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 가까이 급락..트럼프 관세정책 이슈까지 겹쳐

기업가치를 높인다 정부의 밸류업 구호 아래, 시장은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으로 술렁였다. 하지만 정작 주가는 움직이지 않았고, 투자자들이 체감하는기업가치 상승 실종됐다. 실적 개선 없는 배당 확대는 오너 일가나 외국인 투자자에게만 유리한단기 이벤트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밸류업은 본질보다 껍데기만 남은 상태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속 밸류업 시리즈」를 통해 국내 자본시장의 현주소를 짚고자 한다. <편집자 주>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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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를 재개한 첫날, 코스피가 3% 가까이 떨어졌고 기대했던 외국인 수급도 없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3.00%(76.86포인트) 떨어진 2481.12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코스닥도 3.01%(20.91포인트) 떨어진 672.85를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가 급락한 건 2023년 11월 초 이후 1년 5개월 동안 금지한 공매도를 재개한 영향이 크다. 공매도란 투자자가 주식을 증권사 등으로부터 빌려 매도한 뒤, 주가가 내리면 저가에 다시 매수해 주식을 상환하면서 시세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당초 증권업계에선 공매도 재개로 외국인 수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 역시 첫날 성적표가 좋지 않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를 6090억원 팔아치웠다. 기관 역시 2890억원을 팔아치웠고, 개인투자자만 7920억원 순매수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별로 보면, LG에너지솔루션(-6.04%), 셀트리온(-4.57%), SK하이닉스(-4.32%), 삼성전자(-3.99%), 현대차(-3.80%), 삼성바이오로직스(-3.34%), 기아(-3.15%), NAVER(-1.90%) 등 다수가 하락했고 KB금융(0.38%) 등이 상승 마감했다.

특히 최근 대차잔고 금액이 늘어난 종목들을 중심으로 약세를 기록했다. 공매도 재개 전 일주일간(3월 24~28일) 대차잔고 금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을 보면, LG에너지솔루션(4251억원), 카카오(1337억원), 에코프로(1173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1121억원), 알테오젠(1118억원) 순을 기록했다. 이날 에코프로(-12.59%), 카카오(-4.86%) 등은 급락했고 알테오젠(1.28%)은 상승 마감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대차 잔고가 늘었다고 반드시 공매도가 몰리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 대부분은 공매도 금지 전에 공매도가 활발했기에 공매도 재개한 이날 이후에도 (공매도 거래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 우려와 실적 회복 기대감이 엇갈리고 있으나, 주가의 추세를 결정하는 것은 늘 실적 추정치의 방향성”이라며 “특히 지금과 같이 부진한 업황 속에서는 실적 반등의 판단 기준을 이익보다 매출에 두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수익성의 경우 일회성 비용 및 보상금 등의 변수가 있는 반면, 매출은 늘 업황을 정확하게 대변해 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 직후 코스피·코스닥의 대차잔고도 모두 가파른 회복세를 보였다”며 “그러나 공매도잔고 비율이 공매도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는데 소요된 시간은 시장별로 상이했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2021년의 경우 코스피는 회복되기까지 최소 5개월이 소요됐으며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반등하는 모습이었다”며 “이는 대차거래가 공매도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밸류에이션 과열 등을 평가하고 매도 타이밍을 결정하는데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공매도 재개 첫날 국내 시장에 미친 악영향이 컸지만, 반등을 예상한 목소리도 있다. DS투자증권은 공매도 재개 이후 조선, 반도체, 엔터테인먼 트, 화학 등의 실적이 양호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2021년 경우에도 공매도 재개에 앞서 하락하고 재개 이후 반등을 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학습 효과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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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계에선 공매도 재개를 두고 ’필수적으로 가야할 길’이라는 지적이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7일 ‘자본시장 포커스 : 공매도 재개를 위한 제도개선 및 기대효과’ 보고서를 공개하며 “대부분의 금융제도가 그러하듯 공매도 제도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며 “잘 쓰면 약이 되고, 못 쓰면 독이 된다”고 말했다.

황 위원은 “단순히 공매도를 금지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부정적인 측면은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측면은 최대화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더욱 합리적”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진행되어 온 공매도 제도개선 노력과 공매도의 순기능을 고려할 때, 공매도의 전면재개는 국내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도개선과 시장합리화를 위한 노력이 가시적으로 이루어 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매도 전면금지가 이어질 경우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대외 신인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며 “소모적인 대립을 멈추고 일련의 제도개선 사항들이 원하는 효과를 내고 있는지를 세세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코스피가 크게 떨어진 건 공매도 제도 시행 자체보다 4월 2일부터 시행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탓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일본 닛케이225 지수 역시 이날 하루에만 4.05% 떨어졌다. 

양 연구원은 “미국의 관세 영향을 부각시킬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이것도 공매도 이슈에 반영 되어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iM증권은 “공매도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관세와 미국 경기”라는 입장이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당장 발표될 상계관세율부터 확인해야 하는데 한자릿수 대의 관세율을 기대했던 시장”이라며 “예상보다는 한참 더 강력하게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추후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해도 경제에 대한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며 협상과 보복은 장기화될 수 있겠다”며 “현대차와 기아차 그룹은 미국 현지생산을 통해 대응한다고 하지만 미국 내 생산된 부품 사용 비중에 따라 관세를 매긴다니 부품 밸류체인

전반이 미국으로 이동해야 해 국내 산업은 공동화되겠으며, 많은 자동차 업체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우니 결국 상승한 비용은 판가에 전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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