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 등 대출 정책 강화 움직임
정부가 서울 주요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정책을 한달 만에 뒤집은 가운데 시중은행에서도 대출을 옥죄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실제 부동산 거래 수요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건 여전히 차갑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시와 국토부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 아파트 약 2200여 곳(총 110.65㎢)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 지정했다. 지정 기간은 3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간으로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란 부동산 투기 방지 및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나 지자체가 지정하는 특별 규제 구역을 뜻한다. 이 구역 내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를 거래할 때, 반드시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단순한 거래 신고제가 아니라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 잠실·삼성·대치·청담동 토허구역 재지정 외에도 서초와 용산구 등 서울 집값 상승을 이끈 대표 지역을 토허구역으로 확대 지정해 주택 거래규제 적용이 넓어졌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집값 상승을 주도하던 강남권과 용산구 일대가 토허구역으로 규제되면서 전세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갭투자 수요나 포모(fear of missing out) 수요가 당분간 줄고 거래 시장도 주춤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함 랩장은 “이미 이들 지역에서 매매계약을 진행하고 있던 매도·매수자라면 3월 23일까지 거래계약서 작성을 마쳐야 전세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거래규제를 받지 않을 전망이라 관련해 거래취소나 거래 시점을 앞당기는 등 시장 혼선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토허구역 지정이 9월 30일까지로 한시적인 데다, 서울 분양시장의 낮은 공급 진도율, 2026년 서울 준공물량 감소, 봄 이사 철 전·월세(임대차) 가격상승 등이 이어진다면 강남권 등의 매매가가 하향 조정 수준까지 끌어내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랩장은 “서울 주택 구매 수요는 토허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한강 변 등으로 분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영등포(여의도)·마포·광진·강동·동작·서대문구 일대 등으로 갭투자 주택 구매가 우회하는 풍선효과의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지역도 집값 불안 양상에 따라 토허구역 또는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묶일 수 있어 풍선효과의 장기화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혼선이 금융권에 풍선효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여 2.75%로 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여전히 4% 중후반대에 머물고 있다.
전날 정부와 서울시는 “대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시중은행들이 선순위 전세(대출)가 설정된 주택에 후순위로 주담대를 취급할 경우 관련 리스크를 평가‧반영해 대출이 적정하게 취급됐는지 등을 점검하도록 할 방침”이라며 “금융권에서 다주택자의 신규 주담대를 제한하고 갭투자 관련 조건부 전세대출을 제한하도록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HUG 전세자금대출 보증 책임비율을 기존 100%에서 90%로 하향조정하는 일정을 기존 7월에서 5월로 앞당기는 등 갭투자 방지를 위한 전세자금대출 관리도 들어간다.
이에 발맞춰 시중은행에서도 주담대 관리에 나섰다.
당장 NH농협은행은 다음날인 21일부터 서울 지역에 한해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을 전면 중단한다. 갭 투자(전세 낀 주택구입)를 막기 위해 임대인의 소유권 이전, 선순위 근저당 감액·말소, 신탁 등기 말소 등의 조건과 동시에 전세대출이 이뤄지는 경우엔 대출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SC제일은행 역시 이달 26일부터 다주택자(2주택 이상)에 대한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를 중단한다. 다주택자의 퇴거대출, 타 은행 대환대출, 추가 대출도 제한된다. 제일은행은 지난 3일부터 다주택자에게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도 내주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아직 서울·수도권에 대한 주담대를 풀어둔 상태다. 연초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내릴 때가 됐다”고 발언한 영향 탓이다. 다만 2개 은행 모두 제한 규정 부활을 검토 중이다.
올해 7월부터는 가장 강력한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된다. DSR은 개인이 보유한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연소득 대비로 따져 대출 한도를 정하는 방법이다. 특히 스트레스 DSR이 도입돼 규제 강도가 더욱 높아졌다.
함영진 랩장은 “정부가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취급 점검이나 HUG 전세자금대출 보증비율 90% 하향(5월 조기 시행) 등으로 은행이 차주의 상환능력을 꼼꼼히 살펴야 하는 상황”이라며 “오는 7월 DSR 3단계 시행으로 차주 별 대출총액이 줄어드는 현상이 야기되면, 매입수요가 임대차 시장에 머물면서 임대료 상승은 꾸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연내 전년 대비 4만 가구 입주량이 감소하는 경기권 외 수도권 임대차 시장에 수요가 집중되며 월세화와 전세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