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상호 관세’ 국내 건설업계 영향 제한적
국산 원자재 사용 90% 이상...수입 의존도 3.4%
상호관세·보복관세 충돌로 가격 변동성 확대 우려
글로벌 인플레이션, “분양시장 위축시킬 수 있어”
‘해방의 날(LIberation Day)’로 명명된 지난 3일 오전 5시(한국시간) 발표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조치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철강 등 상당수 국내 산업 분야가 총체적 난국에 빠지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국내 건설 분야가 받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일단, 건설은 90% 이상 국산 원자재를 사용하는 내수 기반 산업 분야라 수입 규모가 크지 않고, 수입량 중 미국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많지 않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건설 동향 브리핑’에 의하면, 전체 건설업의 수입 의존도는 3.4%에 불과하다. 그중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하다.
해외 건설 프로젝트의 경우 타격을 받을 수도 있지만, 한국 건설사가 지난 2월까지 수주한 물량 중 중동 지역 66.6%, 북미·태평양 지역 14.5% 수준인 점도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해외건설협회).
글로벌 인플레이션 → 주택 매수심리 위축 우려
다만, 우려스러운 대목도 있다. 현재 미국 내에서 교량이나 도로, 공항 등의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국내 건설사들은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이들은 일정 비율의 미국산 철강재를 사용하도록 한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규정에 추가적인 원자재 조달 부담을 떠안게 됐다.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 내 프로젝트에서 철수하는 업체도 생길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로 인해 유럽과 캐나다, 호주 등 여러 국가가 보복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경우,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 있고, 그에 따라 국내 원자재값도 치솟을 수 있다.
원자재값 상승은 수익성 악화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등으로 올해 들어서만 신동아, 대저, 삼부, 안강 등 7개 중견 건설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가뜩이나 어려운 업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위태로운 상황은,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에 여타국이 보복 관세로 대응하면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증대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기조가 멈춰서는 것이다. 주택 매수심리는 금리와 긴밀히 연동돼 있으므로, 특단의 정책적 수단이 없다면 금리 유지 또는 상승이 주택 매수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어서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가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이어져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원자재값을 밀어올리는 상황도 문제다. 건설부동산 경기 불황에 지금도 선별 수주 기조를 보이는 건설사들이 더욱 조심스러운 발주에 나서면서 분양시장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하나가 제거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젠 트럼프가 문제로 떠올랐다”며 “당장은 큰 문제가 있어 보이진 않지만, 세계 경기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지방 미분양, 특히 악성 미분양을 털어낼 수 있도록 건설부동산 부양책이 하루빨리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조기 대선 이전이라도 기존의 (악성) 미분양 해소 대책이나 환율 관리 대책 등에 더해 원자재값 안정화, 건설업계 금융지원 확대 등 실질적이고 선제적인 대책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스트레이트뉴스 김태현 선임기자]
