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환경 불안정, 미래 청사진 꿈꾸기 힘들어
“우리가 입에 담을 수 있는 아파트는 오직 야구장에서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겼을 때 부르는 윤수일의 노래 뿐.”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야구를 본 후 친구와 주변을 걸으며 우스갯소리로 하는 소리다.
가수 윤수일은 최근 블랙핑크 멤버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세운 기록을 공개적으로 축하해줬다.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부른 노래 ‘아파트’가 빌보드 ‘톱 10’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까지 K팝 여성 아티스트가 빌보드에서 세운 기록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아파트’는 유튜브 영상 공개 10일만에 1억8600만 회를 넘어서며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말 그대로 대박이다.
소셜미디어를 보면, 전 세계 젊은 이들이 “아파트, 아파트”를 외치며 춤을 추지만, 정작 수도권에 거주하며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MZ세대에게 이 단어는 세상에서 가장 무겁게 느껴진다.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근처 부동산 광고판에 붙어 있는 주변 아파트 시세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최근 10년 이내 준공, 20평대 조건으로 고척스카이돔 인근 개봉역에 위치한 아파트 매물의 거래 희망가는 7억5000만원이다.
금융규제 당국과 은행권의 대출규제로 가계대출 증가세는 소폭 꺾였다고 하지만, 수도권 아파트 여전히 매매가는 평범한 30대 초중반 직장인이 범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러나 대출규제의 칼끝은 여전히 서민들을 향해있다. 9월부터 시행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도 모자라 당장 다음주부터 디딤돌대출을 규제한다는 소식에 실낱같던 희망 마져 짓밟힌 느낌이다.
각종 대출규제가 쏟아지는 현재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건 강남과 용산 등 일부 지역 뿐이다. 디딤돌대출을 받으려면 부부합산 연소득이 6000만원 이하여야 하는데 이들이 수십억을 웃도는 강남과 용산에서 부동산을 거래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올해 디딤돌대출 예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도, 제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것도, 모두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조인 탓이지만 실수요자의 대출 행위 자체를 마치 죄악으로 여기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어쩌면 ‘이제는 은행들이 대출 자체를 내주지 않기를 바라는 심보’라고 생각된다.
‘가계대출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각 은행들이 대출규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간담회를 할 때 마다 MZ세대의 갭투자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따지고 보면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가계대출 규모 자체가 커진 건 코로나 시기까지 아파트를 매매한 선배 세대 탓으로 보이는데 말이다. 특히 공직윤리시스템에서 주요 금융기관장 재산정보를 검색해 나의 통장잔고와 비교해보면 분통한 마음은 더욱 커진다.
MZ세대를 전세난민으로 만들면서 다른 한편으론 출산율을 걱정하는 현실에 기가 찰 노릇이다. 살면서 필요한 의복과 식품, 주거 공간 중 가장 중요한 주거조건이 불안정한데 미래에 대해 청사진을 그리는 건 불가능이라고 본다.
이미 삼성전자 주가를 비롯해 대한민국의 모든 경제지표가 정점을 찍고 꺾인 상황에서 다음세대가 겪어야 할 폭풍이 우려스럽다. 추측하건데 아파트 실수요가 필요한 다음 세대는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우리가 입에 담을 수 있는 ‘아파트’는 오직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노래 뿐.”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