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개인 투자자만 존재하는 건 시장가격 결정 ‘왜곡’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호가 변동성' 줄여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최근 가상자산업계에서 법인계좌 허용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법조계에서 “자금세탁 우려는 기우”라는 의견이 나왔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스트레이트뉴스는 “가상자산 법인계좌를 허용할 경우, 투기 목적의 페이퍼 컴퍼니나 자금세탁을 위한 위장 법인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지 않냐”고 질문했다.  

포럼에 참석한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법인의 가상자산 참여가 허용되고 있다”며 “국내 역시 자금세탁방지(AML) 업무 규정이 잘 마련되어 있어, 가상자산 사업자들도 이를 준수하면 예상되는 부작용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AML은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고객확인의무와 의심거래보고 의무규정 등을 담고 있다.

황 변호사는 “이 규정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레거시(전통) 금융회사들도 동일한 규정을 준수하며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AML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나, 이 제도가 미흡할 것이라는 지적은 지나친 우려”라며 “현재 국내 금융사들이 동일한 기준에 맞춰 운영되고 있는 만큼, 가상자산 산업 역시 신뢰를 바탕으로 AML을 효과적으로 이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6일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포럼’ 참석자 무리.
6일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포럼’ 참석자 무리.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이 지정학적 경계를 넘어 광속으로 거래될 수 있는 자산으로, 특정 플랫폼에서 암호화된 형태로 참여가 가능하다”며 “이로 인해 기존 금융 시스템이 허물어지고 있으며, 단순히 가격 변동성에 의존하는 투기적 시장이 아닌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인에 대한 가상자산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실명계좌) 발급 허용’ 부분은 국내 가상자산업계에서 가장 시급한 제도 개선 부분으로 거론된다.

이종섭 교수는 “개인 투자자만이 존재하는 시장은 가격 결정 과정에서 왜곡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비트코인의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모르는 투자자들이 피어(동료)들의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매매를 진행하는 방식이 버블을 형성하는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예를 들어, 누군가가 1억 원을 기준으로 비트코인을 매수하려고 하면, 가격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패턴을 보인다”며 “그러나 매도할 때는 반대로 가격이 급락하게 된다. 이는 투자자들이 피어 그룹의 가격을 따르는 구조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블랙록과 같은 기관 투자자 등장과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가 이러한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며 “기관 투자자들이 일정 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매수에 나서는 구조가 형성될 경우 시장의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는 “미국만 보더라도 다양한 사업자가 있다”며 “한국은 아직 거래소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커질 수 있는 첫 단추는 법인계좌 허용”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커스터디란 금융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관리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지난해 금융위원회에선 ‘가상자산 법인계좌 도입 방향을 논의하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사태로 '국회에서 관련 내용이 후순위로 다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개인 투자자의 경우, 투자자 개개인의 신원 확인을 철저히 하고, 자금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면밀하게 찾아낼 수 있도록 제도를 갖추고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김성진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장은 “가상자산 비즈니스의 다양화 측면에 동의한다”며 “2단계 입법 진입 규제에서 가상자산업 다변화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디지털자산의 유통시장 내지 거래소만을 규율하는 규제체계를 넘어서야 한다”며 “디지털 자산의 발행 절차 및 방법, 스테이킹 등 탈중앙화된 금융서비스에 대한 규제, 자산의 토큰화 현상, 디지털자산을 통한 지급결제 등 새로운 실험적 시도가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섭 교수는 스마트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고객신원인증(KYC) 도입 이후 국내 거래소의 유동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분석하면, 단기 투자자 비율은 감소하고 장기 투자자 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블록체인의 투명성을 활용하면 시장의 유동성 구조를 과학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스마트한 규제 체계를 구축하면 보다 안정적인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퍼블릭 블록체인은 인터넷과 같고,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인트라넷과 같다”며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와 같은 국가 주도의 디지털 화폐가 스위프트(SWIFT)와 같은 기관을 통해 국제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의 흐름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시장을 개인 투자자들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3~4년 이상 장기적인 사업 모델을 수립한 투자자들과 함께 시장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흑백 논리가 아닌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디지털 금융과 블록체인 생태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한 규제와 투자자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금융법연구센터장은 “가상자산 제2단계 입법의 조속한 제정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 기반 산업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고 기술혁신과 경제성장을 이뤄야 한다”며 “특히 증권성 기준과 커스터디 규제 관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의회와 연방준비제도, 연준이사회는 CBDC를 개발 및 생성하고 발행하는 것을 허용하면 안된다는 입장”이라며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정부는 CBDC를 모니터링하며 기축통화 지위가 축소될 여지를 느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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