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지난 해 “위기 때 장수 안 바꾼다” CEO전원 연임
올해 호실적 신한카드 CEO 교체…”세대교체로 체질개선”
신한금융지주가 타 금융그룹 대비 한발 빠른 계열사 CEO 인사를 발표했다. 지난해 계열사 대표 전원을 연임시키며 ‘믿음의 인사’를 단행했던 진옥동 회장은 올해는 실적이 좋은 계열사 수장까지도 과감히 교체하는 혁신 카드를 꺼냈다.
지난 5일 발표된 신한금융 자회사 사장단 후보 추천 리스트를 받아든 금융권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 놀랐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핵심은 호실적을 이어가며 업계 1위 자리를 지켜낸 신한카드 문동권 사장의 연임 좌절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한은행, 신한라이프와 함께 실적과 내부통제 면에서 흠잡을 곳 없다는 판단으로 교체를 예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며, “특히 그 자리를 대신할 새 대표에 본부장급 인사가 두 단계를 뛰어넘어 발탁된 것은 충격”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는 5일 본사에서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경위)를 열고 자회사 사장단 후보 추천을 실시하며 이번 인사의 방향성에 대해 ▲고강도 인적쇄신을 통한 조직 체질 개선 ▲경영능력 입증된 CEO연임으로 일관성 있는 미래전략 추진 가속화 ▲세대교체를 통한 차세대 리더 적극 발탁 등을 내세웠다.
진옥동 회장은 자경위에서 ‘바람이 바뀌면 돛을 조정해야 한다’ 라는 격언을 인용하며, 불확실한 미래 경영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내부의 근원적인 혁신과 강력한 인적쇄신 및 세대교체를 통해 조직의 체질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인사는 지난해 그룹 CEO 인사가 12월 19일 것과 비교할 때 2주나 빠른 결정이다. 당시 진 회장은 대상 9명의 자회사 CEO를 모두 유임시키며 “위기 때 장수를 교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워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번 인사에서는 임기만료 등으로 대상이 되는 13개 자회사 중 9개 자회사 CEO를 교체해 대폭 인적쇄신을 진행했다.
연임에 성공한 CEO는 신한은행(정상혁 2년 연임), 신한라이프(이영종 1년 연임), 신한자산신탁(이승수 1년 연임), 신한EZ손해보험(강병관 1년 연임) 등 4명이다.
아무 잡음 없이 임기 중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끌어낸 정상혁 신한은행장이나, 합병 완성 후 안정적으로 조직을 성장시킨 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에 대한 연임은 예견된 결과라는 시각이 많다. 시스템 안정을 위해 신한자산신탁 이승수 대표의 연임과 디지털손보사 실험을 진행중인 신한EZ손보 강병관 대표의 연임은 혁신을 멈추지 말라는 응원의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상필벌은 명확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신한금융은 신한투자증권 김상태 대표와 신한자산운용 조재민 대표에게는 2025년 말까지 특별히 2년의 시간을 주며 조직 혁신에 좀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하지만 신한투자증권 김상태 사장은 지난 8월 발생한 파생상품 사고 등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에 실패하며 그 2년을 지켜내지 못한 반면, 월배당ETF라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경쟁이 치열한 자산운용업계 ETF 전쟁에서 전략적 성장을 이어가는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사장은 순풍에 돛단 듯 실적을 키워가는 상황이다.
신한투자증권의 신임 사장으로 떠오른 이선훈 부사장은 68년생으로 성남고와 호주 스윈번공과대학에서 경영정보를 전공했다. 99년 신한투자증권에 입사해 리테일과 전략기획 등에서 활약했다. SI증권 대표를 잠시 맞아 조직을 떠나기도 했으나 올해 1월 자산관리부문 겸 자산관리사업부문 부사장으로 컴백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신한카드의 새 사령탑으로 낙점되며 이번 인사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이는 박창훈 신한카드 본부장이다. 부사장도 거치지 않고 단번에 사장에 오른 파격 중의 파격이다.
68년생인 박 신임대표 내정자는 진주고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93년 입사 이후 금융기획, AM기획, 마케팅 기획 등 영업 관련 기획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빅데이터마케팅, 신성장본부 등을 거쳐 Payment그룹장을 맡아오며 신한카드를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시킬 인물로 평가받는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한발 빨랐던 이번 인사에서 신한금융은 명확한 인사 색깔을 보여줬다”며, “단순히 제자리를 지키는 것을 넘어 디지털 관련 플랫폼 기업으로 확실히 올라서겠다는 의지를 읽게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위기시 불필요하게 수장을 흔들지도 않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는 확실한 행보를 보여주는 진옥동 회장의 뚝심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