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정치적 불확실성 우선 해소되어야”

30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전남 무안 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방문했다. 연합뉴스 제공.
30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전남 무안 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방문했다. 연합뉴스 제공.

최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임명된 가운데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제적 위기로 인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 사람이 경제·정치·사회적 책임을 모두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항공 참사와 탄핵 정국 등 정치적 혼란이 겹치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30일 최 권한대행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4차 회의를 진행했다. 전날 일어난 제주항공 참사 사건 때문이다.

같은 시각 은행연합회관에서 개최된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를 이끌어야 할 그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중대본 회의에 참석하면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대신해 참석자들을 이끌었다.

최 권한대행은 3일 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사태 이후 이창용 한은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비상계엄 충격파'를 줄이기 위해 매일 머리를 맞대었다.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가 수시로 대면 협의를 이어가며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는 것에서 상징성이 있었으나, 제주항공 참사로 한 축인 최 권한대행이 빠지면서 ‘구멍이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3인의 임명을 사실상 거부했다. 국회에선 국무총리로서의 헌법 수호 의지와 자격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한덕수 전 권한대행 탄핵을 추진했고 27일 가결됐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조속히 임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전날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 권한대행은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3인을 즉각 임명해야 하고 윤 대통령 파면을 위한 헌법적 절차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에선 ‘정치적 불확실성이 먼저 해소되지 못할 경우, 국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 모두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재우 한신대 IT경영학과 교수는 스트레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정치적 불안 요소를 안고 있는 국가에 대한 신규 투자를 꺼리거나 기존 투자를 철회하는 경향이 있다”며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국내 주식시장의 위축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는 결국 외환시장과 자본시장에 악재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지금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발생한 국가적 위기를 해결하는 용단을 내려야,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해 궁극적으로 경제적 난관도 연쇄적으로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경. 연합뉴스 제공.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경. 연합뉴스 제공.

외국인 투자자들은 탄핵 정국과 대형 사고로 촉발된 정치적 혼란을 주시하며,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불확실한 정치 상황 탓에 현재 국내 자본시장에선 외국인 자금이 연일 이탈하는 상황이다. 자본시장에서의 외인 투자자 이탈은 외환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과 비교해 2.0원 오른 1472.5원에 장을 마쳤다. 

증권업계에서도 최 권한대행의 1인 4역 체제가 조금이라도 안정을 찾기 위해선 정치적 리스크가 먼저 해소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달러화의 추가 강세 기대감도 중요하지만 당장 환율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국내 정치 리스크 완화가 선제돼야 한다"며 "역으로 탄핵 정국 불확실성이 확산한다면 조기에 1500원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대내 정치 불확실성이 환율의 단기 변동성을 높이는 상황”이라며 “가장 가능성 큰 시나리오는 아닐 수 있지만, 추가 탄핵과 외국인 자금 이탈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1500원을 넘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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