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구역 지정・해제 오가는 오세훈
‘시장 상황 따라 또 재지정’ 여지 남겨
조기대선 염두 둔 선심성 정책 의혹?
해제 후 서울 집값 신고가에 상승폭↑
재산권 침해 전제된 정책...“신중해야”

서울시 송파구 소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건설현장. 연합뉴스
서울시 송파구 소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건설현장.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과 해제, 재지정 사이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해제 후 강남3구 집값이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주변 지역으로 확산하는 밴드왜건 효과까지 감지되면서 해제 명분부터 잘못됐다는 지적과 조기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 시민의 거주이전 자유와 재산권을 두고 조변석개한다는 비난, ‘서울 vs 지방 부동산시장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제기됐다.


번복 거듭하는 오세훈 시장 부동산 정책


지난해 8월 9일,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자, 오 시장은 주택 공급 확대 관련 브리핑을 갖고 “매매 신고가가 발생하는 지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 언급했다.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및 용산구 전체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검토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오 시장의 입장은 불과 6개월도 되지 않아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발표하면서 180도 바뀌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가 생긴 후 많은 분들이 지나친 규제다, 내 재산 사고 파는데 왜 규제가 있냐, 억울하다, 이런 취지의 요청이 많았다. 당연히 풀어야 한다. 재산권 행사를 임시적으로 막아놓고 있는 것 아닌가?”

오 시장이 지난 1월 14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규제풀어 민생살리기 대토론회’에서 한 발언이다.

지난해 8월 8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는 이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확대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지난해 8월 8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는 이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확대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이 같은 발언에 참여연대는 이튿날 성명을 내고 “서울시의 말은 궤변에 불과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는 투기를 억제할 장치도 없이 들썩이는 부동산시장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며 “투기를 조장하는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주거취약계층과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전월세 및 집값 안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성토한 바 있다.

그러나 오 시장의 말대로 서울시는 지난 달 12일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4개 동에 있는 305개 아파트 중 291개 아파트와 신속통합기획 재건축・재개발 사업지 123개 사업장 중 정비구역 지정 후 조합설립 인가까지 마친 6개 사업장에 대해 허가구역 지정을 즉시 해제했다.

안전진단이 통과된 재건축 14개 아파트(1.36㎢)는 투기 과열 가능성 때문에 해제하지 않았지만, 신속통합기획 재건축・재개발 123개 사업지 중 조합설립 여부에 따라 2027년까지 59개 사업지에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순차적으로 해제할 방침이라고 했다.

또한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구역과 투기과열지구 내 신속통합기획 14개 사업지, 공공재개발 34개 사업지는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투기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해제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분명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방점이 찍힌 정책이다.

그러나 오 시장은 한 달도 되지 않아 또다시 발언 번복 여지를 남겼다. 그는 지난 10일 노후 공공임대주택 품질개선 첫 단지인 ‘홍제 유원하나’ 단지를 둘러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면 눌렀던 스프링이 튀어 오르는 것처럼 처음에는 약간의 가격 상승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예상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집값 상승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과도하면 다시 규제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지난 10일 입주가 시작된 서울 서대문구 홍제유원하나 아파트 단지에서 관계자들과 대화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제공
지난 10일 입주가 시작된 서울 서대문구 홍제유원하나 아파트 단지에서 관계자들과 대화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제공

이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의 명분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K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진단부터 잘못된 것 같다"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난 4~5년 동안, 그리고 오 시장이 10년 만에 시장직에 복귀한 2021년 이후 지금까지, 재산권에 대한 시민들의 요청을 외면해 오다가 이제야 재산권 핑계를 대는 것은 좀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2022년 인허가 및 착공 물량 부족부터 시작된 건설부동산 경기 악화가 장기화되면서 서울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가 제기된 것이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의 근본 원인으로 보인다”면서도 “또 하나, 오 시장이 조기대선을 염두에 두고 펼친 선심성 정책이나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평가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한다고 했다가 반대로 해제하더니 이제 “다시 할 수도 있다”고 한 말의 배경이 무엇이든, 시민의 거주이전 자유와 재산권을 두고 조변석개한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 65.25㎢


토지거래허가제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라, 투기 우려 지역이나 개발 예정지 투기 거래를 막기 위한 제도다. 일정 규모 이상 주택이나 상가, 토지 등을 거래하려면 사전에 토지이용 목적에 대해 관할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

또한 주택 매수자의 모든 세대원이 무주택자거나 보유 주택을 1년 이내에 팔아야 하기 때문에 임대나 전세를 안고 집을 사는 ‘갭투자’는 불가능하다. 허가 없이 토지를 거래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당해 토지 가격의 30% 이하 벌금에 처하고 계약도 무효 처리된다.

현재 서울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잠삼대청(잠실동・삼성동・대치동・청담동) 등 국제교류복합지구 일대 14.4㎢, ▲압구정동・여의도동・목동・성수동 등 재건축・재개발 단지 4.58㎢, ▲신속통합기획 및 공공재개발 후보지 7.75㎢, ▲모아타운 도로 11.11㎢, ▲강남・서초 자연녹지지역 26.69㎢ 등 총 65.25㎢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1회 최장 5년까지 횟수 제한 없이 지정할 수 있다.


해제 후 신고가 경신・밴드왜건 효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후인 2월 12일부터 20일까지 8일간 서울 전체 아파트 평균 거래가는 직전 10일 대비 1.6%(1773만원) 하락한 11억1828만원이었지만, 강남3구(서초・강남・송파)는 직전 22억6969만원 대비 8%(1억8170만원) 뛴 24억5139만원을 기록했다.

또한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2월 4주차 서울 전체 아파트 값이 0.11% 오르는 동안, 강남구는 0.38%, 송파구는 0.58% 뛰어올랐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지역의 가격 상승률이 서울 평균 대비 3배 이상 벌어진 것이다.

매매가 35억1000만원이던 래미안대치팰리스 84.99㎡형(5층)이 지난 2월 12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직후 14%(4억9000만원) 오른 40억원에 거래됐다. 스트레이트뉴스
매매가 35억1000만원이던 래미안대치팰리스 84.99㎡형(5층)이 지난 2월 12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직후 14%(4억9000만원) 오른 40억원에 거래됐다. 스트레이트뉴스

신고가 행진도 잇따랐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84.99㎡형(5층)은 해제 직후인 2월 13일 35억1000만원에서 14%(4억9000만원) 오른 40억원에, 삼성동 힐스테이트 1단지 84㎡형은 지난해 말 28억8000만원에서 2월 25일 4.2%(1억2000만원) 오른 30억원에 팔렸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의 전용 84㎡형도 2월 26일 직전 최고가 28억8000만원보다 4.2%(1억2000만원) 오른 30억원에 팔렸고,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2차 196.84㎡형은 종전 최고가 83억원에서 7.8%(6억5000만원) 오른 89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따른 강남권 아파트 가격 상승이 주변으로 확산되는 이른바 ‘밴드웨건 효과’도 감지됐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116.92㎡형이 직전 최고가 62억원에서 지난달 14.5%(9억원) 뛴 71억원에 매매됐다. 개포우성2단지 전용 127㎡형은 2월 15일 종전 최고가 47억원보다 7.4%(3억5000만원) 비싼 5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그밖에 성동구(0.1%), 마포구(0.09%), 용산구(0.08%), 강동구(0.09%), 광진구(0.09%) 등지에서도 집값 상승 조짐이 보이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서울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지역 해제 발표 이후 강남권의 상승세가 두드러져 지역별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 부동산시장은 전반적인 회복세보다는 국지적인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시의 안일한 입장, “현장과 달라”


이런 우려와 관련, 서울시는 지난 9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후 22일간 부동산 실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내놓으며 해명에 나섰다.

자료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22일(2월 13일~3월 6일) 동안 잠실동・삼성동・대치동・청담동 전체 305개 단지의 실거래 건수는 이전 22일(78건) 대비 9건 늘어난 87건이었다.

시 관계자는 “㎡당 평균 가격은 이전의 3020만원보다 1.3% 하락한 2982만원”이라면서 “전용면적 84㎡의 경우, 거래량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전 35건에서 1건 증가한 36건이고, 평균 매매가격은 26억9000만원에서 27억1000만원으로 상승률이 0.7%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서울시의 입장이 현장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고 안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김인만 소장은 매체 인터뷰에서 “실거래가만으로 부동산시장을 들여다보기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거래 후 신고까지 마무리하는 데 한 달의 시차가 있으므로 서울시가 22일 동안 조사한 자료는 큰 의미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한 “강남권에서는 현재 매도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도 높이고 있다. 매도자가 절대적으로 우위에 선 강남에서 아파트를 계약하려면 현장에서 대기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2월 12일 서울시청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심의 결과를 브리핑하는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 연합뉴스
지난 2월 12일 서울시청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심의 결과를 브리핑하는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 연합뉴스

시민 재산권 침해 정책, 쉽게 뒤집지 말아야


서울시가 지난해 8월부터 토지거래허가제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발주한 연구용역에 의하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거래량 감소와 가격 안정에 효과가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효과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의 거주이전 자유와 재산권 침해에 대한 논란도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불필요하게 광범위한 지구를 지정하거나 가격 안정 효과가 떨어지는 아파트 단지들에 대해 매년 재지정해 왔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서울 vs 지방 부동산시장 양극화’를 부채질할 수도 있다. 투자 수요가 경쟁력 없는 지방을 외면하고 서울로 이동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주요 단지의 호가와 매매가가 높아졌다.

지방 분양시장 불경기 탓에 청약 후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 단지로 남은 시평 10위 이내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단지. 스트레이트뉴스
지방 분양시장 불경기 탓에 청약 후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 단지로 남은 시평 10위 이내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단지. 스트레이트뉴스

가장 큰 문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시민의 거주이전 자유와 재산권 침해를 전제하는 정책인 만큼, 오세훈 서울시장처럼 시장 상황을 살피다가 손바닥 뒤집듯 바꿔버리는 행태가 적절한가 하는 것이다.

국내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의 원인은 2022년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하면서 시작된 원자재 값 급등과 인건비 상승, 지난해 터진 탄핵 정국, 환율 변동성 확대, 미국 트럼프 행정부 재출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구조적 문제, 책임준공 확약 등 매우 복합적이다.

지방 부동산이 먼저 직격탄을 맞았고, 신동아건설과 대저건설, 삼부토건, 안강건설, 벽산엔지니어링 등 여러 중견 건설사들이 유탄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건설업계 4월 위기설은 현재 진행형이다. 따라서 지방 부동산시장 악화의 유탄이 수도권을 넘어 서울로 향하고 있다 해도,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같은 단기 처방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

주택 인허가부터 입주까지 2년여의 차이가 나는 부동산시장의 특성과 국내 경제 환경 특성상, 주택 가격은 수시로 등락을 거듭하는데, 그럴 때마다 단기 처방으로 시민의 거주이전 자유와 재산권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 업계가 오세훈 시장의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유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해제, 재지정을 반복하는 것은 관할 시・군・구청장이 선제적으로 시행하는 정책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한시적으로 취하는 수동적인 조치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주택 실소유자의 매수심리를 끌어올릴 보다 세밀하고 적극적인 정책과 그에 따른 공급 방안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스트레이트뉴스 김태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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