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무용론 고개...신용도 측정 한계 넘어서야
무조건적인 규제 지양 필요...산업적 측면 논의 요구돼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The Emperor’s New Clothes)’에선 재단사들이 임금에게 찾아와 “지혜로운 사람에게만 보이는 옷”이라며 ‘특별한 옷’을 소개한다.
임금은 거액을 주고 이 옷을 구매했고 신하들은 자신이 바보라고 들킬까 봐 알몸인 그에게 옷이 보이는 척하며 칭찬했다. 하지만 실제로 임금은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로 백성들 앞에 나섰고 한 어린아이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라고 말하며 실상이 폭로된다.
최근 비트코인 흐름을 보면 이 동화에 나온 ‘특별한 옷’이 생각난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신용도를 담보로 거래하는 개념은 산업혁명 이후 금융 혁신과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발전해 왔다.
특히 1940년대 2차 세계대전 이후 브레튼우즈 체제가 성립됐고 1971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금 태환 제도를 폐지하면서 신용을 담보로 한 거래가 활성화된다.
현물 시장에서 신용을 담보로 거래를 한다면, 가상자산은 익명성과 탈중앙화 개념이 핵심이기 때문에 신용도를 책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 비트코인이 어떠한 자산과 연동됐고 또 무엇을 담보로 거래되는지에 대해 깨끗하게 대답을 할 수 있는 이들은 아직 없을 것이다.
아마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유진 파마 시카고대학교 교수를 비롯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 등이 가상자산에 회의론적 입장을 밝히는 건 마찬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다.
기자 입장에서 ’'그래서 도대체 비트코인이 한국사회에서 무슨 역할을 하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 대다수 전문가 대답은 “현재(As-Is)를 말하기 보단, 앞으로의 가능성(To-Be)를 말한다.
자산의 현재 역할과 개념이 명확하지 않으니, 탈중앙화라는 본질에 무색하게 사실상 현실세계 이슈에 따라 시세가 들쭉날쭉 춤을 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 운동 당시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비축하겠다”면서 시세가 꾸준히 상승했다. 그러나 정권을 잡은 지금까지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지 않으면서 시세 흐름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과 관세 전쟁을 하면서 시세가 10% 넘게 급락하더니, 이날 새벽 한 달 유예를 발표한 뒤 다시 4% 가량 올랐다.
그렇다고 파마 교수 발언처럼 ‘현재 비트코인의 가치가 100이라면, 10년 안에 거의 1에 가깝게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에 무조건 동의하는 건 아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에 실물경제 유동성은 대거 투입됐다.
비트코인이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 나온 ‘특별한 옷’이 되지 않는 건, 탈중앙화와 익명성 보장이라는 가상자산의 성격을 이롭게 활용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 역할을 찾아준다면, 실물시장 이슈만으로 시세가 춤을 추는 현재보단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열거주의(Positive) 규제로 움직이는 금융 규제 당국도 이제는 가상자산을 무조건 규제의 대상으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시장참여자들과 함께 실용성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고무적인 건 혼란스러운 시국에도 정치권에서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 포럼’ 개최를 예정하는 등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가상자산에 대해 무조건적인 규제를 논하기보다는 산업적으로 도움이 되는 측면에서 활용 가능성을 의논하길 기대한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