등으로 혼란한 SPC그룹을 안정시키고 주요 사업들의 수익성을 확보해 그룹의 재도약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SPC그룹이 장남 경영승계가 원칙이 아닌 만큼 향후 허 부사장의 실적을 바탕으로 허 회장의 지분 향배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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