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확대..필수소비재 섹터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이후, 국내·외 주식시장이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인상 정책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안전한 투자처를 찾기 위해 분주하다.

19일 경제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종전 2.1%에서 1.5%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가장 큰 요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 리스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과 교역에서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지속해 피해를 준다”며 오는 4월 2일을 상호 관세 발표일로 예고했다.

최근 케빈 해셋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7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유럽과 중국, 한국에 대한 무역 적자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며 “이런 무역 적자가 존재하는 이유는 비관세 장벽과 높은 관세로 인해 미국 기업들이 경쟁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콧 베서트 재무부 장관은 “각 국가의 관세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숫자를 각 국가에 부여할 것이다. 어떤 국가는 그 숫자가 꽤 낮을 수 있고, 어떤 국가는 꽤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 이후, 미국 증시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사상 최고치 대비 8.6% 하락하며 조정 국면에 진입했고, 나스닥 지수는 4.0% 급락하며 2년 반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러한 하락으로 인해 시가총액은 약 4조 달러(약 5800조 원) 증발했다.

트럼프발 주식시장 강진은 한국에서도 영향력이 크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주요국 대비 선방하고 있다”며 “트럼프 1기에도 그의 발언에 따라 시장이 출렁였지만, 이번 2기에서도 그의 발언이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미국 소비 경기 불안 완화, 트럼프 관세 경계감 등 상하방 요인이 혼재된 가운데 전날 반도체·바이오 급등에 따른 일부 차익 실현 물량이 출회되며 박스권 흐름을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시장 변동성이 큰 가운데 투자자들은 보다 안전한 투자처를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수 활성화 정책과 금리 인하 요구가 소비 진작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며, 내수 관련 주식에 주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필수소비재란 식음료, 생활용품, 의약품, 경기 변동에 상관없이 꾸준히 소비되는 생활 필수품을 의미한다. 토스증권은 미국 현지 필수소비재 종목으로 갭, 카니발, 드래프트킹스를 소개했다. 

이지선 토스증권 연구원은 “빅테크 대체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 2기 정부의 내수 진작 정책이 예상된다”며 “밀레니얼과 Z세대 중심의 새로운 소비재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지선 연구원은 “흑자 전환이나 과거의 성장을 뛰어넘는 종목의 이익 성장이 기대될 때 주가가 재평가받을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수요 회복과 긍정적인 매출이 전망되고, 중장기적으로도 시장 확대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해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불안할 때는 필수소비재가 가장 잘 버틴다”며 “미국 필수소비재 업종은 주당순이익(EPS)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밸류에이션 부담도 크지 않아 진입하기 좋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이 얼마나 대체가 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물가와 경기에 미치는 여파도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시행 강도에 따라 포트폴리오 변화가 필요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조 연구원은 “내수 중심의 강달러 수혜가 가능한 필수소비재 등 방어주 성향의 포트폴리오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휴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일부 코스피 섹터에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배성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제조 업종의 경우, 우크라이나 재건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경계할 필요가 있겠으나 러시아 시장 판매 및 유럽 주변국 수요의 회복까지 고려한다면 주가 업사이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우크라이나 보리스필 공항 인프라 확장 업무협약을 맺었고, 우크라이나 원자력 전력공사와 교류협력 의향서(LOI)를 맺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대우건설은 폴란드 건설협회 및 현지 건설기업 ERBUD와 업무협약을 맺었다”며 “한미글로벌은 폴란드에 현지법인을 설립하여 유럽 내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도 기대를 받고 있다. 전쟁으로 위축됐던 글로벌 물류가 정상화되면 신조 발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운송시장에서 미국 제재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조선시장에서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전략적인 측면에서 선주사들은 향후 한국산 선박 비중을 높일 유인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 종식 협의가 진행되며 화학주 투자심리도 개선되고 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3년간 중국발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 원가 부담 등이 국내 화학업계를 위협한 근본 원인”이라며 “종전으로 이 같은 악재가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