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017년 법인세율 인하로 주가 치솟아
외인, 삼전 30일 넘게 순매도..연초 대비 25% 넘게 추락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 연합뉴스 제공.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 연합뉴스 제공.

다음달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며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가 힘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가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하며 코스피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기준) 주요외신 보도에 따르면, 로이터와 여론조사 전문기관 입소스가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미국 전역에서 성인 4129명(등록 유권자 348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민주당 소속 카멀라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은 46%로 공화동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 보다 43%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전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자체 모델을 활용한 미국 대선 예측에서 트럼프와 민주당 소속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확률을 각각 54%, 46%로 예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전국 여론조사 평균치는 해리스가 트럼프에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지만,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7개 경합주에서 트럼프의 승리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선 트럼프 트레이드에 이목이 집중된다. '트럼프 트레이드'란 그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절 추진한 경제 정책과 무역 정책에 영향을 받아 주식 시장과 경제 전반에서 나타난 특정 투자 트렌드를 의미한다. 

트럼프 후보를 연상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감세정책이다. 그는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2017년 기업의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했다. 이 영향으로 현지 기업들의 순이익이 크게 증가했고, 많은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거나 주식 환매를 통해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했다. 트럼프 전 정부의 감세 정책은 주식시장 상승장으로 이어졌다. 

그가 대통령으로 활동한 2017년 1월 초 나스닥종합지수는 5521선이었으나 2021년 1월에는 1만3500선 이상을 기록했다. 4년동안 8000선이 오른 것이다.

반면 조 바이든 정부의 경우, 2021년 2월 나스닥은 1만4000선을 나타냈지만 현재 1만8570선으로 4570선 상승에 그쳤다. 같은 기간 다우 존스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역시 나스닥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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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코스피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오전 10시 15분 기준 코스피는 연초 대비 3.50% 하락했다. 특히 코스피는 이번달에만 1% 넘게 빠졌다.

코스피 지수가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가총액 1등 삼성전자(346조2474억원)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를 대표하는 종목 삼성전자는 외국인 투자자가 30일 넘게 팔아치우며 연초 대비 27.39% 떨어진 상황이다. 외국인은 지난해 11월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다.

이 덕분에 6만원대였던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7월 장 중 8만8800원까지 뛰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삼성전자 피크아웃 우려가 확산되면서 약 11조9080억원 이상 팔아치웠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5.98%에서 52.93%까지 낮아졌다.

물론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어닝쇼크와 미래 먹거리가 부족하다는 점에 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매출액과 영업이익으로 79조원, 9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 대비 각각 2.35%, 15.51%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인센티브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이 10조원 대 아래로 내려왔다. 주력 상품인 범용 메모리 반도체는 기업·소비자간 판매(B2C) 수요 둔화로 판가 상승이 둔화되고 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트럼프 노이즈 탓에 국내 주식시장이 조정국면을 맞이한 상황”이라며 “특히 삼성전자는 얼마 전 6만원선이 깨지면서 바닥 심리가 있었으나, 5만8000원선 아래까지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제한적인 점을 지적한다.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종전 대비 0.25%포인트(p) 인하한지 열흘이 지났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은 되려 0.16%p 상승했다.

금융학계 한 관계자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면서 예금 금리는 수순대로 내려갔지만, 가계대출 규모와 여신금리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결국 국내 증시시장이 상승을 하기 위해선 내국인의 적극적인 참여가 관건인데 부동산 대출 상환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모두가 얼어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반등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AI용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을 포함한 선단공정 내 경쟁력에 대한 우려 등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언급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영업이익은 일회성 비용으로 성장세가 주춤하지만,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4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부진했던 낸드(NAND) 수익성도 가격 반등으로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구간에 진입했으나 최근 주가는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를 지나치게 반영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이의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현재 주가는 다운사이클을 이미 반영한 수준”이라며 “이익 전망 둔화, 부진한 수요, 일회성 비용 반영 등을 고려해도 현재 주가에서 하락 폭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내년 2분기 이후 재고조정이 마무리되고 생산 비중이 감소하며 메모리 업황 개선이 예상된다”며 “향후 삼성전자는 차세대 제품인 HBM4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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